안개,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맥 - Pixabay로부터 입수된 Antonella Roma님의 이미지


[네이버 지식백과] 돌로마이트 [Dolomites]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자연 절경 1001, 2008. 1. 16., 마이클 브라이트, 이경아)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49125&cid=42867&categoryId=42867




모든 것에서 단절되고, 방향을 잃고, 불안해지고, 소속감을 잃은 각자는 운명에 몸을 맡긴 채 혼자가 된다. 어둠, 막연함, 불확실함이 공포와 연결되어 종국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까지 이어진다. 자동차 사고, 산에서 길을 잃었던 일처럼 개인적으로 불안을 경험한 일에 관한 추억들이 안개의 불길한 측면을 확인한다. 안개를 곧장 죽음과 연결 짓고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명하는 것은 보통 남자들의 속성이다. 여성들의 경우에 그러한 성향은 역전된다. 여성들은 안개를 "말랑말랑한 고치" 같다고 평한다.

우리 주위를 감싸는 손처럼", ‘휴식’과 ‘평화’, ‘고요’와 평온을 맛볼 줄 아는 이들을 감싸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생각은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생각과 일치한다.

[안개는 좋은 것이며, 안개는 그것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충실하게 보상해준다. 안개 속을 걷는 것이, 등산화를 신고 눈을 짓밟으며 걷는 것보다 바람직한데, 안개는 하체뿐 아니라 상체의 원기까지 회복시켜주기 때문이며, 더럽혀지거나 파괴되지도 않고 우리 주위를 다정하게 흐르다가 우리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합쳐지고, 강렬하고 건강한 향기로 우리의 폐를 채우고, 뺨을 쓰다듬고 옷깃과 턱 사이 살갗이 쓰릿하게 지나가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사라져버리는 유령 같은 모습을 얼핏 보여주기도 하고, 분명 헛것이 아닌 어떤 실루엣이 불쑥 튀어나왔다 무로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코앞에서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안개 속에서, 바깥 세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양심의 소리와 얼굴을 맞대게 된다.]*

* 원제는 Il Secondo diario minimo. 국내에도 번역서가 나와 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법》, 이세욱 옮김(열린책들, 2003).

이 같은 감수성에 메아리를 울리는, 조사 대상자였던 아일랜드 여성의 말이 눈길을 끈다. 그녀는 자신의 회화 작업에 관하여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안개 속에서 색채와 형태를 봅니다. 나는 안개 속에 혼자 있고, 세상은 그 바깥에 있으며, 나는 그 안에서 고요해집니다. 깨끗하지요. 모순적이라는 건 알지만 안개는 내 생각, 아이디어, 마음을 명징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렇게 해서 다음 작품을 위한 구상을 얻어내지요." - 안개를 쫓아(리오네트 아르노댕 슈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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