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4. 16. 토
제목 : 침묵의 미래

줄거리 :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천여명의 사람들이 사는 소수언어박물관.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겠다는 목적으로 세워진 박물관이었지만 사실 여기서 살아가는 민족들은 행복하지 않았다. 일단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도 못했을 뿐더러 마치 동물원의 동물들처럼 보여지는 ‘샘플‘ 같았기 때문이다. 이 박물관에서 살아가는 한 ‘내 마지막 화자‘는 어려서는 달리기를 잘했지만 지금은 후두암에 걸린 사람이었다. 그는 이 박물관에 납치당해 오게 되었는데 35살 때, 박물관을 탈출해서 자신의 고향으로 어렵게 돌아가지만 거기에는 사람의 흔적조차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그는 다시 박물관으로 돌아왔고, 결국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한 번 더 죽은 ‘나‘는 박물관의 중앙 분수대의 금속구에 새겨질 것이다.

이 편을 읽고 나서는 솔직히 감상문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다. 음 이 세계의 소수들이 점점 잊혀져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슬픔, 처절함을 너무 잘 보여주어서 당연히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난 그런 소수들을 위해 무엇을 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무엇인가를 꼭 해야한다는 건 아니지만 전공수업(러시아)을 들을 때 소수민족에 대해서
그냥 수업을 위해 듣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그 생각이 나 부끄러웠다. 하지만 개인인 내가 어떻게 해야할 지도 모르겠고, 정말 이 세계의 세세한 것까지 기억해야 하나라는 못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언어라는 것이 그 사람 인생이 담겨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생각하면 마냥 지나칠 수도 없고 솔직히 복잡한 심경이다.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내가 이 소설의 감상문을 진실된 마음으로 쓸 수 있을까 했기 때문에.

이 편에서는 언어에 대해 나왔지만 언어만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소수‘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어느 그룹에서나 소수였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정말 내가 이해가 안 되거나 부당한 경우가 아니었다면 난 늘 ‘주류‘인 편에 섰기 때문이다. 내가 그 주류에 아주 동의한다기보다는 그렇게 하는 게 편했고 소수의 의견에 아주 동의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편에서 소수가 사라져가는 과정에서의 슬픔은 이해는 갔지만 내가 그걸 보고 쓰는 ˝소수라도 기억해야겠다˝ 하는 식의 독서노트는 위선적이라고 느껴졌다. 이 소설에서 언어박물관은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목적에 비해 그 안의 사람들은 오히려 그럴 수록 더 잊혀져가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자신들을 ‘소수‘로 딱 지정하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나기도 했다. 마치 내가 이 소설에서의 ‘언어박물관‘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겉으로는 존중한다면서 오히려 더 그들을 사지로 몰아가는.

지금 이 순간도 소수를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내가 정말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지... 여러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적어도 그들의 슬픔을 조롱하거나 ˝잊혀져버려도 나랑 상관없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그게 당연한 거지만 다시 한 번 상기해야겠다.

다른 말이지만 이 편이 지금까지 읽었던 단편소설들 중에서 첫부분 표현이 너무 추상적이고 철학적이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점점 구체화되는 전개방식이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리고 ‘소수‘에 대한 주제라 그런 주제도 신선했고, 제일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편이었다.

중앙은 멸종 위기에 처한 언어를 보호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단지를 세웠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리고 그건 중앙에서 내심 바라는 바였다. 그들은 잊어버리기 위해 애도했다. 멸시하기 위해 치켜세웠고, 죽여버리기 위해 기념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모두 계산된 거였는지 몰랐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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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4. 14. 목
제목 : 건너편

줄거리 : 도화와 이수는 10년 전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만나게 됐고 연인이 되었다. 도화는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끝끝내 이수는 시험에 불합격했고 공무원을 포기하고 결국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 취직한다. 하지만 사실은 회사를 그만두고 살고 있던 전셋집을 반전셋집으로 돌려 얻은 보증금 일부로 공무원 시험에 몰래 준비중이었다. 도화는 예전부터 달라진 둘의 관계에 이별을 결심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같이 밥을 먹으러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간 날, 도화는 이수에게 덤덤하게 이별을 고한다. 다음날 도화는 교통방송 중 ‘노량진‘이라는 단어에 흠칫하지만 그 날은 결국 도화에게는 12월 26일, 평범한 날에 지나지 않았다.

