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 바깥은 여름(김애란, 문학동네)
이 책을 고른 이유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려고 했으나 너무 어려운 것 같아 비교적 읽기 쉬워보이는 소설책을 골랐다.
단편 소설 모음집이라는 것과 이 책의 후기에서 우리의 일상 속 여러 감정들을 모아놓았다는 후기가 이 책을 고르는데 큰 기여를 했다.
1. 입동
줄거리 : 오랫동안 셋방을 누비던 가족은 빚을 지고 한 아파트 방을 구했다. ‘자신의 보금자리‘ 없이 살아가던 가족들은
빚을 지고 산 집이라고 할지라도 어쨌든 자신만의 집을 가진 것에 안도하면서도 쌓여있는 대출금에 불안해하기도 한, 어쩌면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봄날, 후진하던 어린이집 차량에 아들인 ‘영우‘가 목숨을 잃게 된다. 그 이후, 아내는 밖에 나가기를 꺼려하고 나는 모든 걸 그만두고 싶으면서도 생계를 위해 일을 나간다. 그러한 시간이 지속되다가 부엌에 튄 복분자액 얼룩을 감추기 위해 벽 도배를 하며 영우에 대한 그리움을 정리하면서도 벽 한 켠에 남은 영우의 흔적을 보고는 슬픔에 빠진다.
이 소설에서는 두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한창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지만 ‘자신만의 보금자리‘ 조차 가지기 어려운 현대 사회와 지울 수 없는 가족을 잃은 슬픔이다.
특히나 빚을 내면서까지 아파트를 산 주인공의 심경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집을 사서 행복하지만 동시에 그 행복을 위한 대가에 대한 압박, 두려움. 이 모순된 두 감정을 잘 표현하였고 느낄 수 있었다. 난 모순된 두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묘사를 좋아한다. 인간이 감정을 가지고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괴로움인 것 같기 때문이다.
또한 인상 깊었던 점은 아들 영우가 세상을 떠난 후, 그 이후 남겨진 상처가 마치 벽에 묻은 ‘복분자액 얼룩‘으로 묘사한 것이었다. 얼룩을 지울 수 없어 결국 새로운 벽지로 도배를 하기로 하면서 상처를 극복하는 듯 했으나 벽 한 켠에 남겨진 흔적으로 다시 슬픔에 잠긴 장면은 몰입이 잘 되었다.
‘결국 상처는 완전히 지울 수 없고 새로 덧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남겨져있는 흔적은 우리를 다시 슬픔에 잠기게 만든다‘-이 장면을 보면서 이 말이 떠올랐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가족을 잃은 슬픔 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상처를 겪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극복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여러 기억들에 덧대어지는 것 뿐이다. 하지만 어렴풋이 떠올리는 상처의 흔적은 또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게끔 한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심심한 위로가 아닐까. 위로가 단순히 기운을 복돋아주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게 하는 것, 그러면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마주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또한 위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소설 또한 슬픔을 가진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느껴졌다.

잘못된 걸 바로잡고 고장난 데를 손보는 건 가장의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배우고 자랐다. 그런데 내가 거기 계좌번호를 적는 순간 이상하게 어린이집 원장을 용서하는 결과를 낳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보험금 지급 서류에 이름과 계좌번호를 적기를 망설이는 장면 중)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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