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의 단편 '흑설탕 캔디' 속 할머니는 손을 꼭 쥐고 펴 보이지 않는다. 손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한 손주에게 할머니는 "이건 내 거란다"라고 말한다. 고 박완서가 쓴 단편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 문득 떠올랐다. 내용은, 물론, 많이 다르다. 한국전 경험자 및 생존자로서의 정체성 때문에,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을 읽는 동안에도 박완서가 생각났다. 여성 참전자가, 이 이야기를 하려고 내가 살아 있었나 봐, 라고 말할 때 특히.
"할머니, 손을 펴봐." 나는 할머니에게 떼를 쓴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내가 울기 시작하면 할머니는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대로 해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확신에 차서. 하지만 꿈속에서 할머니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안 돼." 그리고 할머니는 또 이렇게 덧붙이는 것이다. 조금은 고통스러운 것 같지만, 사실은 조금도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는 얼굴로. 주먹을 더 꼭 쥔 채. "이건 내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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