앞에 두 단편소설이 죽음에 관련되었던 지라 ‘이번에도 등장인물 중 누가 죽으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함이 있었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그렇지 않고 비교적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 같아서 가볍게 읽었다. 처음에는 여주인공 도화의 마지막 감정이 이해가 안 갔고 둘 사이의 문제점, 어긋남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고민했었다. 끝내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소설은 ˝서로 다른 시간에서 살고 있는 가까운 두 사람˝ 이다. 도화는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사회인이 되었지만 이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공무원 시험에 아직도 머물러 있었다. 내가 읽었을 때 도화는 사회생활을 하며 메말라진? 무뎌진 현대인 같았다면 이수는 어떻게 보면 미련한, 한편으로는 다시 도전하는 사람이었다. 도화는 이수에게 헤어지자 말하면서 자기 안에 있던 어떤 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서 이수는 과거에 머물러있고 앞으로 나아가는 도화는 서로 맞지 않다고 본능적으로 느낀 게 아닐까싶다. 인간관계이지만 연인 간의 관계이기 때문에 솔직히 다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친구 사이에서도 한 사람만 잘되면 불안해지는 게 사람의 심리다. 그런 면에서는 이해가 가긴 하지만 역시 어쨌든 연인관계라 100% 이해는 안된다.... 하지만 주변에서 은근 들어왔던 이별얘기였어서 연인들이 헤어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잘 그려낸 것 같다.

인상 깊었던 장면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노량진의 수산시장에서 봐두었던 식당이 보이지 않아 헤매던 이수와 그걸 지켜보는 도화였다. 일단 두 사람이 처음 만났고 공부 하느라 자주 들렸던 곳이었음에도 수산시장을 처음 간다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돈이 넉넉치 않던 이수가 가격 때문에 미리 알아본 가게가 안 보여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위태로운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또 다른 하나는 도화가 이수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다음날, 교통방송을 하며 ‘노량진‘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흠칫하지만 이내 생각을 정리한 듯한 묘사가 나온다. 연인에 대한 감정을 정리한 사람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 좋았고, 이때 ‘고요할 리도, 거룩할 리도 없는, 유구한 축제 뒷날, 영원한 평일, 12월 26일이었다.‘ 라는 표현이 나온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을 영원한 평일이라고 말하며 그저 지나가는 한 날로 표현한 것 같다.
뭐라 표현해야 할 지 어렵지만 이수에 대한 감정을 정리한 도화는 오늘이 ‘연인과 헤어진 다음날‘이 아니라 그저 365일 중 하나라는 뜻인걸까. 나는 그렇게 느껴진다.
이 편은 전체적으로 고요하지만 그 속에 헤어짐을 앞둔 연인들의 어색함, 위태로움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도화가 6호선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며 스마트폰으로 열차시간을 확인했다. 그러곤 속으로 ‘오늘밤에는 꼭 헤어지자 얘기해야지.....‘ 다짐했다. 그런 지 두 달째였다.
- P88

그때서야 도화는 어제 오후, 주인아주머니를 만난 뒤 자신이 느낀 게 배신감이 아니라 안도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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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4. 09. 토
제목 : 노찬성과 에반

줄거리 : 아버지를 여의고 휴게소 근처에서 할머니와 단 둘이서 살아가던 ‘찬성‘은 어느날 휴게소에 버려진 노견을 발견한다.
찬성은 노견을 데려오고 ‘에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에반과 찬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많이 의지하게 되었지만 에반은 워낙 노견이었던지라 다리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하거나 안락사를 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찬성이네는 가난해 안락사를 할 돈마저 마련하기 힘들었다. 초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였지만 찬성은 전단지 알바를 해가며 돈을 마련한다. 하지만 수술을 하기 위해 간 동물병원은 며칠간 문을 열지 않는다는 종이만 붙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수술을 미루게 되지만 찬성은 가지고 있던 돈을 에반이 아닌 자기가 평소 갖고 싶었던 것을 사게 된다. 찬성은 조금 죄책감을 갖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에반은 보이지 않았다.
에반을 찾으러 나간 휴게소 안 주유소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자루를 보게 된다. ˝개가 차가 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들더라니까˝ 라는 주유소 직원들의 말과 함께.


