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Louis Rhead - Illustration from a 1917 edition of Grimms Fairy Tales.,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잔혹동화. '노간주나무'를 재창작한 '오빠와 새'가 수록된 동화 다시쓰기 모음집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가 있다. 이 책의 무시무시한 제목은 바로 '노간주나무'에 나오는 노래의 가사이다. 

집 앞에는 뜰이 있었는데, 그곳에 노간주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어느 겨울날 부인이 나무 밑에서 사과를 깎다가 그만 손가락을 벴습니다. 눈 위로 피가 뚝뚝 떨어졌습니다.

부인이 무겁게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습니다. 눈 위에 떨어진 피를 보고 있으려니 정말 슬퍼졌습니다. "아, 입술은 피처럼 붉고 피부는 눈처럼 흰 아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 말을 입 밖에 내고 나니 왠지 마음이 행복해졌습니다.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습니다. 부인은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죽거든 노간주나무 밑에 묻어주세요."

노간주나무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뭇가지들이 벌어졌다가 마치 기뻐서 박수를 치듯 다시 하나로 모였습니다. 동시에 나무에서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더니, 연기 한가운데서 불길 비슷한 것이 활활 타올랐습니다. 그 속에서 예쁜 새 한 마리가 날아오르며 고운 소리로 지저귀다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더니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아, 여보, 저기 아름다운 새소리 좀 들어보구려! 참으로 근사한 노랫소리인걸. 햇살이 따스하고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나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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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5-10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간주나무 같은 유럽 동화들은 괴담처럼 무섭네요. 저 이야기는 계속 변주되는 것 같은데, 하얀 눈과 빨간 피는 어쩐지 백설공주 이미지도 연상되네요.
서곡님, 잘읽었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서곡 2023-05-10 21:53   좋아요 1 | URL
맞아요 백설공주 생각나죠 초반은 ㅎ 뒤로 가면 오누이가 나와서 헨젤과 그레텔 생각도 나고요 참 세상엔 별의별일이 다 있는 것 같아요 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