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이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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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아리랑』『한강』으로 1천5백만 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 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한 베스트셀러 작가 조정래의 새로운 장편소설《황금종이》를 만나보았다. 《황금종이》는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황금종이'라는 제목에서 조금 더 깊은 의미를 생각해 보았지만 '황금종이'는 역시 '돈'을 의미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근로자들을 '자본'의 노예로 만들었다고들 한다. 하지만 자본, 돈의 노예가 된 것은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자본주의하에서 인간은 모두 돈의 노예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돈은 종교보다 더 '신'에 가까운 자리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돈'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만들어낸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황금종이 1》에서 작가가 들려주려고 한 주제는 명확하다. '돈'을 향한 인간의 욕심이 인간을 어디까지 추락시킬 수 있는지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 속에 우리들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이 소설은 흥미롭기보다는 무섭다. 혹시 내가 그들의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변할지 무섭다. 작가는 돈이 가진 다양한 어둠을 보여주어 우리들을 각성시키려 하는 것 같다.


이태하라는 '바랍직한' 변호사가 등장해서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최소한의 인간됨을 지켜나간다. 하지만 이태하라는 인물이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장편소설이라기보다는 연작 소설처럼 느껴진다. 돈, 욕심이라는 주제를 두고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작가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1권의 내용은 어디에선가 본듯한 이야기들이, 신문 사회면에 나올 것 같은 이야기들이 재미나게 이어진다. 돈이 만들어낸 오늘의 아픔과 슬픔이 안타깝게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해냄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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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카페 멋집 - 머물고 싶은 공간 훔치고 싶은 디테일
공상찻집 도라노코쿠 지음, 김슬기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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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고향이 바닷가이다. 십 년 전에는 횟집이 대다수였지만 이제 바닷가는 카페가 점령했다. 하지만 대부분 바다라는 전망만을 이용한 단순한 카페가 대부분이라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빼면 서울의 카페들보다 못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도쿄 카페 멋집》을 더욱더 재미나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마음에 든 카페에 가보고 싶다면 비행기부터 타야 하지만 저자의 인스타그램(@toranocoku)을 통해서 더욱 선명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어서 빈티지 카페 75곳의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어 좋았다.


저자 공상찻집 도라노코쿠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개성이 돋보이는 감성 카페를 소개하는 일본의 카페 전문 인플루언서이다. 《도쿄 카페 멋집》에 소개된 모든 카페가 아름답다. 화려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오래된 것에서 풍겨 나오는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다. 거기에 모든 카페들이 각자가 가진 특색이 확실해서 자신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책을 펴면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이 책 읽는 법'이라는 친절을 만날 수 있다. 본문의 내용은 100년이 넘은 건물의 카페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건축가 프랑크 로이드가 설계한 건물에 자리한 카페까지 정말 다양한 멋짐을 뽐내는 감성 카페들을 볼 수 있다. 카페의 약력을 소개하고 'INFO' 인포메이션을 통해서 주소, 영업시간 등을 찾아오는 길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멋짐은 '찻집 100배 즐기기'에서 들려주는 재미난 이야기이다. 도기와 자기의 차이를 설명하며 구별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고, 카페에서 사진 잘 찍는 방법도 보여준다.


아름답고 특별한 도쿄의 카페 75곳을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면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차의 향기를 좋아하고 찻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책이다. 카페에 대한 설명을 글보다는 사진으로 하고 있는듯한 점도 좋았다. 정말 다양한 멋짐을 찾아볼 수 있는, 개성 넘치는 특별함이 가득한 감성 카페 와의 만남을 권하고 싶다. 정말 특별한 테마로 무장한 도쿄의 카페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북폴리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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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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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스 브루터스 부스는 셰익스피어를 연기하는 연극배우로 그의 죽음이 모든 미국 신문에 보도될 정도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런 재능을 이어받은 아이들이 다시 연극배우로 능력을 발휘하면서 '부스'가문은 연극으로 명문가로 자리 잡는다. 이 책 《부스 BOOTH》는 그런 부스 가문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의 중심은 연극배우로 엄청난 성공을 이룬 아버지 주니어스 브루터스 부스도, 아들 에드윈 토머스 부스도 아닌 존 윌크스 부스이다. 미국 역사를 잘 모르는 까닭에 존 윌크스 부스가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링컨 대통령이 암살 당했다는 것은 알았고 바로 그 범인이 존 윌크스 부스라고 한다.


'이 비상한 가족 가운데 가장 평범한 아이이다.(p.22.)'로 소개된 로절리가 부스(BOOTH)가문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역사소설《부스 BOOTH 》는 시작한다. 로절리를 시작으로 에이시아와 에드윈이 화자話者로 등장한다. 존의 형제들이 등장해서 이야기에 신뢰감을 높여주고 있는 듯하다. 또한 작가 캐런 조이 파울러가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의 중심이 암살범 존이 아니라 암살범의 가족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할아버지는 비록 술에 빠져 살았지만 도망친 흑인 노예의 도주를 도와주었고, 아버지는 노예들에게 '자유'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런 집안에서 자란 아이가 이후 노예 해방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 링컨을 쏜다. 왜 그런 걸까? 원인을 찾아 존과 함께 미국의 역사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흥미와 재미 그리고 의미까지 폭넓게 섭렵하고 있는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책의 겉모습은 부담스러운 벽돌책이지만 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맛있는 책이다. 소설이 가진 재미와 역사가 가진 흥미를 멋지게 조화시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들려주고 있는 멋진 소설이다. 거기에 '셰익스피어 작품의 명문장'들이 더해져 600여 페이지의 벽돌책을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존이 방아쇠를 당기기까지의 삶을 만나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벽돌책을 완독한 성취감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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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 케어 보험
이희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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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로 2013년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2018년 『페인트』로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같은 해 『너는 누구니』로 제1회 브릿G로맨스스릴러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이희영 작가의 새로운 장편소설BU 케어 보험》을 만나보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될 이별을 대비한 보험이 있다면 가입하겠는가? 이별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슬픔과 아픔을 극복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보험이 있다면 가입하겠는가?