일단 이번편은 너무너무 슬펐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찬성은 슬프다는 표현이 소설에서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에반을 데려오고 같이 놀면서 무엇인가가 채워졌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걸 봐서는 찬성은 자기 자신은 몰랐지만 사실은 굉장히 외로워하고 슬픈 것처럼 느껴졌다.(내 해석이 맞는지는 모른다^^) 어린 아이가 자기 감정을 깨닫지도 못한채 의젓한 모습을 보면 난 괜시리 슬퍼진다. 게다가 찬성의 꿈에서도 아버지가 몰던 냉장 트럭과 할머니가 졸음쉼터에서 일할 때 손님들이 깰까봐 찬성을 조용히 시키던 모습까지 나온 걸 보면 말은 안 했지만 그런 모습들이 본인에게는 트라우마였던 것 같다.

에반의 안락사 수술을 위해 어린 나이에도 열심히 돈을 모았던 찬성은 동물병원이 며칠간 휴업하자 돌아오는 길에 그 동안 하고 싶었던 휴대폰 개통, 좋아하는 캐릭터의 핸드폰 케이스를 샀다. 자신히 열심히 번 돈을 자신을 위해서 쓰는 행위 자체는 잘못이 없지만 어쩐지 모르게 나까지 죄책감이 느껴지는 것 같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 순간만큼은 찬성이 이기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에반을 위해 열심히 돈을 벌었던 찬성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무런 잘못없는 행위가 어쩐지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게 이 편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그렇게 갑자기 큰 돈을 써 수술비까지 많이 모자르게 된 찬성은 에반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루를 발견하고 자루를 열 용기도 못 낸 채 돌아서 간다. 이때 찬성의 심경 묘사는 아주 자세하거나 역동적이지 않게 담담하게 묘사됐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아버지에 이어 친구까지 잃은 찬성의 쓸쓸함이 더 잘 표현된 것 같다.

찬성과 할머니의 어려운 형편과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마지막에 의지하던 친구까지 잃은 찬성을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특히나 찬성이네의 형편이 넉넉치 않다는 묘사가 자주 나와 더 몰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설정이 설정이다보니 어두운 분위기가 지속돼 이번 편은 다 읽고 나서 나까지 우울해졌다.
저번에 하진이가 소설이 우울해 읽기 그만뒀다는 게 이해가 갔다..... 소설을 읽을 수록 옷이 가랑비에 젖듯 감정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은 좋지만 두 편 다 죽음에 관한 거라 앞으로 또 어떤 소설이 있을 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찬성이 자기 손바닥을 가만 내려다봤다. 얼음은 사라지고 엷은 물자국만 남아 있었다. 동시에 찬성의 내면에도 묘한 자국이 생겼는데 찬성은 그게 뭔지 몰랐다.(찬성과 에반의 첫만남)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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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 바깥은 여름(김애란, 문학동네)
이 책을 고른 이유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려고 했으나 너무 어려운 것 같아 비교적 읽기 쉬워보이는 소설책을 골랐다.
단편 소설 모음집이라는 것과 이 책의 후기에서 우리의 일상 속 여러 감정들을 모아놓았다는 후기가 이 책을 고르는데 큰 기여를 했다.


