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2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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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6. 사람이 무언가에 동의하면치 역시 동의해야 한다.(이보어)

2019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의 2권째를 만나본다. 1권을 처음 만나 읽을 때 느꼈던 당혹감은 사라지고 2 권은 더 재미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출생의 작가 치고지에 오비오마 가 들려주는 '이보 신화'와 그들의 생각과 문화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소설의 큰 틀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남녀 간의 사랑, 그리고 그 둘의 신분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슬픔과 아픔. 그렇게 단순한 스토리를 아름다운 시처럼 표현하고 그 속에 인간의 심리를 담아내서 마치 신화 속 주인공들의 사랑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마도 '치'가 신도 만나고 죽은 조상들도 만나 주인공 치논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형식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p.107. 에그부누시여, 저는 인간과 치가 지닌 근원적인 약점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키프로스에 온 치논소는 친구 자미케를 만나 어떤 미래를 만나게 될까? 나이지리아에 남은 은달리는 또 어떤 미래를 만나게 될까? 결정적으로 이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 모든 질문에 '치'는 대답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치'는 자신의 주인 치논소를 존중하기 때문에 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늘 "저는 그런일을 여러번 보았습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치논소의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p.282. 오니에-에지-오무메 ; 의로운 사람 (이보어)

2권에서 친구 자미케를 주인공은 의로운 사람이라 부른다. 하지만 치논소의 모든 불행의 시작이 어쩌면 자미케를 만나면서부터라고 생각이 들어서 치논소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둘은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 슬프고 아픈 치논소의 현재를 감당해 나간다. 하지만 치논소는 현재의 바탕이 된 과거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방황을 한다. 현재를 살지도 못하니 미래도 없다.

p.309. 인생이 거기, 그 얼굴에 있었습니다. 그가 한때 알았덩 인생이 말입니다. 하지만 주인은 그 얼굴을 알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뭔가 달라졌지만, 많은 부분은 또 익숙한 얼굴이었지요.

그런 그를 '치'는 왜 신들 앞에서 또 조상들 앞에서 변론해 주고 있는 것일까? 과거에 집착해서 현재도 버티지 못하는 치논소를 '치'는 왜 보호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 소설을 읽어보면 그 까닭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한 남자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을까? 은달리의 사랑으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던, 은달리와의 미래를 꿈꾸던 치논소는 그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파괴되는 것을 보게 된다. 치논소에게 은달리는 미래의 설계자였고 또한 현재의 파괴자였다.

p.315. 두려움은 지위가 낮은 신, 인류의 우주를 조용히 다스리는 자입니다.

1권의 첫 번째 '주문'만 잘 넘기면 정말 신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가슴 아픈 사랑이 기초가 되니 이야기는 너무나 아름답고, 알 수 없는 미래가 이야기를 더욱 신비하게 만들고 있다. 사랑이 떠날까 봐, 사랑이 변할까 봐 두려운 이들이 있다면 인생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사랑을 통해서 풀어낸 슬프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그리고 무척이나 신비로운 이야기<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를 꼭 만나보기 바란다. 이 글을 쓰면서 나의 '치'에게 부탁하고 싶어졌다. 알란디이치에에 갔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큰 소리로 내게 바른 말을 해달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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