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악마'의 결말이 있습니다. * [네이버 지식백과] 1880년 이후의 톨스토이 (러시아 문학사, 2008. 08. 25., D. P. 미르스키, 이항재)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353697&cid=60614&categoryId=60614 참고
Giotto - Exorcism of the Demons at Arezzo Original Title: Esorcismo dei Demoni di Arezzo Date: 1297 - 1299 https://www.wikiart.org/en/giotto/exorcism-of-the-demons-at-arezzo-1299
"삼촌, 삼촌이라면 저를 도와주실 수 있을 거예요. 단지 도와주시는 게 아니라 구원해 주실 수 있을 겁니다." 예브게니가 말했다. 자신이 존경하지 않는 삼촌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생각, 삼촌에게 자신의 가장 형편없는 모습을 보일 것이고, 그 앞에서 자신을 비하한다는 생각이 그에게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스스로를 추악하고 죄 많은 존재로 여겼으며, 스스로를 벌하고 싶었다.
"얘야, 말해 보거라,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느냐?" 무언가 비밀이 있으며, 게다가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고, 그런 비밀을 자신에게 알려주려 하고, 자신이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매우 흡족해하며 삼촌이 말했다.
"먼저 제가 추악한 놈이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비열한 놈, 그래요, 비열한 놈이라는 걸 말씀드려야겠습니다.""아니,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삼촌이 목구멍을 한껏 부풀리면서 대꾸했다.
"그런데, 너 정말 사랑에 빠진 거냐?""아아, 그런 게 결코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이건 어떤 힘이 저를 사로잡고 있는 거라고요.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제가 기운을 차리면, 그때는……."
‘정말이지 그녀는 악마다. 악마가 분명해. 정말이지 그녀는 내 의지와는 반대로 나를 조종했어. 죽여야 하나? 그래. 두 가지 출구 밖에는 없다. 아내를 죽이든가 아니면 그녀를 죽이는 것.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는. 곰곰이 따져보고 앞날을 예상해 봐야 해. 이대로 있다간, 어찌 되겠어?
‘그럴 수는 없어. 두 가지 출구밖에는 없어. 아내를 죽이든가 그녀를 죽이든가. 그리고 또…… 아아, 그래, 제3의 출구가 있다, 있어.’ 그가 조용히 소리 내어 말했다. 순간 그는 전신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래, 자살하는 거다, 그들을 죽일 필요는 없어.’ 그는 문득 두려웠다. 다름 아니라 오로지 이 출구만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권총은 있다. 정말로 자살하게 될까? 이거야말로 결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건 얼마나 이상할까?’
그는 총구를 관자놀이에 갖다 대고는 잠시 주저했다. 스테파니다,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결심, 자신과의 싸움, 유혹, 발작, 또다시 자신과의 싸움, 그 모든 걸 떠올리자마자 온몸이 공포로 부르르 떨렸다. ‘아니야, 이편이 더 나아.’ 그러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 누구도 자살의 원인을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다. 두 달 전에 예브게니가 자신에게 한 고백이 자살의 이유와 어떤 점에서 관련되는지 삼촌의 머릿속에는 도무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예브게니 이르테네프가 정신병자였다면,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정신병자일 것이다. 진정한 정신병자는 타인에게서 광기의 징후를 보면서, 자기 자신에게서는 똑같은 것을 보지 못하는 자들이다. - 악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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