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king Man I, 1960 - Alberto Giacometti - WikiArt.org
[실패 경험이 낳은 닮은꼴 예술] (이진숙)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53/0000021985?sid=103
The City Square, 1948 - 1949 - Alberto Giacometti - WikiArt.org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는 1953년 파리에서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올랐다. 아일랜드 출신 무명작가였던 베케트는 부조리극을 개척했다는 평가 속에 서 승승장구했다. 그는 1961년 공연 무대미술을 친구에게 맡겼다. 무대 위 장치는 앙상한 나무가 전부였다. 이 나무를 만든 인물은 알베르토 자코메티다. 베케트에게 무대미술 부탁을 받기 직전인 1960년, 자코메티는 〈걸어가는 사람〉을 완성했다. 이 조각은 뼈만 남은 인간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서 있기도 버거워 보이는 이 인간은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몰라도 묵묵히 걷는다. 〈걸어가는 사람〉과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은 어딘가 닮았다. 베케트가 자코메티에게 무대미술을 맡긴 이유다.
자코메티에게 이 조각의 의미를 물었다면 그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 아마도 그의 친구였던 베케트가 ‘고도’의 정체를 캐묻는 세상에 했던 말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베케트는 "내가 고도가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고도’라는 괄호 안에 제각각의 답을 채워 넣었듯 〈걸어가는 사람>의 보폭은 누군가에겐 희망, 누군가에겐 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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