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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게 말을 걸다 - 난해한 미술이 쉽고 친근해지는 5가지 키워드
이소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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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6. 누구도 매일 완전하게 목적 있는 삶을 위해 달려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느 날은 헤매고, 어느 날은 돌아가고, 어느 날은 잠시 서서 방향을 살피고, 다시 정처 없이 걸을 것입니다. 이렇게 누구든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움직이며 보냅니다.…(중략)…움직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활동이라고, 자코메티의 작품은 늘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걷는다는 건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언제나 처음 만나 '인사'를 건넬 때는 무언지 모르게 어색해서 힘이 든다. 그런데 잘 지내다가 어느 순간 멀어졌던 이를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눌 때는 어색함을 넘어 난감하기까지 하다. '미술'과의 만남이 그런듯하다. 어릴 때 가장 먼저 했던 예술 활동이 그림 그리기라면 가장 먼저 멀어져 버린 예술 활동도 그림 그리기인듯하다. 아마도 미술이 즐거운 예술 표현에서 교과목이 되는 순간, 많은 미술 사조를 외우야 하는 순간 이미 미술과는 이별을 마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p.35. "미술은 보이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 파울 클레

저는 비슷한 맥락에서 '미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한다는 것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편견없이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술과의 난감한 만남에서 조금은 친근하게 '인사'를 건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매력적인 책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예술가의 사적인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다는 저자 이소영이 들려주는 정말 흥미로운 예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책을 만난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개성 있는 저자를 만나보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그런데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 이름도 흥미롭다. 카시오페아. 소설 『모모』에 등장하는 거북이 이름이라고 한다.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는 그냥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p.36. 미술 작품과 친해지는 최고의 방법은 작품을 내 방식대로 보고, 내 방식대로 묘사하는 단계라는 것을요.

<미술에게 말을 걸다>는 두 파트(Part)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미술에 친한척하기 위해서 왜 우리는 미술과 친하지 않은 지부터 살펴본다. 그리고는 미술과 친하게 지내는 데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거기에 저자는 미술과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도와줄 책들을 소개해주는 친절함도 잊지 않고 있다. 두 번째 파트의 제목은 '미술과 친해지는 5가지 방법'이다. 미술과 친해질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을 아름다운 작품들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p.113. 미술과 친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좋아하는 화가를 찾는 것입니다.


그중 두 번째 방법은 '#작가 시작은 단순하게, 좋아하는 작가 한 명으로'라는 부제를 달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가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을 맡은 작가는 누구일까? 살아서는 외로웠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펜이 많은 작가 빈센트 반 고흐가 시작을 맡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미술과 친해지는 방법 중 하나로 좋아하는 작가를 선택해보라 권한다. 그리고 그 작가의 작품을 시작으로 조금씩 미술에 대한 관심의 범위를 넓혀가는 즐거움을 소개하고 있다. 나머지 방법들도 재미난 이야기와 훌륭한 작품을 함께 보여주며 알려주고 있어서 편안하게 '난해한 미술'을 접할 수 있었다.

이별했던 미술과의 만남을 쉽고 편안하게 만들어줄 <미술에게 말을 걸다>와 함께 미술 작품 그리고 예술가를 만나보는 즐거움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가까운 전시회를 찾아서 미술에게 반갑다고 말을 걸어보고 싶다는 용기를 팍팍 심어주는 매력적인 책, 저자가 작품이나 작가를 보며 느꼈었던 깊이 있는 사유를 훔쳐볼 수 있는 책 <미술에게 말을 걸다>와 깊어진 겨울밤을 함께 보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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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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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서,어서 대답해야 해.

         - 네가 좋아하는 대로 해도 돼.

         - 선택해도 돼. 너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

         - 네가 어떤 답을 내더라도, 나는 그것에 따르겠어.

 

2012년『헌티드 캠퍼스』로 제19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독자상을, 『적과 백』으로 제25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한 구시키 리우<사형에 이른 병>을 만나보았다. 연쇄살인범의 심리와 살인마로 인해 심각한 육체적, 심리적인 피해를 입은 이들의 심리를 너무나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소설의 시작을 맛보았다면 단번에 끝까지 읽어야 하는 치명적인 재미를 담은 책이다.

