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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간이 되었습니다 - 거꾸로 본 인간의 진화
박재용 지음 / Mid(엠아이디)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지구상에 최초로 나타난 생물은 아니다. 보통 인간은 동물이 진화한 형태로 본다. 약 38억년에 이르는 지구 생명의 진화 과정 중에 극히 짧은 기간을 차지할 뿐이다. 지금도 인간의 진화론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다. 그러고 보면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인간은 진화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러나 과연 어떤 동물에서 진화한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해답은 없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는 듯 하다. 다만 내가 요즘 느끼는 진화의 관점은 단순하다.
1900년대 사진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얼굴과 그 모습들을 2020년의 오늘날 비교해 보면 자명하다. 굳이 1900년까지 가지 않아도 1980년대 대한민국 배우들의 외모와 현대 배우들의 외모를 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화장품과 패션, 유행들이 한 몫 하겠지만 얼굴이 더 하얘지고 더 조각같아 졌다고 해야 할까?
저자는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 년의 비밀' 시리즈의 <멸종>, <짝짓기>, <경계>를 집필했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진화에 대해 할 말이 참 많은 것 같다는 것이다. 에필로그에 보면 분량의 문제로 이 책에 다 담지 못한 주제에 대한 아쉬움이 잔뜩 묻어 있다.
이 책은 인간 자체의 진화에 대한 부분을 다루었기 때문에 세부적인 뇌와 신경계, 각종 호르몬과 내분비 기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몸에 난 털이 아주 가늘고 짧으며, 직립보행을 하고, 거리를 잴 수 있는 눈을 가지고, 도구를 사용하며, 말을 하고, 알 대신 새끼를 낳고, 꽤 많은 경우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동물은 사람이 유일합니다.
책을 여는 서문의 첫 문장이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인간의 특징을 잘 정리한 말이다. 서문에 서술한 내용들은 인간만이 가진 특징은 아니다. 각각 별개로 보면 많은 동물들과 공통점이 많다.
코끼리도 몸에 난 털이 짧고, 캥거루도 직립보행을 하고, 개미와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하며, 포유류 대부분이 새끼를 낳고, 대부분의 바닷새들이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 다만 이 모든 조건을 다 갖춘 건 인간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진화를 한가지 측면에서 보지 않는다. 나는 인간은 영장류에서 진화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자는 영장류서의 정체성, 포유류로서의 정체성, 육상 척추동물로서의 정체성과 척수동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책 부록으로 4가지의 분류도를 제공한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로부터 시작되는 호모 계통의 발생도, 영장류 계통의 분류도, 포유류 계통의 분류도, 척삭동물의 분기도를 볼 수 있다.
영장류 계통 분류도를 보면 날원숭이목과 영장목의 분류를 볼 수 있다. 인간은 날지 못하는 영장목, 즉 원숭이 형태에서 진화했다고 본다. 포유류 계통 분류도를 보면 사람과 원숭이는 같은 영장동물이고 설치동물과 같은 영장상목을 구성한다. 토끼와 쥐같은 설치동물과 근원이 같다는 것은 놀랍다.
척삭동물의 분기도를 보면 인간의 진화를 물고기로부터 본다. 특히 먹장어와 척추동물이 같은 뿌리를 가진다는 사실 또한 새롭고 놀랍다.
저자는 포유류, 영장류, 척삭동물 등의 관점에서 인간의 진화를 바라보고, 흔적들을 통해 증거를 제시한다. 설명 뒤에 첨부된 사료와 그림들을 보면 약간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관점을 배우게 된다.
마케팅을 공부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진화심리학을 배우게 된다. 말 그대로 진화론에 기초하여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한 분야다. 물건을 만들어서 잘 팔기 위해서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와 진화론적 특징을 잘 알아야 한다. 인간의 구매 행위에는 많은 요소들이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무의식을 지배하는 부분이 바로 진화론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영업은 필수다. 잘 팔기 위해서는 인간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간을 잘 이해하려면 진화론에 대한 이해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진화했느냐 창조되었느냐의 논쟁보다는 무의적인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지식의 확장이라고 보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