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인생의 효율 - 나의 시간과 멘탈을 되찾는 법
아놀드 베넷 지음, 충희 엮음 / 여린풀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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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하루 종일 바빴는데 잠들기 전에는 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해야 할 일은 처리했지만 읽으려던 책은 그대로이고 가족과 나누려던 이야기도 미루었다. 오늘만 그런 것이 아니니 마음이 불편하다. 시간이 조금 더 생기면 괜찮아질까? 그런데 여유가 생긴 날에도 휴대폰을 보다가 하루가 지나가기도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아널드 베넷의 <인생의 효율>은 《하루 24시간을 사는 법》과 《멘탈 효율》을 함께 담은 책이다. 시간을 사용하는 문제에서 시작해 생각과 생활을 돌아보는 쪽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효율이라는 제목 때문에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는 방법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에서 다루는 독서와 예술, 호기심과 만족을 보면 일을 처리하는 속도보다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우리는 의무를 먼저 끝내고 남는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한다. 일을 마치고, 다른 사람의 요청을 들어주고, 집안일까지 정리한 다음이다. 그렇게 기다리면 내 시간은 계속 뒤로 밀린다. 해야 할 일을 모두 없앨 수는 없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도 하루 안에 자리가 있어야 한다. 책 읽는 시간은 없어도 별생각 없이 영상을 보는 시간은 생긴다. 피곤해서 쉬었다는 설명과 습관적으로 흘려보냈다는 설명 사이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다고 하루를 빈틈없이 계획하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시간을 잘 쓰겠다고 정한 일정 때문에 오히려 조급해질 수 있다. 책을 읽다가 생각할 것이 생겨도 정해놓은 분량부터 채우고, 대화가 길어지면 다음 할 일을 걱정하는 식이다. 계획을 지켰다는 사실은 남겠지만 그 시간에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는 놓칠 수 있다. 책에서 계획과 함께 피해야 할 함정을 다루는 이유도 이런 문제와 연결해서 읽힌다.


후반부의 정신의 효율은 또 다른 고민을 꺼낸다. 시간이 비어 있어도 머릿속까지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지나간 대화를 다시 생각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다 보면 눈앞의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몸은 쉬고 있는데 생각은 계속 바쁘다. 특히 ‘과거와 결별하기’라는 주제가 남는다. 지난 일을 돌아보며 배울 것은 있어도 같은 후회를 반복하는 동안 오늘 할 일이 밀리고 있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봐야 한다.




독서에 대한 태도도 인상적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몇 권을 읽었는지 성과를 세기 쉽다. 하지만 읽은 내용을 생각하지 않고 다음 책으로 넘어간다면 무엇이 남을까? 각 장 끝의 ‘이 장을 덮기 전에’라는 구성은 잠시 머무를 자리를 마련한다. 읽다가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독서에 포함되는 것이다. 빨리 읽으려고 애쓰던 사람에게는 오히려 속도를 늦추라는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다.


예술을 즐기고 평소 지나치던 것에 관심을 갖는 일도 책에서 다루는 효율의 일부이다. 생산적인 일을 얼마나 했는지만으로 하루를 평가하면 이런 시간은 쉽게 밀려난다. 음악을 듣거나 산책하는 동안에도 무언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보고 듣는 데까지 매번 다른 목적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을 줄여 얻고 싶었던 여유를 막상 갖게 되었을 때 편하게 누릴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시간을 아끼는 일에는 익숙해도 시간을 쓰는 일은 잘 모르고 있었을 수 있겠다고 느꼈다. 빨리 끝내려고 애쓴 뒤에 또 다음 일을 가져오는 생활이라면 여유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책을 읽고 가족과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시간을 계속 나중으로 남겨둘 이유가 있을까? 그런 일들이야말로 여유가 생기면 하고 싶다고 말했던 생활이다. 오늘 한 일이 없다는 아쉬움은 일을 적게 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했던 하루와 멀어져서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인생의효율 #아널드베넷 #여린풀 #시간관리 #멘탈효율 #독서와사색 #삶의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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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 - 갑질, 괴롭힘,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뇌과학
가토 토시노리 저자, 박은주 역자 / 링크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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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오해가 생기면 설명부터 하려고 한다. 내 의도를 알면 상대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설명할수록 말꼬리를 잡고, 하지 않은 말까지 했다고 몰아붙이는 사람이 있다. 대화를 마친 뒤에는 내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보다 무슨 말을 잘못했는지만 생각하게 된다. 다음에는 더 차분하게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정말 내 설명이 부족했던 것일까?


