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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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가 고향인 작가 치고지에 오비오마의 작품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를 만나보았다. 이 소설은 1권과 2권 두 권으로 구성된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데뷔작『어부들』로 다수의 상을 수상하고 2015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었다. 그리고 2019년 이 작품<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로 다시한번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5년에는'세계의 100대 사상가'로 지명되기도 했던 작가의 작품이니 만큼 '생각'은 기본이고 '철학'은 덤으로 담겨있는 소설이다.

p.106. 오니에 카 은마두 카 치 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치보다 대단하다(이보어)

오바시디넬루시여-

1권의 첫 문장이다. 첫 문장부터 이건 뭐지 싶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가 배경인 이 작품을 읽는 재미 중에 하나가 '이보 신화'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접하는 것은 언제나 설렘과 함께 기대치가 올라가고는 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이보 신화'와 '이보어'에 대한 기대는 한없이 높게 가져도 될 것 같다.

p.220. 추쿠시여, 저는 사람이 모욕을 당하면 그의 행동은 수치심에 의해, 그의 의지는 절박함에 의해 빚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신비하고 흥미롭다. 철학적인 신들이 등장하고 조상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 앞에 나서서 주인공 치논소를 대변하는 '치'가 등장한다. 치는 누구일까? 치의 존재부터가 흥미롭고 재미나다. 그리고 솔직히 이 작품의 주인공은 치논소라기 보다는 신들 앞에서 치논소를 대변하는 '치'일지도 모르겠다.

p.88. 위대한 아버지들이 자주 말하듯, 사랑은 남자의 삶의 온도를 바꾸어놓습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 치논소는 약한 새들을 사랑하는 한없이 순수한 청년이다. 하지만 우연히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는 한 여인을 만나고서 치논소는 변하게 된다. 엄청난 모멸감을 참아낼 만큼,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하게 된 은달리를 위해 청년 치논소는 유학길에 오른다. 키프로스로 떠나는 치논소의 각오는 비장했고 그를 기다리겠다는 은달리의 눈물은 믿음직스러웠다.

p.177.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니까. 오니에 오그베니에는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해.

너무나 큰 신분의 차이가 만들어낸 비극에도 자신들의 사랑을 키워가던 주인공 치논소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미래는 아무도 몰랐다. 그를 대변하는 '치'마저도 그 둘의 사랑을 예측할 수 없었다.

p.182. 다른 인간에게 신뢰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릴 뿐이며, 그 누구도 고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 누구도 말입니다! 저는 그런 일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1권은 '치'라는 새롭고 신비한 존재가 등장하면서 처음부터 재미나게 시작했다. 하지만 신들의 세계를, 조상들의 세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조금 벅차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씩 이보어에 정들어가면서 어려운 이름을 가진 신들에게도 정붙일 수 있었다. 늘 당하기만 하던 치논소에게 친구 자미케가 찾아오면서 그에게도 사랑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온다. 그리고 친구 자미케를 만나기 위해,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치논소는 정든 고향, 사랑하는 은달리를 떠나면서 소설은 2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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