 

전형적인 질서형 살인범 하이무라 야마토의 타깃은 열여섯 살에서 열여덟 살의 고교생으로 염색도, 피어싱도 하지 않은 용모단정한 남녀 청소년들이다. 야마토가 그렇게 정성 들여 선택한 대상은 공식적으로 24명이다. 그들의 목숨을 빼앗고 생각만 해도 아찔한 '전리품'을 챙기던 야마토는 결국 경찰에 잡혔고 그중 9건의 살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는다.

 

그런데 이 살인마 야마토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선다. 어차피 사형되겠지만 9건의 사건 중 마지막 한 건은 맹세코 자신의 범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마토가 챙긴 전리품은 무엇일까? 그는 왜 억울하다고 하는 것일까? 야마토의 너무나 잔인한 소년 범죄 이력만 보더라도 전혀 억울할 것 같지 않은데.

 

p.348."법률에서 살인을 살인죄로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고의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했는가'여부야. 요컨대 의사의 문제지."

 

이야기의 시작은 존재감 없는 대학 생활을 하고 있던 마사야가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야마토의 편지를 받으면서 전개된다. 보잘것없는 대학을 다니며 취직 걱정에 시름해야 할 마사야는 야마토의 청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마사야는 연쇄살인범의 유형과 심리에 관한 책을 읽고, 사건 기록을 토대로 관련자들을 만나 진실을 밝히려 노력한다. 정말 오랜만에 활기찬 날들을 보내며 예전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하다.

 

아니, 마사토의 인생에 깊숙이 빠져들어 마사토와 비슷한 인간이 되어가는 듯하다. 자신감을 넘어 타인을 무시하는 우월감에 취해버린다. 그런데 마사야 자신은 우등생 시절의 자신감 넘치던 자신으로 돌아왔다는 심각한 착각에 빠진 체로 진실을 찾아 헤맨다.

 

p.274. 하이무라 오리코에게 맡겨진 것은 옛날이야기의 해피엔드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출발선이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잊을만하면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는 참 신기한 소설이다. 마사야와 야마토의 접점은 무엇일까? 야마토는 왜 마사야를 선택했을까? 정말 야마토는 억울한 상황에 처한 것일까? 도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마사야는 끝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찾지 못할까? 야마토의 억울함은 풀 수 있을까? 야마토가 준 사진을 보고 마사야는 왜 그렇게 놀랐을까?

 

살인마의 인생을 추적하다가 마주하게 되는 자신의 삶에 놀라는 마사야. 자신이 알고 있던 자신의 인생이 왜곡된 삶이었다면, 그리고 그 왜곡된 삶을 남의 인생 속에서 만나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정말 한도 끝도 없는 의문들로 책장을 빠르게 넘기게 하고 그때마다 상상하지 못했던 반전으로 답을 주는 작가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살인마 야마토를 만나게 된다면 그 어떤 '선택'도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선택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지금 바로 살인마 야마토가 기다리고 있는 <사형에 이르는 병>을 선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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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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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소개되면서 다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책 <멋진 신세계>를 만나본다. 이 책은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미래의 전체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까닭에 소설<멋진 신세계>는 조지 오웰의 『1984』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1949년 발표된『1984』가 정치적 이념에 더 중점을 두고 전체주의를 다루고 있다면 <멋진 신세계>는 과학 문명의 발달을 중점으로 전체주의를 다루고 있는듯했다. 빅브라더의 감시를 받아야 했던 『1984』의 민중들은 이 작품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포드'의 관리와 감시를 받게 된다. 전체주의의 상징 중 하나인 '표어'는 이 작품에도 등장한다.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

 

이 이야기는 A.F.632년의 일이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세계국의 기원은 '포드'다. 아마도 자동차의 대량 생산으로 몰개성 한, 똑같은 외양의 자동차를 생산했던 포드 자동차의 모습을 바탕으로 소설을 구상했는지도 모르겠다. 전체주의가 필요로 하는 몰개성, 동일성을 이루어낸 포드는 신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포드신을 중심으로 한 조직의 계급이 존재하는 세계가 '멋진 신세계'이다.