가토 도시노리의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는 반복되는 공격과 괴롭힘을 뇌의 작동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 직장에서의 갑질과 폭언, 가까운 관계에서의 간섭과 통제 등을 다룬다. 책에서는 이런 행동을 설명하면서 ‘가해 모드’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상대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방어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상태라면 논리적인 설명도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상대가 화를 내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찾는다. 돌아봐야 할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업무에서 실수한 것과 모욕적인 말을 듣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일을 고쳐야 한다는 이유로 상대의 공격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 둘을 나누어 생각하지 못하면 내가 조금 더 잘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그러다 상대의 기분을 맞추는 일까지 내 책임처럼 느끼게 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행동의 반복이다. 누구나 감정이 앞서 날카롭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 사과하는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 하는지는 다르다. 불편하다고 말했는데 예민하다는 답만 돌아오고 다음에도 같은 일이 생긴다면 오해로만 보기 어렵다. 평소에는 잘해준다는 이유로 이런 일을 넘기기도 한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나에게 그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화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의 뇌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책의 설명은 반복되는 행동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관점이지 내가 상대를 진단할 근거는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어떤 말을 했고 어떻게 행동했는가이다. 불편함을 이야기했을 때 들으려 하는지, 잘못을 지적받으면 늘 책임을 돌리는지 살펴야 한다. 상대의 마음을 추측하는 것보다 이런 행동을 보는 편이 분명하다.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도 실행하기 어려운 관계가 있다. 직장에서는 매일 만나야 하고 가족이라면 연락을 줄이는 일도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책에서 다루는 반응을 줄이고 상황을 기록하며 믿을 만한 사람과 공유하는 대응이 현실적으로 읽힌다. 혼자 대화를 되짚다 보면 상대가 한 말보다 내가 다르게 말했어야 할 부분만 찾게 될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모든 관계를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대화가 풀리지 않는 책임도 혼자 지게 된다. 상대의 사정을 알게 되면 조금 더 참아야 할 것 같고, 설명할 방법을 찾으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관계를 이어가는 데에는 상대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 충분히 이야기했는데 같은 공격이 계속된다면 더 잘 설명하는 법만 찾을 일은 아니다. 이 책은 상대를 설득하지 못한 것이 반드시 나의 부족함은 아니라는 생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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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 中庸 - 삶의 무게를 잡아주는 2500년의 지혜
자사 원작, 심범섭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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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중용이라고 하면 너무 나서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의견이 부딪치면 양쪽 이야기를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주장의 중간이 언제나 옳을까? 부당한 요구를 절반만 받아들였다고 좋은 판단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갈등을 피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어도 지켜야 할 것을 놓칠 수 있다.


심범섭의 <중용>은 이 고전을 변화하는 상황에서 삶의 무게중심을 잡는 실천 철학으로 풀어낸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상황을 살피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이 함께 있어야 한다. 때로는 분명하게 말해야 하고 때로는 기다려야 한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태도를 중용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책에서 다루는 ‘시중(時中)’이 이 점을 이해하게 한다. 때와 상황에 맞게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이전에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라도 상대와 조건이 달라지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같은 방법을 고집하는 것이 원칙을 지키는 일은 아닐 수 있다. 반대로 분위기가 바뀔 때마다 기준까지 바꾼다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기 어렵다. 행동을 바꾸면서도 기준을 지키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필자는 《주역》의 자연관을 통해 《중용》을 바라본다. 계절이 바뀌고 낮과 밤이 이어지는 자연의 질서를 인간의 삶과 연결한다. 균형이라고 하면 멈추어 있는 상태를 생각했는데 자연은 계속 변하면서 유지된다. 사람의 생활도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힘을 써야 할 때 계속 물러서거나 쉬어야 할 때 무리하면 오래 이어가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행동이 무엇인지 살피는 데에도 노력이 든다.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것을 무조건 부정하지 않는 부분도 현실적이다. 더 나은 생활을 원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얻는 과정과 얻은 뒤의 행동도 함께 봐야 한다. 가족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가족에게 쓸 시간이 없어지고, 좋은 성과를 내려고 주변 사람의 부담을 당연하게 여긴다면 처음의 뜻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무엇을 이루었는지만으로 내 선택을 설명할 수는 없다.