1. 입동

줄거리 : 오랫동안 셋방을 누비던 가족은 빚을 지고 한 아파트 방을 구했다. ‘자신의 보금자리‘ 없이 살아가던 가족들은
빚을 지고 산 집이라고 할지라도 어쨌든 자신만의 집을 가진 것에 안도하면서도 쌓여있는 대출금에 불안해하기도 한, 어쩌면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봄날, 후진하던 어린이집 차량에 아들인 ‘영우‘가 목숨을 잃게 된다. 그 이후, 아내는 밖에 나가기를 꺼려하고 나는 모든 걸 그만두고 싶으면서도 생계를 위해 일을 나간다. 그러한 시간이 지속되다가 부엌에 튄 복분자액 얼룩을 감추기 위해 벽 도배를 하며 영우에 대한 그리움을 정리하면서도 벽 한 켠에 남은 영우의 흔적을 보고는 슬픔에 빠진다.

이 소설에서는 두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한창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지만 ‘자신만의 보금자리‘ 조차 가지기 어려운 현대 사회와 지울 수 없는 가족을 잃은 슬픔이다.
특히나 빚을 내면서까지 아파트를 산 주인공의 심경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집을 사서 행복하지만 동시에 그 행복을 위한 대가에 대한 압박, 두려움. 이 모순된 두 감정을 잘 표현하였고 느낄 수 있었다. 난 모순된 두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묘사를 좋아한다. 인간이 감정을 가지고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괴로움인 것 같기 때문이다.

또한 인상 깊었던 점은 아들 영우가 세상을 떠난 후, 그 이후 남겨진 상처가 마치 벽에 묻은 ‘복분자액 얼룩‘으로 묘사한 것이었다. 얼룩을 지울 수 없어 결국 새로운 벽지로 도배를 하기로 하면서 상처를 극복하는 듯 했으나 벽 한 켠에 남겨진 흔적으로 다시 슬픔에 잠긴 장면은 몰입이 잘 되었다.
‘결국 상처는 완전히 지울 수 없고 새로 덧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남겨져있는 흔적은 우리를 다시 슬픔에 잠기게 만든다‘-이 장면을 보면서 이 말이 떠올랐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가족을 잃은 슬픔 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상처를 겪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극복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여러 기억들에 덧대어지는 것 뿐이다. 하지만 어렴풋이 떠올리는 상처의 흔적은 또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게끔 한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심심한 위로가 아닐까. 위로가 단순히 기운을 복돋아주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게 하는 것, 그러면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마주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또한 위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소설 또한 슬픔을 가진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느껴졌다.

잘못된 걸 바로잡고 고장난 데를 손보는 건 가장의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배우고 자랐다. 그런데 내가 거기 계좌번호를
적는 순간 이상하게 어린이집 원장을 용서하는 결과를 낳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보험금 지급 서류에 이름과 계좌번호를 적기를 망설이는 장면 중)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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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3. 30. 수

열 번째 질문 : ˝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10-1. 자신의 성격에 스타일을 부여하라>

니체는 ˝그대 자신이 되어라˝라고도 했지만 ˝자기를 극복하라˝라고도 하였다. ‘그대 자신‘과 ‘자기‘는 서로 다른 말이다.
‘그대 자신‘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형이 아니라 ‘자신의 성격과 소질 등을 승화시킨 참된 자기‘를 가리키는 말이고, ‘자기‘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형에 영합하려는 거짓된 자신을 말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자기 자신이 되려면 거짓된 자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 자신이 되는 사람‘이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지배하면서 자신을 일정한 방향으로 길러낼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을 니체는 초인 내지 고귀한 자라고 일컬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약점이나 자신이 겪은 고통과 고난까지도 자기발전의 계기로 승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다. 니체는 아름다움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획득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10-2. 본능이 건강한 사람이 되는 법

니체는 자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감정과 생각을 다스리는 것을 넘어서 신체를 다스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때마다의 상황에서 요구되는 적절한 자세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신체를 엄격하게 단련하고 훈육해야 우리의 영혼이 강해지고 힘으로 충만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신체를 완전히 우리의 지배 아래 둘 수 있을 때에야 우리는 본능까지 건강하고 기품 있는 자가 될 수 있다. 이런 건강한 본능을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경쾌하고 가벼우며 필연적이고 자유롭게 건강한 행동을 하게 된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행동은 자신의 본능적인 욕구에서 필연적으로 경쾌하게 따라 나오는 행동이다.

