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에로의 소원해결소
요코제키 다이 지음, 권하영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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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눈에 띄는 분장을 한 사람이 다가오면 피하게 된다. 무언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 개업 점포 홍보를 위한 과한 분장이나 복장의 사람들은 피하고 본다. 그런데 제56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 요코제키 다이는 지방의 작은 도시의 길에 삐에로를 등장시켜서 재미와 흥미를 끄집어내고 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삐에로라면 피하지 않고 만나보고 싶다. "소원을 하나 말해 보세요."(p.30.)


《삐에로의 소원해결소ピエロがいる街》 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내용은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사소한 소원을 들어주는 거리의 삐에로를 둘러싼 잔잔한 흐름의 소설은 아니다. 지방 소도시의 소멸 위기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고 한편으로는 작은 마을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살인사건'을 들려준다. 삐에로는 소원을 듣고 최선을 다해 길에서 만나 인연들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유쾌한 문장들이 재미나고 흥미로운 '소원'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에드가와 란포상을 받은 작가답게 재미난 이야기에 사회문제를 더하고 과거 사건의 진실을 들추고 미스터리를 덧붙여 멋진 이야기를 만들었다. 삐에로는 취업 준비로 지친 료에게 다가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놀라운 제안을 한다. 삐에로가 램프의 요정처럼 어려운 소원을 들어주는 판타지 소설은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며 도시의 밤을 돌아다닌다. 얼떨결에 삐에로를 도와주는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료는 삐에로와 함께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인연因緣'을 만들게 된다. 그 인연은 어떤 터닝포인트를 가져오게 될까? 30년 전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마음 따스해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살인 사건이 포함된 이야기가 따뜻하게 진행될 수 있는 까닭은 직접 만나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삐에로의 정체가 던지는 '반전'은 놀라웠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삐에로의 정체를 '편견'에 빠져 놓치고 말았다. 언제쯤 편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멋진 반전이 놀라움을 선물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북플라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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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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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범죄 소설을 다수 집필했으며 작품 대부분이 영상화된 아르헨티나의 대표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작품을 만나보았다. 그해 가장 뛰어난 범죄 소설에 수여되는 대실해밋상을 2021년 만장일치로 수상한《신을 죽인 여자들》은 세 자매의 종교적 신념을 소재로 여성에게 가해진 사회적 압제를 폭로한 우수한 작품이란 평을 듣는 장편소설이다.


p.18. 그날 나는 무신론자라는 말이 저주이자 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을 처음 접한 느낌은 종교적인 억압과는 거리가 멀었다. 동생 아나의 잔인한 죽음으로 인해 언니 리아가 신을 부정하고 종교적인 삶을, 가족을 떠나 동생을 살해한, 토막 내 불태운 범인을 찾아내는 미스터리 소설 같았다. 하지만 챕터를 한 장씩 넘기면서 점점 더 종교적으로 억압된 여성의 삶이 부른 비극으로 다가왔다.


p.111. 이처럼 부모님은 세상의 모든 것이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 믿었다.

이 책은 각 챕터의 화자(話者)가 다르다. 그리고 그 화자가 챕터의 제목이다. 그렇게 사건과 관련 있는 이들이 들려주는 30년 전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당시 열일곱 살이던 소녀 아나의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들이 하나둘 풀린다. 그런데 동생 아나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아르헨티나를 떠나 스페인에 정착한 언니 리아를 시작으로 리아를 귀염둥이라 부르던 아버지 알프레도가 죽기 전에 쓴 편지를 가지고 이모 리아를 만나러 온 큰언니 카르멘의 아들 마테오로 이어지던 챕터의 마지막 제목이 설마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불안하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설마. 그런데 마지막 챕터의 화자는 자신은 죄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숨겨진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아나를 잔인하게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p.356. 나는 그 어떤 범죄를 저지르지도, 죄악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30년 동안 귀염둥이 막내딸 아나의 죽음이 숨겨놓은 진실을 찾고자 노력했던 아버지 알프레도가 둘째 딸 리아에게 쓴 편지에는 30년 전 그날의 진실이 담겨있을까? 하지만 리아의 죽음은 원인이 중요하지 않다. 사후 발생한 엄청난 사건의 진실이 더욱 충격적이다. 30년 전 토막 난 채로 불태워진 소녀 리아는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을까? 놀라운 흡인력을 가진 멋진 작품이다. 이름이 다소 어려운 작가지만 기억 속에 클라우디아 피녜이로라는 이름을 저장하고 싶다. 또 다른 작품으로 꼭 다시 만나보고 싶은 작가다.



