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4. 09. 토
제목 : 노찬성과 에반
줄거리 : 아버지를 여의고 휴게소 근처에서 할머니와 단 둘이서 살아가던 ‘찬성‘은 어느날 휴게소에 버려진 노견을 발견한다.
찬성은 노견을 데려오고 ‘에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에반과 찬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많이 의지하게 되었지만 에반은 워낙 노견이었던지라 다리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하거나 안락사를 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찬성이네는 가난해 안락사를 할 돈마저 마련하기 힘들었다. 초등학생이라는 어린 나이였지만 찬성은 전단지 알바를 해가며 돈을 마련한다. 하지만 수술을 하기 위해 간 동물병원은 며칠간 문을 열지 않는다는 종이만 붙어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수술을 미루게 되지만 찬성은 가지고 있던 돈을 에반이 아닌 자기가 평소 갖고 싶었던 것을 사게 된다. 찬성은 조금 죄책감을 갖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에반은 보이지 않았다.
에반을 찾으러 나간 휴게소 안 주유소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자루를 보게 된다. ˝개가 차가 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들더라니까˝ 라는 주유소 직원들의 말과 함께.
일단 이번편은 너무너무 슬펐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찬성은 슬프다는 표현이 소설에서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에반을 데려오고 같이 놀면서 무엇인가가 채워졌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걸 봐서는 찬성은 자기 자신은 몰랐지만 사실은 굉장히 외로워하고 슬픈 것처럼 느껴졌다.(내 해석이 맞는지는 모른다^^) 어린 아이가 자기 감정을 깨닫지도 못한채 의젓한 모습을 보면 난 괜시리 슬퍼진다. 게다가 찬성의 꿈에서도 아버지가 몰던 냉장 트럭과 할머니가 졸음쉼터에서 일할 때 손님들이 깰까봐 찬성을 조용히 시키던 모습까지 나온 걸 보면 말은 안 했지만 그런 모습들이 본인에게는 트라우마였던 것 같다.
에반의 안락사 수술을 위해 어린 나이에도 열심히 돈을 모았던 찬성은 동물병원이 며칠간 휴업하자 돌아오는 길에 그 동안 하고 싶었던 휴대폰 개통, 좋아하는 캐릭터의 핸드폰 케이스를 샀다. 자신히 열심히 번 돈을 자신을 위해서 쓰는 행위 자체는 잘못이 없지만 어쩐지 모르게 나까지 죄책감이 느껴지는 것 같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 순간만큼은 찬성이 이기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에반을 위해 열심히 돈을 벌었던 찬성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무런 잘못없는 행위가 어쩐지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게 이 편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그렇게 갑자기 큰 돈을 써 수술비까지 많이 모자르게 된 찬성은 에반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루를 발견하고 자루를 열 용기도 못 낸 채 돌아서 간다. 이때 찬성의 심경 묘사는 아주 자세하거나 역동적이지 않게 담담하게 묘사됐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아버지에 이어 친구까지 잃은 찬성의 쓸쓸함이 더 잘 표현된 것 같다.
찬성과 할머니의 어려운 형편과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마지막에 의지하던 친구까지 잃은 찬성을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특히나 찬성이네의 형편이 넉넉치 않다는 묘사가 자주 나와 더 몰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설정이 설정이다보니 어두운 분위기가 지속돼 이번 편은 다 읽고 나서 나까지 우울해졌다.
저번에 하진이가 소설이 우울해 읽기 그만뒀다는 게 이해가 갔다..... 소설을 읽을 수록 옷이 가랑비에 젖듯 감정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은 좋지만 두 편 다 죽음에 관한 거라 앞으로 또 어떤 소설이 있을 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찬성이 자기 손바닥을 가만 내려다봤다. 얼음은 사라지고 엷은 물자국만 남아 있었다. 동시에 찬성의 내면에도 묘한 자국이 생겼는데 찬성은 그게 뭔지 몰랐다.(찬성과 에반의 첫만남) - P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