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빼면 이 달 4월이 삼일 남았다. 이 달이 좋은 누군가는 남은 날들을 꼭꼭 눌러담고 싶을 것이고, 이 달이 싫은 누군가는 남은 날들이 화살처럼 날아가버리길 바라리라. 소설가 김채원의 사계절 시리즈 중 '봄의 환'을 펼친다. 열림원 '가을의 환' 수록.

Spring, 1889 - Edvard Munch - WikiArt.org


봄, 봄, 그는 봄 속으로 흐른다고 느끼며 그러나 겨울보다 더 심한 추위 속으로 웅크리고 걷는다. 약방 앞을 지나다가 그는 생각난 듯 약방문을 밀친다.

흰 가운을 입은 약사는 기다렸다는 듯 몸을 일으키며 얼굴을 든다.

"저 항생제하고 소염제……."

약사의 분노하는 빛, 의논을 해오지 않고 언제나 약 이름을 함부로 주워대며 또한 제약회사 이름까지 꼭 말하는 그를 약사는 경멸한다. 약사는 여기 꼭두각시로 서 있는 줄 아는가. 함부로 항생제와 소염제를 그렇게 쓰면 어떻게 되는 줄 아는가. 아니 그보다 젊은 사람이 왜 저토록 자주 아픈가. 약사는 다시 주저앉으며 그의 뒷모습에서 눈길을 차갑게 거두어버린다. - 봄의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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