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이종인 옮김) 하권 31장에 나온 대목이다.
By Max Alexander / PromoMadrid, CC BY-SA 2.0, 위키미디어커먼즈
옮긴 글에 나온 부엔 레티로 공원을 찾아보았다. [레티로 공원 Retiro Park , Parque del Retiro 마드리드 시민들의 휴식처]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87XX39500424
By cesar.ruiz, CC BY-SA 3.0,위키미디어커먼즈
사진: Unsplash의Juan Gomez
사진: Unsplash의Juan Gomez
아래 옮긴, 마드리드로 돌아가면 다시 책 속에 파묻혀 지내고 싶다는 말이 맘 아프다.
마드리드에 가면 부엔 레티로 공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아파트를 얻을 생각이거든. 내가 거기 사는 어떤 미국 여자를 아는데, 운동 전에 가구 딸린 아파트를 빌려 주는 일을 했어. 운동 전의 가격으로 그 아파트를 빌릴 방법이 있어. 공원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를 얻으면 창문으로 공원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 거야. 철로 만든 담장이랑 정원, 자갈길, 잔디밭,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린 나무 그리고 여러 연못까지 모두 다 보일 거야. 지금쯤이면 밤나무에 꽃이 피 어 있겠지. 마드리드에 가면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그 연못에 예전처럼 물이 고여 있다면 보트도 탈 수 있을 거야.
비행대가 오면 폭격 대상이 될 테니까 지난 11월에 물을 빼냈지. 잘은 몰라도 아마 지금은 다시 물이 채워져 있을 거야. 하지만 거기 물이 없다고 해도 우린 온 공원을 거닐고 숲처럼 생긴 나무 사이를 지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거기엔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나무가 다 있는데, 나무마다 원산지와 이름을 알리는 표지판이 달려 있지.
그 나무들은 말이야, 박물관에 있는 것들하고는 달라. 자연 속에서 자라고 있는 거지. 공원 안에는 산처럼 생긴 곳도 있는데 정글을 방불케 할 정도야. 그 아래 길가에는 책 시장이 있는데 수백 개나 되는 조그만 상점이 다닥다닥 붙어서 헌책을 팔고 있어. 운동이 시작되고 난 다음부터는 폭격당한 집이나 파시스트들의 집에서 훔쳐 낸 책까지 보태져서 책이 아주 많아졌지. 운동 전에 그곳에 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 종일 책 속에 파묻혀 지낸 적이 있었어. 이제라도 마드리드에 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 책 속에 파묻혀 있고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