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밀란 쿤데라의 작품목록을 살펴보다가, 드니 디드로의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을 오마주 또는 변주한 쿤데라의 희곡 '자크와 그의 주인'에 호기심이 생겨 미리보기로 앞을 조금 읽어보니 원래 도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 '백치'를 각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쿤데라가 쓴 이 희곡의 체코어 제목은 'Jakub a jeho pan'으로, 제이쿱 - 프랑스어권의 자크는 성서의 야고보 - 야곱이다.






['야곱과 그의 주인' 은 쿤데라가 러시아 탱크가 쿤데라의 조국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를 점령한 프라하 봄 사건 당시에 쓴 작품이다. 


쿤데라의 희곡에서는 화자의 목소리가 치명적으로 결여됨으로써 현재의 행위를 단조롭게 하며 뒷면 무대에서 더 큰 깊이를 가져오고 과거의 사건에 대한 덧없음을 일깨운다. 인간 정신의 중요성과 경험을 개념화하는 능력을 극화하면서 쿤데라는 이런 방법을 구조주의로부터 빌려왔다. 그는 이 구조주의야말로 근대문화 그리고 베케트와 디드로의 가장 위대한 충동의 하나라고 한다.


베케트의 세계처럼 이 희곡에서 쿤데라 주인공들의 정신은 희극적이고 활기찰지라도 별로 할 일이 없다. 쿤데라는 이 세계를 인간의 안락을 위한 가능성도 없고 생기도 없는 불빛으로 묘사한다. 그는 이러한 테마에 늘 사로잡혀 있다.] 출처: 김규진, 밀란 쿤데라의 문학과 체코문학의 국제성- 희곡 '야곱과 그의 주인'을 중심으로(2006)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072303 이 논문은 단행본 '한 권으로 읽는 밀란 쿤데라'에 실려 있다.





러시아의 무거운 비합리성이 내 나라를 짓눌렀을 때 나는 서양 근대의 정신을 강하게 들이마시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를 느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그 정신은 지성과 유머의 향연인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이 아닌 다른 어디에도 그만큼 진하게 농축되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 변주 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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