p.264. 마음껏 울게 내버려두고 말없이 손수건을 건네는 것. 그 단순한 일을 위해 BU 케어 보험이 탄생했다.


소설은 산후조리원에서 접하게 된 설명회를 통해 '특별한 보험'에 가입한 산모들의 모습을 그리며 시작한다. 아마도 엄마들 자신을 위한 '이별 보험'이었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보험을 자신들의 아이들을 위해 가입했고 세월이 흘러 각기 다른 이유로 또 다른 상황에서 '보험 가입서'를 다시 찾으면서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된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다시 사랑을 하는 순환 고리에 보험이라는 특별한 고리가 들어오면 생기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p.192. "사랑이든 삶이든 누구나 다 그렇게 깨지고 부서지며 살아요."


환승 연애로 상처받은 마주 이야기에서도, 스토킹 피해를 입은 사하의 이야기에서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다양한 이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환승 연예에는 통쾌한 복수를 대신해 주고, 스토킹에 적절한 대처를 해주는 재미난 보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죽음으로 인해 맞게 된 이별의 상처는 어떤 처방전으로 치유와 회복을 선물할까? 안 사원은 상상도 못한 나 대리의 치유 방법이 이 보험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p.63. "괜찮으십니까?" …(중략)… "괜찮은 게 뭘까요?"


보험 가입자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고 재미나지만 이 소설을 더욱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BUC(Break Up Consultant) 이별 전문 상담가 나 대리와 안 사원의 '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별을 사랑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여기고 이별의 슬픔과 아픔에 대처하는 두 직원의 썸을 응원하며 이별과 사랑을 생각해 본다.


이희영 작가의 작품들은 대부분 아픔과 슬픔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작품도 이별의 아픔과 슬픔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희영 작가는 그 상처의 깊이, 슬픔과 아픔의 크기가 아니라 치유와 회복에 이야기 흐름의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희망'을 이야기한다. 과거의 아픔이나 슬픔이 아니라 오늘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은 늘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이번 작품BU 케어 보험》도 따뜻하다. 슬프고 아픈 이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더 큰 희망을 보여주고 있어서 사랑스럽다.



"자이언트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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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그림자 속에서
알비다스 슐레피카스 지음, 서진석 옮김 / 양철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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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를 대표하는 작가이면서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 알비다스 슐레피카스가 들려주는 너무나 아픈 이야기를 만나본다. 소설은 2차대 전후 사라지게 된 동프로이센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 후의 참혹한 현실을 마주한 점령지의 여성들과 아이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에게 점령당한 패전 독일의 동프로이센은 지금은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주이다.


이 책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의 원제는 『내 이름은 마르톄』이다. 원제가 더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 속에서 생존을 위해 리투아니아 이름 마리톄를 처절하게 외치고 다니는 독일 소녀 레나테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동프로이센은 '죽음이 일상이 된 세상이었다.(p.23)'


그 속에는 미래도 오늘도 없이 바로 지금만이 존재하는 듯 보인다. 어린아이들은 죽음을 너무나 빨리 배워버렸고, 또 삶을 위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갔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친구를, 동료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렇게 독일인이라는 것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그렇게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야 했던 동프로이센 사람들의 아프고 슬픈 이야기다.


p.89. 천국의 바람이 날라다 주는 듯 시간이 게으른 몸짓으로 거무튀튀한 겨울 구름을 밀어내면서 아주 천천히 흐르고 있다.


레나테에게 시간은 너무나 천천히 흐른다. 그렇게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작가는 위의 문장으로 표현한다. 이 표현만으로도 이 소설의 작가가 시인이기도 하다는 소개가 충분히 이해된다. 250 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의 소설이지만 내용도 읽는 속도를 늦추게 했고, 시처럼 함축적인 표현을 맛보는 것도 읽는 속도를 늦추게 하는 책이다. 독일인들도 잊은 역사를 찾아서 들려주고 있는 작가의 열정과 생각이 너무나 좋았다.


p.101. "전 레나테 슈카트예요. 1939년 4월 1일에 태어났고 부모님 이름은 루돌파스랑 에바예요."…(중략)… "너희들 독일 사람이라고 어디 가서 자랑하면 안 돼. 하지만 기억하고 있어야 돼."


재미나 흥미로 접근할 수 있는 소설은 아닌듯하다. 동프로이센이라는 곳에서 마지막으로 살다가 추방당하고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슬픔과 애환을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소설이다. 아이들에게 자신을 잊지 말라며 암기를 시키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전쟁은 정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도 전쟁은 벌어지고 있고 아이들은 원인도 모른 체 숲으로 들어가고 있을 것 같아 슬프고 아프다.



"양철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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