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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라기에 너무 큰돈을 쓰지 마라 -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한 프랭클린의 생활 철학
벤자민 프랭클린 지음, 이혜진 옮김 / 여린풀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2020년대 이후 정상의 비정상화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과거에 인지상정이라 여겼던 일들이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근대와 현대에 들어와서 한 국가 안에서 또는 종교와 종족 간의 국지적인 분쟁이 있었던 양상이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무력으로 제압하려는 시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대표적일 것이다.
또한 전세계가 극단적인 우경화의 길로 접어들면서 비상식적인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가 당선된 것부터 많은 나라들이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극단적 우익 성향에서 벗어나 있던 대한민국 조차도 극단적인 대치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이는 프랭클린이 우려했던 낭비, 허영, 자만, 독선이 만연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역사는 늘 비슷한 흐름으로 반복된다. 인간의 탐욕의 역사는 무한 반복될 것이다. 인간이 바뀌지 않으면 그들이 만들어가는 역사는 반복될 뿐이니 말이다. 그런데 인간의 탐욕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거 선인들의 지혜를 빌려 지혜롭게 난국을 이겨내는 길 뿐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이야말로 지금의 비정상적인 시기를 잘 이겨낼 지혜를 줄 수 있는 적임자라 생각한다.
이 책은 프랭클린이 직접 쓴 것이 아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남긴 자서전, 편지, 칼럼, 에세이, 메모, 격언 등에서 그의 생활 철학을 잘 담고 있는 것들을 가려뽑아서 미국의 편집자 조지 로저스가 편집한 것이다. 그의 자서전보다 좀더 자유로운 형식에 삶의 다양한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프랭클린의 숨겨진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덕의 기술, 인간의 한계, 부의 기술, 건강, 행복 등 총 11개의 주제에 대한 프랭클린의 현명한 포인트가 가득하다. 그 중에서 인간의 치명적 한계를 드러내는 챕터는 다른 책에서도 보지 못한 통찰을 선사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심지어 국가마저도 욕망에 눈이 먼다는 사실에 적극 공감한다. 인간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욕망을 적절하게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람은 그 사람이 사용하는 말로 평가할 수 있을 때가 많다. 특히 '확실히, 의심의 여지없이'와 같이 스스로를 절대화하는 단어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평생을 겸손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삶을 실천했던 프랭클린조차도 확신에 찬 거만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한다. 나도 자주는 아니어도 간혹 독단적인 표현을 사용할 때가 있다. 상대가 너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할 때 그렇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대목은 프랭클린이 통풍 부인과 나누는 대화이다. 아마도 통풍을 적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생각하면 내면에서 나누는 대화일 것이다. 통풍 부인은 왜 프랭클린이 통풍으로 고생하게 되었는지 적나라하게 짚어낸다. 무절제한 식습관과 터무니 없이 부족한 운동 시간이 통풍의 주요 원인임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통풍은 프랭클린을 괴롭히는 적이 아니라 건강이 더 악화되기 전에 경고하는 고마운 친구라고 표현한다. 내게 다가오는 통풍도 이런 의미일 것이다.
마지막에 통풍 부인은 프랭클린에게 '말은 현명한데 행동은 참 어리석다'는 일갈을 한다. 항상 운동을 하겠다, 음식 조절을 하겠다는 말을 수시로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저녁에 소화가 잘 안되는 식단 위주의 식사를 하고, 아름다운 정원들을 걸어야 하지만, 늘 자리에 바로 앉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체스를 두곤 했다. 현대인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프랭클린도 똑같이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약 300년 전에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사상가이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였던 프랭클린이 평생을 살면서 지키고자 했던 삶의 현명한 조언 및 철학들은 여전히 도움이 된다. 길지 않은 에피소드와 인생의 지혜를 통해 그의 통찰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