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신학자 현경(정현경 교수)이 쓴 '연약함의 힘'을 읽고 있었다. 전작들이 전사나 투사에 가까운 어조라면 이 책에서 저자는 치료자-힐러에 다가간 인상. 따뜻한 약손을 지닌 상처 입은 치유자. 사랑과 자유와 평화를 늘 찾는 삶의 태도가 멋있다. 여자 조르바 같은 느낌.
아래 옮긴 글은 현경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저자 카렌 블릭센(필명 이자크 디네센)에 대한 내용.
카렌 블릭센의 생에서 핀치 해튼은 유일한 사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책에서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가 농장으로 돌아올 때면 농장은 자기 안에 있는 것을 꺼내 놓는다. 농장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 그가 오는 차 소리를 들을 때, 나는 동시에 농장의 모든 것이 자신이 진정으로 누구인지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녀가 고국의 오빠에게 쓴 편지엔 이런 고백이 나옵니다.
"오빠…… 나는 그가 걷고 간 땅도 사랑해요. 그가 여기 있을 때 내가 느끼는 행복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가 이곳을 떠나가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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