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여자들은 출생의 순간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경험한다. 딸이라는 이유 때문에 윗목에 밀쳐지거나 어른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 돌린 기억을 무의식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다. 그 경험은 당사자의 첫 번째 정서가 될 뿐 아니라 세계관의 밑그림이 된다. - P232
여자들이 자신의 결핍감을 소중히 간직한 채로 포기하지 않으려 하듯, 우리 사회도 못 받은 사과와 덜 먹은 끼니들에 대해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우리는 결핍의 빈 곳을 소중히 간직한 채 박탈의 허공을 디디고 서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리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져도 소용 없는 일이다. 자본주의는 다시 개인의 결핍감을 자극하며 성장하고 있으므로. - P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