책의 이야기가 본분과 가정, 가까운 인간관계로 이어지는 점도 좋다. 도덕을 생각하면 사회의 큰 문제부터 떠올리지만 평소의 태도에서 드러나는 것도 많다. 밖에서는 조심하는 말을 가족에게는 쉽게 하고, 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지키면서 가까운 사람과의 약속은 미루기도 한다. 편한 관계이니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당연하면서도 쉽게 넘기기 어려웠다.


‘성(誠)’도 이런 생활 속에서 읽게 된다. 진심이라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약속을 지키고 맡은 일을 해내는 행동이 쌓여야 상대도 믿을 수 있다. 한 번 크게 마음을 쓰는 것보다 꾸준히 비슷한 태도를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다. 형편이 좋을 때는 배려하다가 일이 풀리지 않으면 가까운 사람에게 날카로워지는 모습도 생각해본다. 내가 중요하게 여긴다는 가치가 내 기분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지 봐야 한다.


중용을 적당히 하라는 말로 이해하면 마음은 편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판단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양보할 것인지 주장할 것인지, 방법을 바꿀 것인지 더 기다릴 것인지 매번 살펴야 한다.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고 상황이 지나가기를 기다린 것을 균형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중용은 편하게 머물 자리를 정해주는 말이 아니었다. 내가 한 선택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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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
오사지마 마사오 지음, 박현아 옮김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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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더 좋은 집에 살고 소득도 늘어나면 지금보다 만족할 것 같다. 그런데 원하는 것을 얻은 뒤에도 또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온다. 전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느 순간 부족해진다. 내 생활에 불편한 점이 생긴 것일까, 비교하는 사람이 달라진 것일까? 더 많이 가지는 방법은 찾아보면서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지는 잘 묻지 않는다.


오사지마 마사오의 <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은 이런 고민과 연결해서 읽게 된다. 동양철학이라고 하면 사상가의 이름과 어려운 용어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욕심을 어떻게 바라보고 사람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는 지금도 겪고 있는 문제이다. 오래된 생각이라서 현실과 멀어진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고민이 남아 있는 셈이다.


우리는 선택을 잘하려고 정보를 모은다. 어떤 직업이 좋은지, 무엇을 배우면 도움이 되는지 알아본다. 그런데 장단점을 알고도 결정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는 사람과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사람은 같은 기회 앞에서도 선택이 다를 것이다. 남에게 좋은 방법을 많이 안다고 내가 원하는 삶까지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비교할 때는 이 기준이 더 쉽게 흔들린다. 잘 지내다가도 누군가 좋은 집으로 이사했다는 말을 들으면 내 집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 갑자기 필요해진다. 다른 사람을 보면서 배우는 일도 있지만 그 사람이 얻은 것을 나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끝이 없다. 내가 가진 것을 평가하는 일을 매번 남의 소식에 맡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을 모두 버릴 수는 없다. 목표가 있으니 노력하고 새로운 일도 시작한다. 다만 얻을 것만 생각하는 동안 무엇을 잃고 있는지는 봐야 한다. 더 벌기 위해 쉬는 시간을 계속 줄이고, 인정받기 위해 가까운 사람과의 약속을 미룰 수도 있다. 원하던 결과를 얻었는데 생활은 더 힘들어졌다면 처음에 무엇을 원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욕심을 다루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관계에서도 내가 옳다는 생각이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배려했으니 알아줄 것이라 기대하고 충분히 설명했으니 이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는 다른 사정과 기준을 가지고 있다. 서운함이 생겼을 때 상대의 잘못만 따지면 내가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놓친다. 참아야 한다고 결론 내리기 전에 왜 화가 났는지 아는 것이 먼저이다. 그래야 말해야 할 것도 조금은 분명해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보다 왜 하려고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바쁘게 움직일 때는 끝낸 일을 확인하지만 그 일을 하느라 뒤로 미룬 것은 잘 보지 않는다. 철학을 읽는 시간이 당장의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아도 이런 계산을 다시 해볼 여유는 준다. 남의 삶을 보느라 내 생활을 너무 쉽게 부족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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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이동 트렌드 2027 : 투자와 소비의 기준을 바꿀 - 머니 엑소더스·칩 리퍼블릭·영 캐피털·와트 러시·실리콘 칼라·슬림노믹스·오션 리쇼어링·K-에브리씽·머니 릴레이·펫 페어런팅
손희애 지음 / 황금부엉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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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어떤 산업이 유망하다는 말을 들으면 관련 기업부터 찾아본다. AI가 성장한다고 하면 반도체를 떠올리고 한국 문화가 인기를 얻으면 콘텐츠 기업에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시장이 커진다고 그 안의 기업이 모두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매출보다 비용이 더 늘어날 수도 있고 경쟁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성장한다는 이야기 다음을 봐야 한다.


