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더니 내가 모셔야 할 ‘오리샤(산테리아의 신적인 존재)’와 수호의 영(靈)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나를 관장하는 오리샤는 사랑의 여신 ‘오충’과 천둥을 몰고 오는 전사인 여신 ‘장고’이고, 나를 수호하는 영은 아시시(Assisi)의 성 프란체스코라고 했습니다. 그는 내게 항상 깨어서 이 세 존재에게 기도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안내받으라고 충고해 주었습니다.
저를 보호한다는 이 세 존재는 너무도 절묘한 조합이었습니다. 놀기 좋아하는 오충은 아이를 낳자마자 조신하고 성모 마리아 같은 ‘예마야’라는 여신에게 맡기고 춤추러 나갑니다. 그리고 적과 원수가 나타나면 꿀을 먹여 그들을 녹여 버리지요. 꿀단지 같은 여신, 오충. 그녀는 늘 앞가슴이 깊이 파인 노란 드레스를 입고 과일과 꽃으로 가득 찬 광주리를 이고 다닙니다.
반면 장고는 북을 치며 천둥을 몰고 오는 전사 여신으로 불의에 맞서 싸웁니다. 그녀의 빨간 옷은 정열과 힘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태양을 형제, 달을 자매, 온 생명을 가족으로 여겼던 성 프란체스코. 그들은 모두 제 무의식에 잠재한 원형(Archetype)입니다.
인생이 꿈같이 짧은 축제라 열심히 사랑하며 놀고 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삶의 지향이 오충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부정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페미니스트 성향이 장고로, 생명·생태 신비주의가 프란체스코 성자로 나타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