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악마'의 결말이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1880년 이후의 톨스토이 (러시아 문학사, 2008. 08. 25., D. P. 미르스키, 이항재)

Exorcism of the Demons at Arezzo, 1297 - 1299 - Giotto - WikiArt.org






‘그럴 수는 없어. 두 가지 출구밖에는 없어. 아내를 죽이든가 그녀를 죽이든가. 그리고 또…… 아아, 그래, 제3의 출구가 있다, 있어.’ 그가 조용히 소리 내어 말했다. 순간 그는 전신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래, 자살하는 거다, 그들을 죽일 필요는 없어.’ 그는 문득 두려웠다. 다름 아니라 오로지 이 출구만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권총은 있다. 정말로 자살하게 될까? 이거야말로 결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건 얼마나 이상할까?’
그는 총구를 관자놀이에 갖다 대고는 잠시 주저했다. 스테파니다,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결심, 자신과의 싸움, 유혹, 발작, 또다시 자신과의 싸움, 그 모든 걸 떠올리자마자 온몸이 공포로 부르르 떨렸다. ‘아니야, 이편이 더 나아.’ 그러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 누구도 자살의 원인을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다. 두 달 전에 예브게니가 자신에게 한 고백이 자살의 이유와 어떤 점에서 관련되는지 삼촌의 머릿속에는 도무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예브게니 이르테네프가 정신병자였다면,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정신병자일 것이다. 진정한 정신병자는 타인에게서 광기의 징후를 보면서, 자기 자신에게서는 똑같은 것을 보지 못하는 자들이다. - 악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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