"푸른숲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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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특서 청소년문학 35
김영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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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의 청소년 브랜드 특서청소년문학의 서른다섯 번째 책을 만나본다. 표지 그림을 보고 오래전 어릴 적 보았던 영화 속 외계인을 떠올렸다. 푸른문학상 수상 작가 김영리가 만들어낸 청소년 SF 《로고》의 첫 문장은 무언가 과학보다는 인문학에 가깝다. '세계관이 중요하다.(p.8)' 열다섯 살 소년의 세계관은 어떤 모습일까? 세계관(世界觀worldview) 우리가 가진 세계관, 사회를 바라보는 가치관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청소년 소설이다.


p.124. 유전자 조합 기술로 태어나지 않은 나는 구형 로봇에 가까웠다.


먼 미래 인간은 유전자 조합을 통해 월등한 존재로 변화한다. 하지만 그 변화를 거부한 인간도 있고 바로 그 인간이 주인공 '인류'다. 이름부터 무언가 묵직한 포스가 느껴지던 인류가 구형 로봇 '미래'를 만나면서 이야기의 전개 속도는 무척이나 빨라진다. 인류의 미래. 그런데 구형 로봇은 육상이 아닌 지하에서 일하게 되어있다. 한마디로 두 녀석의 조합은 변화의 속도에 뒤처진 루저들의 결합이다. 어떤 시너지도 예측할 수 없었지만 이 둘의 서울 나들이는 세상에 로봇 인권이라는 커다란 이슈를 만들어 놓았다.


딱 한 번만이라도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하는 구형 로봇 '미래'는 학대를 당한다. 그런데 이 로봇은 고통 감지 센서가 장착된 로봇이다. 자기를 학대한 여자를 끝까지 엄마라 부르는 미래의 모습을 보면서 로봇에게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파렴치한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정말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모여 커다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미래의 꿈은 무엇일까? 로봇의 꿈. 정말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가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휘몰아친다. 정말 뛰어난 흡인력으로 모두를 끌어들이는 태풍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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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시간으로부터 - 발아래에 새겨진 수백만 년에 대하여
헬렌 고든 지음, 김정은 옮김 / 까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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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1. "우리는 죽음이 사유의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가는 통로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들 한다. 세상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역행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이 같은 시간속에 살고있는 것이다.하지만 체감하는 시간의 흐름은 모두가 같지만은 않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질수도 있고 늦게 느껴질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100년'이라는 시간적 개념은 오랜 시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100년이라는 시간도 길게 느껴지는데 1만년 전은 지금과 같다고 말하는 책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p. 11. "1만 년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깊은 시간속으로부터 NOTES FROM DEEP TIME의 첫문장은 이 책속으로 빨리 들어오라고 매력적인 손짓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저자 헬렌 고든은 수시로 매력적인 이슈들을 보여주며 책을 덮을 때까지 흥미와 재미를 잃지않게 하고있다. 지질학과 가장 가까운 교과목은 아마도 지구과학인듯하다. 다른이들에게 지구과학 시간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내겐 '너무 먼 당신'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의 속을, 지구의 시간 흐름을 연구하는 지질학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p. 64. 만약 46억 년이라는 깊은 시간이 24시간이라면, 인간은 자정이 되기 2분 전에야 등장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깊은 시간'에서는 100만년이라는 시간의 흐름도 별 의미있는 시간으로,변화 가능한 시간으로 대우해주지않는다. 깊은 시간 DEEP TIME 의 의미를 알고 조금씩 지구에 다가갈 수 있게 안내해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 자신이 직접 발로 찾아가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더욱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편집자 출신의 저자가 가진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만들어낸 흥미와 재미 그리고 의미까지 찾을 수 있는 지질학 입문서 같다.