손희애의 <부의 이동 트렌드 2027>은 경제와 기술, 산업과 소비의 변화를 돈의 이동으로 살펴본다. ‘머니 엑소더스’, ‘칩 리퍼블릭’, ‘와트 러시’, ‘실리콘 칼라’ 등 10개의 키워드를 다룬다. 반도체와 전력에서 청년의 생활, 조선, 상속과 반려동물 산업까지 범위가 넓다. 각각을 따로 기억하기보다 어떤 변화가 다음 지출을 만드는지 연결해서 읽는 편이 좋다.


반도체와 전력을 이어서 보는 부분이 흥미롭다. AI를 사용하려면 칩이 필요하지만 칩만 있다고 작동하지는 않는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전기도 있어야 한다. 책은 ‘와트 러시’에서 발전량과 함께 필요한 곳까지 전력을 연결하는 능력에 주목한다.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속도와 기반시설이 갖춰지는 속도는 다를 수 있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제품 바깥에도 해결해야 할 일이 남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산업을 공부하는 질문도 바꾼다. 무엇이 많이 팔릴지 알아보면서 그것을 만들고 운영하려면 무엇을 더 사야 하는지도 보게 된다.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은 어디인지, 그 문제를 해결할 기업은 누구인지 생각한다. 물론 꼭 필요한 산업이라는 사실만으로 개별 기업의 성과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실제 주문과 비용, 이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실리콘 칼라’는 같은 변화를 일자리에서 살펴본다. 책은 AI가 직업 전체를 없애는지보다 그 안의 어떤 업무를 줄이는지에 주목한다. 특히 신입이 맡아오던 업무의 변화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기업이 인건비로 쓰던 돈을 소프트웨어에 쓰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는 매출이 된다. 하지만 일을 하며 경험을 쌓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줄어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돈이 이동한다는 말 안에는 이런 차이도 들어 있다.




새로운 기술만 돈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펫 페어런팅’과 ‘머니 릴레이’에서는 생활과 가족의 변화를 읽게 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생활은 먹거리에서 건강관리와 주거, 여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속 역시 자산을 넘기는 일에 금융과 법률, 돌봄이 연결된다. 사람들이 누구와 살고 무엇을 걱정하는지가 달라지면 비용을 지불하는 곳도 달라진다.


책의 첫 키워드인 ‘머니 엑소더스’는 이 흐름을 국경 밖까지 넓힌다. 수출이 잘되면 원화도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은 무역과 자금 이동을 함께 살펴본다. 여러 시나리오를 다루는 것도 한 가지 지표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전망의 결론만 기억하면 그 결론이 달라질 조건을 놓친다. 책에서 무엇을 예상했는지만큼 무엇을 근거로 삼았는지도 읽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어떤 키워드가 가장 유망한지 고르는 것보다 연결되는 과정에 더 관심이 갔다. AI가 성장하면 전력이 필요하고 업무가 달라지면 기업의 비용과 개인의 소득도 영향을 받는다. 돈이 들어오는 곳을 찾으려면 그 돈을 누가 왜 지불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성장 산업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다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까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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