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속의 집을 구경해보자. 기다란 집 한 채가 소나무 뒤로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둥근 문이 하나 있다. 이것은 실제 집을 묘사한 게 아니다. 상상 속의 집이다. 소나무의 절개에 어울릴 만한 선비의 집인 셈이다. 하지만 봉창 너머엔 아무것도 없다. 텅 빈 방 안이 보일 뿐이다. <세한도>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림에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사람 없이 집만 그린 것은 쓸쓸함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이다.

추사는 젊은 시절 멀리 떠나는 친구를 위해 부채에 그림을 그려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그림에도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그림에 시를 한 수 써넣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을 차마 못 그리는 자신의 심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너무 쓸쓸할까봐 사람을 그려 넣지 못했다는 이야기인데, 사실은 정반대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사람을 그려 넣지 않음으로써 그 쓸쓸함을 극대화한 것이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 그것은 추사의 의식 세계이기도 하다. 적막함과 쓸쓸함만이 가득할 뿐이다. 밖에서 아무리 불러도 인기척이 느껴질 리 없다. 한없는 외로움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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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6-24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햇볕 뜨거운 주말입니다. 서곡님, 시원하고 좋은 토요일 되세요.^^

서곡 2023-06-24 18:18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ㅎㅎ 토요일 저녁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