"허턴의 부정합"

p.285. 인류세는 인간의 마음에 영향을 받는 유일한 시대예요.

지질학에대해서 이야기하고있는 과학책인데 마치 여행의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처럼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1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지만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목차를 보고 만나보고 싶은 이야기부터 만나도 무난할것이다. 어느 곳에서 시작하더라도 지질학을 향한 편안한 여행이 될 것이다. 지질학에대한 흥미와 재미를 제대로 접할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누군가에게 추천할 과학 관련 에세이를 찾고 있다면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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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세요, 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김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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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7. '아, 그렇구나. 긍정적이라는 말뜻은 즐거운 일이 일어날 거라는 기대보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즐기기로 마음먹는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어.'


사람들은 행운(幸運)이 오기를 바라고 기대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행운을 쫓는다. 그런데 행운을 색다른 관점에서 풀어낸 재미난 소설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타세요,미래를 바꿔주는 택시입니다》는 보험 영업이 직업인 평범한 세일즈맨 슈이치가 주인공이다. 평범한 일상에 걱정거리가 있다면 중학생 딸아이의 등교 거부가 전부라 할 만큼 평온한 날들을 지내던 주인공에게 너무나 큰 위기가 닥친다.


보험계약이 대량으로 해지된 것이다. 나비효과라고 하던가. 보험 계약 해지라는 날갯짓은 슈이치의 일상을 흔들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불안함이 슈이치의 오늘을 갉아먹으려 할 때 승객을 행운의 장소로 태워다 준다는 이상한 택시를 타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슈이치의 목적지를 알고 태워준다. 그런데 택시 운전사가 내려준 곳에서도 행운을 만나지는 못한다. 하지만 행운을 만나지 못하고 불평하는 슈이치에게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택시 운전사.


p.201. "정말 고마웠소. 당신은 보통의 택시 운전사가 아니라 내 인생을 바꿔준 운전자(運転者)요."


슬슬 의구심이 들 때쯤 주인공 슈이치도 나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행운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말해주면 안 되냐고. 어찌 되어든 택시는 계속 운행을 하고 중간중간 행운이 가진 의미에 대해 풀어낸다. 공감할 수도 있고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는 재미나고 이야기의 흐름은 매끄럽다. 슈이치가 처음 '오마카세 택시'를 타면서 시작한 이야기는 슈이치가 타기 바로 전前 택시를 이용한 승객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행운은 갑자기 한 번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열심히 긍정적으로 살면서 쌓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적립된 포인트는 나를 위해서 또는 가족을 위해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포인트를 정말 많이 적립해놓지 않았다면 나 자신을 위해서 적립된 운을 쓸 부모가 몇 명이나 될까? 슈이치가 택시를 타고 만나러 다닌 것은 행운이 아니라 어쩌면 슈이치의 진실한 삶인지도 모르겠다. 행복하지 않았던 어두운 일상이 택시를 타고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밝아지는 듯하다.


p.72. "…(전략)…운은 후불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는 법은 없어요. 포인트 적립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나요?


그런데 그 밝은 여정의 끝이 아내라는 것이 문제다. 보험 계약 해지에 따른 급여 삭감으로 프랑스 여행을 취소해야 하고 앞으로도 힘든 날들이 이어질 거라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내의 반응은 어떨까? 읽는 내내 이 부분 때문에 가슴 조이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직장인 남편으로서 슈이치의 오늘을 또 내일을 응원하고 싶다. 행운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누군가의 행운이 부럽다면 이 책을 통해서 행운을 적립하는 방법부터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북폴리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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