알파(α), 베타(β), 감마(γ), 델타(δ), 입실론(ε)

 

그런데 그 계급은 개인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고 그 탄생도 어머니의 모체가 아니라 부화 센터라는 점이 씁쓸하고 차갑게 느껴진다. 거기에 영유아기에 실시되는 세뇌 교육은 여기가 왜 신세계인가 아니 왜 멋진가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행복이 세뇌로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해도 그게 진정한 행복일까? 전체주의적인 교육으로 획일적인 생각과 행동을 보이는 이들 중에서 진정한 삶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 이가 있다면 그는 당연히 왕따가 될 것이다. 그런 왕따 버나드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p.152. "그럼요,지금은 누구나 다 행복하고말고요. 우린 다섯 살 때부터 아이들에게 그런 소리를 하쬬. 하지만 당신은 다른 방법으로 행복해지는 자유를 누리고 싶지 않나요,레니나?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의 방법이 아니라 당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말이예요."

 

전체 사회와는 다른 행동으로 헨리 (부화 - 습성 훈련국장)의 눈밖에 난 버나드는 아이슬란드 전출이라는 경고를 받는다. 하지만 계획대로 레니나와 함께 뉴멕시코의 보호구역 말파이스로 휴가를 떠난다. 그곳은 신세계인들이 말하는 야만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즉 그곳은 우리들이 사는 곳이다. 어머니가 존재하고 우리가 아는 상식이 통하는 세계이다. 이제 이야기는 신세계와 우리가 사는 세계를 비교하듯이 전개된다. 소마라는 알약 하나만 먹으면 늘 행복할 수 있는 세상, 세상의 모든 것이 공유인 세상 그래서 매일 상대를 바꿔 사랑을 나누는 세상인 '멋진 신세계'와 지금 우리의 세상 중에서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느 세상을 선택하겠는가?

 

p.243.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성공은 버나드의 머리를 핑핑 돌게 만들었고, 성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모든 좋은 마취제가 다 그렇듯이) 그때까지는 꽤나 못마땅하다고 느꼈던 세계와 완전히 타협하기에 이르렀다.

 

야만인 세상에서 '멋진 신세계'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쥔 버나드는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카드는 '멋진 신세계'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정말 순식간에 끝까지 읽은, 읽을 수밖에 없었던 책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나 놀라워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작품이 발표되었던 시대를 몇 번이나 뒤돌아보게 된 작품이다. 인간의 대량 생산으로 개성이나 존엄성이 사라져버린 '멋진 신세계'와 모두가 '성공'이라는, '돈'이라는 함정에 빠져 개성과 존엄성이 상실되어 가고 있는 요즘의 세상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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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2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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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6. 사람이 무언가에 동의하면치 역시 동의해야 한다.(이보어)

2019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의 2권째를 만나본다. 1권을 처음 만나 읽을 때 느꼈던 당혹감은 사라지고 2 권은 더 재미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출생의 작가 치고지에 오비오마 가 들려주는 '이보 신화'와 그들의 생각과 문화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소설의 큰 틀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남녀 간의 사랑, 그리고 그 둘의 신분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슬픔과 아픔. 그렇게 단순한 스토리를 아름다운 시처럼 표현하고 그 속에 인간의 심리를 담아내서 마치 신화 속 주인공들의 사랑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마도 '치'가 신도 만나고 죽은 조상들도 만나 주인공 치논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형식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p.107. 에그부누시여, 저는 인간과 치가 지닌 근원적인 약점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키프로스에 온 치논소는 친구 자미케를 만나 어떤 미래를 만나게 될까? 나이지리아에 남은 은달리는 또 어떤 미래를 만나게 될까? 결정적으로 이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모든 질문에 '치'는 대답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치'는 자신의 주인 치논소를 존중하기 때문에 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늘 "저는 그런일을 여러번 보았습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치논소의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p.282. 오니에-에지-오무메 ; 의로운 사람 (이보어)

2권에서 친구 자미케를 주인공은 의로운 사람이라 부른다. 하지만 치논소의 모든 불행의 시작이 어쩌면 자미케를 만나면서부터라고 생각이 들어서 치논소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둘은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 슬프고 아픈 치논소의 현재를 감당해 나간다. 하지만 치논소는 현재의 바탕이 된 과거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방황을 한다. 현재를 살지도 못하니 미래도 없다.

p.309. 인생이 거기, 그 얼굴에 있었습니다. 그가 한때 알았덩 인생이 말입니다. 하지만 주인은 그 얼굴을 알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뭔가 달라졌지만, 많은 부분은 또 익숙한 얼굴이었지요.

