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장 대륙으로
취리히, 스위스 (사진: Unsplash의Patrick Federi)
기차는 조금씩 어둠을 벗어나 희미한 빛을 지난 다음 점점 더 밝아오는 빛 속을 달렸다. 아, 얼마나 지루한지! 나무들이 그림자들처럼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하얀 집 한 채가 희한하게 도드라져 보였다. 어떻게 그런 걸까? 그 다음엔 마을이 보였다. 기차가 지나는 곳에는 언제나 집들이 보였다.
그녀가 아직도 여행하며 지나가고 있는, 겨울에 짓눌린 음울한 이곳은 옛 세상이었다. 경작지와 목장, 헐벗은 나무 숲과 잡목 숲, 그리고 휑한 농장과 훤히 드러난 일터였다. 새로운 땅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기차에 다시 오를 때까지 안절부절못했다. 올라타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은 만족스러웠다. 그들은 취리히에 도착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으로 깊이 뒤덮인 산 아래를 달렸다. 마침내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이것이 바로 그 다른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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