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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맥도 괜찮아 용기만 있다면 - 250만 명의 인생을 바꾼 배짱 이야기
이시형 지음 / 풀잎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나는 전형적인 I형 인간이다.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처음 만나는 사람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특히 상대방이 여성일 경우에만 얼굴이 벌겋고 달아오르고 숨이 가빠왔으며 눈을 마주치는 것은 고사하고 말한마디도 건네지 못했다. 대기업 금융기관에 들어가서 영업을 배웠고, 이후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I형 인간의 면모가 남아있다.
<숙맥도 괜찮아 용기만 있다면>은 이시형 박사가 1982년에 집필한 <배짱으로 삽시다>의 개정판이다. 무려 45년 전에 쓴 책인데 지금 읽어보아도 현실적인 괴리감을 느낄 수 없다. 무려 반 백년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책에 실린 내용이 진리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기술의 발전과 무관하게 필자가 강조하는 체면, 추진력, 결단력, 소심증, 소신, 미안과잉증, 열등감, 대인불안, 조급증 등 9가지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45년 동안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뚝 섰다. 그 중심에는 문화체육 분야를 비롯해 반도체, 화장품, 자동차, 방산, 조선 등이 있다. 대한민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대한민국의 존재도 몰랐던 시대에도, 그리고 지금도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인간의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 책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이 기질에 대해 다루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인은 과거로부터 소심한 기질을 가지고 있고, 여전히 존재한다고 본다. 자신감과 도전 정신으로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향성, 위축감은 남아 있어 사회생활의 큰 장애로 작용한다. 필자는 이를 '소심공포증'이라 명하고 대표적인 인물 유형으로 '숙맥'을 제시한다. 요즘 유행하는 MBTI 유형으로는 I형에 해당한다. 필자가 제시하는 유형과 그에 대한 여러 조언은 바로 전형적인 I형인 나를 위한 조언이다.

소심공포증, 숙맥, I형 인간 모두 나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나 스스로도 소심한 소문자 트리플 A형(aaa)이라고 이야기할 정도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였다. 물론 지금은 직업상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이야기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간혹 어색함이 감돌 때도 있다.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힘들었으면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해야 하는 연단 공포증은 오죽했을까? 2006년부터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얼마나 떨었는지 목소리에 그 떨림이 전달되어 나왔다. 심지어 그 몇분을 이야기하고 나오면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필자는 의식적으로 잘하려는 노력이 지나치면 중추가 균형을 잃어서 실력 발휘를 막는다고 말한다.
어릴 적부터 예의를 지키고, 실패를 하지 않도록 지나치게 훈련을 받아온 탓이다.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보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쓰다보니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진다. 안전을 우선으로 여기고 편안한 것만 추구하다보니 새로운 것에는 거부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필자는 일단 아무렇게나 해보라고 한다. 절대 피하지 말고, 잘못되면 고치면서 수정하면 된다고 말이다.
결국 조준-조정-발사의 순서가 아니라 일단 조준했으면 발사하는 것이 먼저이다. 발사하고 나면 영점을 조절할 수 있다. 다음에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를 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5년 전에도 통했던 삶의 지혜가 지금도 여전히 통한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