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2. 17. 금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사건
1983년 10월 9일, 미얀마의 아웅산(미얀마의 독립영웅) 묘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 전두환 대통령과 함께 해외순방을 하기 위해 장관들뿐 아니라 사기업 총수들까지 대동한 것이다.
아웅산 묘소는 우리나라의 현충원과 같은 곳으로 해외귀빈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이곳 10시 30분에 전두환 대통령과 다른 총수들과 함께 헌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두환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에 다른 총수들이 도착해있었고, 기자들도 와있었다.
나팔 소리가 울린 후, 갑자기 맹렬한 폭발음이 들렸다. 지붕이 무너지고 흙먼지 때문에 앞이 보이질 않을 지경이었다. 사고 현장으로 가보니 무너진 건물 더미에 사람들이 깔려있고. 살아서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은 피투성이일 정도로 사고 현장은 심각했다.
합참의장을 부좌하던 전인범 부관은 카메라의 배터리를 가지러 잠깐 나갔다가 사고를 면해 사고현장을 가 합참의장을 데리고 병원에 갔지만 병원도 아비규환인 건 마찬가지였다. 시설이 열약한 건 물론이요 일요일이라 의료진도 부족한 상태라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 정도였다.
어쩌면 이 폭파 사건의 목적인 전두환 대통령은 폭발이 일어날 당시, 묘소로 가는 길이었다. 약속한 시간보다 늦은 거였는데, 이는 미얀마 외무부 장관이 지각을 하자 본인도 늦게 출발해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아무튼 이 폭파테러는 17명의 사망자와 14명의 부상자를 발생시켰고, 함께 해외순방길에 올랐던 장관과 차관들, 기자, 경호원까지 거의 다 사망한 것이다. 묘소로 가는 길에 폭발이 일어나 대부분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자 전두환 대통령은 그 즉식 살아남은 사람들을 전용기에 태우고 얼른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후로 미얀마는 이 테러 사건의 범인은 잡는데, 그 범인은 다름 아닌 북한의 소행이었다. 범인 중 한명이었던 강민철은 북한의 인민무력부 산하 경찰국의 특공부대 소속이었다. 미얀마로 들어와 임무를 마치고 강가로 오면 쾌속정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하였지만, 임무를 마치고 강가로 가니 배는 한 척도 없고 위협용으로 쓰려고 가져온 수류탄은 북한 측이 조작하여 자결용이 되었다. 결국 잡힌 범인 2명 중 1명은 교수형이 집행되었고, 강민철은 25년동안 인세인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가 2008년 감옥에서 사망했다.
아웅산 묘소에서 폭탄 테러에 휘말려 사망한 사람들을 위해 국민장이 진행되었고, 북한에 대한 보복으로 늑대사냥(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외교적 응징대책)을 시행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사건이 벌어진 바로 다음해, 각자의 이익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결국, 북한의 명령에 따라 작전을 실행한 테러범들만 쓰고 버려진 것이 되었고, 무고한 희생양만 낳은 셈이었다.
수감생활 중 그를 가장 괴롭힌 건 이런 질문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낯선 나라에서 이상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를 테러리스트로 보낸 북한은 그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고, 남북이 화해 분위기로 돌아서면서 그는 남북한 모두에게 껄끄러운 존재였어. - P337
북한 외교관과 가족들은 허둥지둥 짐을 싸서 미얀마를 떠나야했어. 혹시 ‘국화 프로젝트‘의 목표가 뭐였는지 기억나? 외교전에서북한을 이긴다! 순방은 하지도 못했고 참혹한 테러까지 당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국화프로젝트의 목표는 100%, 아니 200% 달성한 셈이야. 이 사건에서 발생한 희생들을 생각하면 너무 씁쓸한 일이지.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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