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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원소로 읽는 결정적 세계사 - 세상 가장 작은 단위로 단숨에 읽는 6000년의 시간
쑨야페이 지음, 이신혜 옮김, 김봉중 감수 / 더퀘스트 / 2024년 8월
평점 :
고등학교 때 화학 공부를 하고 화학에 관련된 책은 처음이다. 다만 순수한 화학책이라면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5개 원소로 읽는 결정적 세계사>는 화학적 지식을 역사적 사건과 결합하여 소개하는 화학 인문서라 할 수 있다. 세계 역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통찰 속에 우리 주위에 너무나 깊이 들어와 있는 화학의 세계에 깜짝 놀라게 된다.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하거나 파괴하는 많은 원소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 중에서 고대로부터 현재에까지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원소들 중 금, 구리, 규소, 탄소, 타이타늄을 거대한 스케일로 다룬다. 특히 딱딱할 수 있는 화학 이야기를 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해서 소설을 읽듯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필자는 화학을 전공하고 한 공장의 시험생산 팀에서 현장을 두루 경험하고, 다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화학을 깊이 있게 공부했다. 깊이있는 화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연구에 몰두하면서 틈틈히 교양과학 책을 썼다. 그리고 화학 물질과 인류 문명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필자만의 독창성을 발휘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책을 쓰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이런 작업에 배우자의 구체적인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음에 부러움이 느껴진다.
유럽인들의 금에 대한 욕망과 야망으로 신대륙을 발견하고, 연금술을 발견해 왔으면 금은 오늘날 산업환경은 물론이고 귀금속 시장에서도 영원한 황태자로 군림하고 있다. 구리는 주석과 만나서 고대 석기 시대를 종료하고 청동기 시대를 연 최고의 주인공이었다. 지금도 구리는 효율성 측면에서 전선으로 금보다 선호되는 자원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 유리가 없다면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인류는 규소를 통해 유리를 만났고, 유리는 현대 문명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 시켰다. 특히 규소는 시계 산업부터 오늘날의 AI 산업까지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광물 중의 하나가 되었다. 탄소는 지구온난화를 포함해 지구 위기의 주범이 되었지만 인류의 욕망은 끊임없이 탄소의 사용을 부추긴다.
5가지 원소 중에 나의 관심을 끈 것은 규소이다. 중국인인 필자는 만리장성을 돌아보면서 고대의 다른 장성과 다르게 돌이 아닌 벽돌로 건축되었는지 해설한다. 만리장성은 평지를 끼고 건축되는 곳이 많아 돌이 많이 없기도 했지만 돌을 다듬고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함도 있다. 벽돌은 규산염을 포함한 흙으로 빚어 돌보다 덜 단단해도 충분한 강도를 갖는다.
인간의 힘을 거쳐 개량된 규산염은 국가 간의 교류를 막으면서도 문화적 교류를 촉진한 아이러니를 갖는다. 명나라는 벽돌산업이 발달했다. 수천 년간 쌓인 벽돌제작 기술을 계승한 덕분에 만리장성이라는 거대작을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를 통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대륙의 상거래와 문화교류를 이어주는 역할도 했다.
14세기에 정화 원정대가 바스코 다 가마보다 100년이나 먼저 케냐의 말린디 항구에 발을 디뎠다는 기록이 있다. 정화의 함대와 당시 중국의 상선이 케냐의 항구를 드나든 역사적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유명했던 백자는 고령토가 주재료이다. 고령토는 대부분 규소, 알류미늄, 산소로 이루어진다. 고대의 가마온도는 주로 1000도였지만 기술 발달로 도기는 1200도 이상에서 구워지면서 질적인 변화를 일으켜 자기로 불리게 되었다. 인간이 기록을 시작한 바위로부터 시작해서 벽돌, 자기에 이르기까지 규소가 인류 역사에 남긴 자취는 위대하다고 밖에 다른 말을 할 수 없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