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보르헤스 1971 Eduardo Comesaña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보르헤스의 수수한 집을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그의 개인 도서관이 바벨탑처럼 어마어마할 것으로 상상했다. 하지만 보르헤스는 실제로는 수백 권의 책들만 보관했고 그것들조차 방문객들에게 선물로 줘버리곤 했다. 가끔 어떤 책들은 그에게 감상적인 혹은 미신적인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그가 기억하는 몇 줄의 문장이었지, 그 문장이 수록되어 있는 책이라는 구체적 형태는 아니었다.

나는 그와는 정반대다. (중략) 위로는 아주 중요하다. 내가 스스로를 위로할 목적으로 침대맡에 놔둔 물건은 언제나 책이었다. 나의 서재는 그 자체로 위로와 조용한 안식의 장소였다. 나는 우리가 책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우리를 소유하기에 이런 안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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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가란 무엇인가 - 요사 / 보르헤스의 수수한 집
    from 에그몬트 서곡 2022-09-25 19:24 
    '작가란 무엇인가'의 요사 인터뷰에 보르헤스에 관한 부분이 재미있다. 요사가 보르헤스의 집으로 인터뷰하러 가서 집이 수수해서 놀랐다고 말했더니(벽이 벗겨지고 지붕에서 물이 새는 지경이었다고), 보르헤스가 이 말에 맘이 상해서 다음부터 냉담하게 대했다는 것. 요사가 보르헤스로부터 직접 들은 건 아니고 옥타비오 파스가 알려 주었다고. 요사와 파스는 둘 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들. 알베르토 망겔의 책 '서재를 떠나보내며'에도 보르헤스의 서재가 수수하다고 표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