10-3. 보고, 생각하고, 쓰는 법을 배워라

니체는 고귀한 인간이 되는 데 누군가와 교유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고귀한 인간이 되려면 보는 법과 생각하는 법, 그리고 말하고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보는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해서는 성급하게 속단하지 않고 판단을 유보하면서 하나하나의 경우를 모든 측면에서 검토하고 조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반응을 자제하면서 결정을 유예시킬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생각하고 쓰는 법은 사물들이 갖는 섬세한 뉘앙스를 느끼면서 그것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배우려면 단순히 지식만 쌓는게 아니라 그 당시의 상황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챕터는 어쩌면 지금 현대 사회에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닐까 한다. sns의 발전으로 인해 나 자신이 남들에게 노출되기 쉽고 남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접하기 쉬워지면서 그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나같은 경우에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정말 말도 안 되는 양의 정보 속에서 우리는 점점 판단력을 잃어가기도 한다.
이것에 대해서 혼자 생각했던 것이 있는데 이번 챕터를 읽으며 생각이 많이 났다.

한때 진정한 의미의 자기 자신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나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나는 너무 특색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자신감도 지금보다 더 없었었고. 예전에는 마냥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비슷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따라한 나‘일 뿐이었고,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어색할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은 나름 빨리 버렸었다. 그 후에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 성격은 어떨까‘ 등등의 생각을 많이 해왔다. 예전에는 생각하다가도 말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이 많이 나아지긴 했다. 그리고 전에는 특색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오히려 지금은 그 특색이 없는 것을 단점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어느 환경에서나 녹아들 수 있는 것으로 조금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생각해보면 그렇게 특색없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전에는 마냥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걸 요즘은 그대로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이 점은 뿌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체가 말하는 건강한 사람이 되기에는 아주 많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나는 몸을 단련하는 것을 매우매무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장을 읽으며 솔직히 많이 찔렸다. ‘마냥 힘들다고 눕지 말아라‘ 라는 구절이 있었는데(물리적이든 상징적 의미이든) 너무 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힘들면 10분만, 10분만 하다가 몇시간 훌쩍 지나가버리는 내 모습이 많이 스쳐지나갔다.... 읽으면서 아 맞아맞아 하고 공감은 갔지만 너무 찔리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나는 어느정도 믿는다. 예전에 내가 재밌게 하던 운동인 스피닝 생각이 났다. 물론 그때 귀찮기도 했고 좀 늦장 부리기도 했지만 꾸준히 가면서 몸에 살이 빠지기도 했고 운동 후 샤워하면서 개운해진 것을 생각하면 건강한 본능을 가지기 위해 신체를 단련한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아마 니체는 그런 단순한 것을 넘어서서 신체를 단련하면서 하는 정신적 수행이나 올바른 생활습관들이 따라오면서 건강한 본능이 생긴다는 뜻 같긴 하지만 말이다.

세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 요즘 시대의 인터넷이 생각났다. 정말 인터넷이 또다른 하나의 세계라고 할 정도로 아주 방대해졌다. 그에 따라 커뮤니티나 기사나 동영상이나 우리가 정보를 얻기 위해 다가갈 수 있는 경로는 너무너무 많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유독 극단적인 사상가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서 인터넷을 할 때에는 정말 주의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서 요즘에는 니체가 말한대로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자제하면서 결정을 내리려고는 한다. 물론 그게 쉽지는 않지만... 난 내가 예전에 했던 잘못된 판단을 다시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것도 어쩌면 우리가 자주 얘기했던 ‘무엇인가를 배울때 한 가지 사상에 집착하지 않고 중용을 지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럴려면 오히려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중요하고 선택된 품행을 엄격하게 견지하는 것, ‘자신을 되는대로 방치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의무를 지키는 것, 이것들만으로 중요하고 선택된 인물이 되기에 완전히 충분하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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