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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 서툰 말, 더 서툰 마음
강민정 지음 / 좋은땅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을 한다. 생물이라면 누구나 공기를 통해 호흡하는 것처럼 사람이 말을 통해 소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이다. 하지만 호흡을 잘 못하면 건강을 해치듯이 말 또한 잘못 건네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남긴다. 똑같은 말을 해도 상대가 느끼는 감정의 온도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말에도 감정을 전하고 온도를 전하는 결이 존재한다. 무심코 내뱉은 말의 고르지 못한 결 때문에 상처를 받거나 준 적은 없는지 생각해본다. 남자들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많이 서툴다. 나 또한 그러해서 신혼 초에는 배우자에게 자주 지적을 받았다. 의미 없이 원래 하던 대로 전달하는 말투가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필자는 언어를 오솔길이라 말한다. 인적이 드문 곳에 생긴 오솔길에 사람들의 인적이 계속 이어지면 그대로 남지만, 오래도록 찾는 이가 없는 오솔길은 어느새 길의 흔적이 사라지고 만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그대로 상대방에게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언어의 오솔길을 관계, 경청, 나다운 말, 사과 등으로 전한다.

"말은 마음의 모양을 담는 그릇이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마음은 그 형태가 없어서 밖으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평소 내 마음 속에 담고 있었던 것들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말이다. 그래서 말은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모양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하지만 서툰 진심은 상대방에게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말을 조심하게 되고, 그 조심스러움은 침묵으로 이어진다.

"대화는 단순히 말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책을 천천히 읽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사람은 누구나 말을 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다. 뮤지컬 배우들이 동일한 대본으로 같은 역할을 할 때도 차이가 있듯, 대화를 할 때도 단순히 말 이상의 것들이 오고 간다. 말에는 단어도 있고, 뉘앙스도 있다. 목소리 톤도 있고, 부드러움도 있다. 이런 형식적인 부분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책을 읽듯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뇌리에 남는다.

"어쩌면 그는 신념이 강한 사람이기보다, 타인의 감정을 읽는 데 서툰 사람일 수 있다."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 사람의 감정을 잘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를 알고자 하는 대화는 경청이 기본이다. 때로는 말보다는 침묵이, 주장보다는 질문이 더 많은 감정을 이끌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선의의 거짓말이 나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즉 때로는 진실이 신념이라기보다 타인의 감정을 읽는데 서툴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존칭의 유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언어에 어떤 진심어린 태도가 담겨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각종 학연, 지연 등으로 만나는 사람과도 쉽게 말을 놓치 못한다.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가급적 존칭을 사용한다. 어떤 사람은 이런 내가 친숙에 서툴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존칭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물론 존댓말을 쓴다고 진정한 배려가 담긴 것은 아니지만 나는 배려와 존중의 마음을 담아 존댓말을 사용한다.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있다. 하지만 그녀는 '보호'라는 이름으로 강요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비난하고 조종하며,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평가하고 통제하려 한다."
이 구절을 읽다가 뜨끔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내가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건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말을 하기보다 부모의 입장에서 내 가치관을 주입시키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 사랑하는 마음도 제대로 표현해야 진짜 사랑이 된다. 사랑의 표현하는 방식이 공격적이라면 그것은 정신적 학대라고 말한다. 스스로 아이들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