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2004 By LTI Korea - 자작,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박완서의 단편소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1974)에 대한 정희진의 칼럼(2017)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786996.html
"어떡허든 우리도 한밑천 잡아 한번 잘살아봅시다."
나는 울컥 징그러운 생각이 났다. 그러곤 아아, 아아, 징그럽다고 생각했다. 내가 남편을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건 아주 나쁜 징조였다. 더 나쁜 것은 숨가쁘게 아아,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거였다. 첫 남편과 헤어질 때도 그랬었고, 두번째 남편과 헤어질 때도 그랬었다.
그럼 나는 이번 남편과도 헤어지게 되려나 싶어 다시 콤팩트를 꺼내 얼굴을 비춰본다. 또 한번 시집을 가기에는 너무 늙었다는 확인으로 스스로를 겁주기 위해서다. 눈가의 뚜렷한 늙음보다 차라리 더 짙은 온몸의 피로, 그냥저냥 안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새삼 간절하다. -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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