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코야, 하고 나는 불렀다

주름살투성이 속

검은 연못 같은

그녀의 지혜로운 눈을 들여다보며

 

아타바스카어에서는

서로 헤어질 때 뭐라고 해요?

작별에 해당하는 말이 뭐예요?

 

바람에 그을린 그녀의 얼굴 위로

언뜻 마음의 잔물결이 지나갔다

'아, 없어.' 하고 말하며

그녀는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우리는 그냥 '틀라아' 하고 말하지

그것은 또 만나자는 뜻이야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아

너의 입이 너의 가슴에

작별의 말을 하는 적이 있니?

 

그녀는 초롱꽃이나 되는 것처럼

가만히 나를 만졌다

헤어지면 서로 잊게 된단다

그러면 보잘것없는 존재가 돼

그래서 우리는 그 말을 쓰지 않아

 

우리는 늘 네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단다

돌아오지 않으면

어딘가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단다

 

- 메리 톨마운틴,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다(류시화 옮김)


‘소코야’는 아타바스카어로 ‘이모’라는 뜻. 아타바스카어는 북미 원주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군으로, 알래스카어와 아파치족어 등 같은 계통의 30개 언어를 포함하고 있다.


https://longzijun.wordpress.com/projects/interpreting-there-is-no-word-for-goodbye-by-mary-tallmountain/ 영어원문




낭송 김혜자

메리 톨마운틴 1918~1994. 알래스카의 눌라토 마을에서 원주민 어머니와 아일랜드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어려서 고아가 되었으며, 백인 의사 집안에 입양되었으나 양부모마저 곧 세상을 떠났다. 샌프란시스코에 살며 시와 단편소설들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거친 도시 생활의 고독감을 표현해 아메리카 원주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만년에는 가난한 지역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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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3-01-18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롱꽃이나 되는 것처럼 ;;
듣고갑니다.

서곡 2023-01-19 07:46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오늘 잘 시작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