그런 그를 '치'는 왜 신들 앞에서 또 조상들 앞에서 변론해 주고 있는 것일까? 과거에 집착해서 현재도 버티지 못하는 치논소를 '치'는 왜 보호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 소설을 읽어보면 그 까닭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한 남자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을까? 은달리의 사랑으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던, 은달리와의 미래를 꿈꾸던 치논소는 그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파괴되는 것을 보게 된다. 치논소에게 은달리는 미래의 설계자였고 또한 현재의 파괴자였다.

p.315. 두려움은 지위가 낮은 신, 인류의 우주를 조용히 다스리는 자입니다.

1권의 첫 번째 '주문'만 잘 넘기면 정말 신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가슴 아픈 사랑이 기초가 되니 이야기는 너무나 아름답고, 알 수 없는 미래가 이야기를 더욱 신비하게 만들고 있다. 사랑이 떠날까 봐, 사랑이 변할까 봐 두려운 이들이 있다면 인생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사랑을 통해서 풀어낸 슬프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그리고 무척이나 신비로운 이야기<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를 꼭 만나보기 바란다. 이 글을 쓰면서 나의 '치'에게 부탁하고 싶어졌다. 알란디이치에에 갔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큰 소리로 내게 바른 말을 해달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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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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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가 고향인 작가 치고지에 오비오마의 작품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를 만나보았다. 이 소설은 1권과 2권 두 권으로 구성된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데뷔작『어부들』로 다수의 상을 수상하고 2015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었다. 그리고 2019년 이 작품<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로 다시한번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5년에는'세계의 100대 사상가'로 지명되기도 했던 작가의 작품이니 만큼 '생각'은 기본이고 '철학'은 덤으로 담겨있는 소설이다.

p.106. 오니에 카 은마두 카 치 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치보다 대단하다(이보어)

오바시디넬루시여-

1권의 첫 문장이다. 첫 문장부터 이건 뭐지 싶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가 배경인 이 작품을 읽는 재미 중에 하나가 '이보 신화'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접하는 것은 언제나 설렘과 함께 기대치가 올라가고는 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이보 신화'와 '이보어'에 대한 기대는 한없이 높게 가져도 될 것 같다.

p.220. 추쿠시여, 저는 사람이 모욕을 당하면 그의 행동은 수치심에 의해, 그의 의지는 절박함에 의해 빚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신비하고 흥미롭다. 철학적인 신들이 등장하고 조상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 앞에 나서서 주인공 치논소를 대변하는 '치'가 등장한다. 치는 누구일까? 치의 존재부터가 흥미롭고 재미나다. 그리고 솔직히 이 작품의 주인공은 치논소라기 보다는 신들 앞에서 치논소를 대변하는 '치'일지도 모르겠다.

p.88. 위대한 아버지들이 자주 말하듯, 사랑은 남자의 삶의 온도를 바꾸어놓습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 치논소는 약한 새들을 사랑하는 한없이 순수한 청년이다. 하지만 우연히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는 한 여인을 만나고서 치논소는 변하게 된다. 엄청난 모멸감을 참아낼 만큼,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하게 된 은달리를 위해 청년 치논소는 유학길에 오른다. 키프로스로 떠나는 치논소의 각오는 비장했고 그를 기다리겠다는 은달리의 눈물은 믿음직스러웠다.

p.177.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니까. 오니에 오그베니에는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해.

너무나 큰 신분의 차이가 만들어낸 비극에도 자신들의 사랑을 키워가던 주인공 치논소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미래는 아무도 몰랐다. 그를 대변하는 '치'마저도 그 둘의 사랑을 예측할 수 없었다.

p.182. 다른 인간에게 신뢰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릴 뿐이며, 그 누구도 고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 누구도 말입니다! 저는 그런 일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1권은 '치'라는 새롭고 신비한 존재가 등장하면서 처음부터 재미나게 시작했다. 하지만 신들의 세계를, 조상들의 세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조금 벅차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씩 이보어에 정들어가면서 어려운 이름을 가진 신들에게도 정붙일 수 있었다. 늘 당하기만 하던 치논소에게 친구 자미케가 찾아오면서 그에게도 사랑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온다. 그리고 친구 자미케를 만나기 위해,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치논소는 정든 고향, 사랑하는 은달리를 떠나면서 소설은 2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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