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2. 24. 금

국군 포로 장무환 구출 작전 2

장무환 씨를 발견했지만, 그를 고국으로 데려오는 것은 참 험난한 일이었다. 그는 한국전쟁 포로로 북한으로 억울하게 끌려간 것이었지만, 법적으로는 북한 주민에 사망한 상태였기에 외교적 문제로 그를 공식적으로 도와줄 수 없다는 여러 단체의 대답만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장무환 씨를 숨겨주었던 곳에서 제작진과 장무환 씨, 그들의 가족이 나가려고 하자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까지 했다.
설득에 설득을 끝에, 원래 달라고 했던 돈보다 약간 적을 돈을 내고 나갈 수 있었으며 차를 타고 기차역으로 가 기차를 타고 항구도시로 배를 타고 한국으로 들어가는 아주 긴 여정이 시작된다. 기차를 타고 항구도시까지 어찌저찌 공안의 눈을 피해 갔으나 장무환 씨는 여권이 없었기에 결국 가족들이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때 영화와 같이 영욱 씨의 삼촌에게 의문의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 장무환 씨의 여권을 만들어주어 여권을 가지고 배에 오른다. 출국심사대에서 중국에 입국했다는 도장이 없다고 다시 난관에 부딪혔지만, 삼촌의 억지(?)로 다행히 심사대도 넘기고 겨우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장무환 씨는 한국으로 들어오자마자 가족들과의 상봉이 아니라 면역식을 했으며, 수십년이 지나서야 제대를 한 것이다. 그 이후로는 한국에 들어와 아내인 순남 씨와 13년을 살다가 병으로 돌아가셨다.
사실 장무환 씨는 아내인 순남 씨에게 북에는 자식이 없다는 거짓말을 했지만, 사실 그는 북한에서 자녀 5명을 낳고 손자까지 본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도 포로로 끌려가 탄광에서 푸대접을 받으며 일을 하고, 북한이 탈북을 막기 위해 강제로 결혼을 시키기도 했고, 외로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그래도 거짓말을 한 것은 사실이니 순남 씨에게 진실을 말했다. 순남 씨는 화를 조금 내기는 했지만 그건 자신을 속였다는 것 뿐만 아니라 북한에 있든 남한에 있든 이산가족이 될 수 밖에 없는 장무환 씨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했다. 장무환 씨는 병세가 악화되어 돌아가셨는데 가끔 ˝북한에 가서 가족을 보기도 했다˝는 말을 하며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하셨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고국의 땅에서 눈을 감으실 수 있게 되었다.

억울하게 북한에 끌려가 인생의 반을 힘들게 살아야했던 모든 국군포로 병사님들의 이야기였다.
그냥 상황이나 전개 자체가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아 재미 자체도 있었고, 언제나 늘 그랬듯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 들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무렵 밤에는 밤새도록 어디 가려고 막난리 치더라 이거지. 아버지한테 "어젯밤에 어디 갔다 왔어요?" 하니까 뭐 ‘북한에도 갔다 오고 고향에도 갔다 오고 했다‘ 하더라. ‘북한에 가갖고 엄마 만나고 왔어요?" 하니까 만나보고 왔다 하더라고.
-장영욱 씨(장무환 씨 아들) -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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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2. 18. 토

(오늘은 일단 반만 읽음)

국군 포로 장무환 구출 작전

1998년 제철소에서 일하던 장영욱 씨는 어느날 갑자기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중국말과 한국말을 섞어 하던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그 내용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45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중국에 있으니, 데려가라는 전화였다. 장영욱 씨의 아버지, 장무환 씨는 영욱씨가 돌이 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그동안 제사도 꼬박꼬박 챙겼으니 그 전화를 믿을리가 없었다. 처음에는 장난전화라고 여기고 무시했으나, 당시 비싼 국제전화 요금에도 다시 전화가 걸려오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가족들은 친척들의 도움으로 점점 이 전화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또한, 이를 취재하던 sbs팀이 정말 장무환 씨를 만나게되고 이를 가족들에게 알린다. 알고보니 그는 탈북하여 중국의 마을에서 거주하고 있었고 북한군들이 그를 찾기 전에 얼른 데려와달라고 가족들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극적으로 45년만에 재회하고 장무환 씨의 기구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총 3번의 입대를 하게 되는데 마지막 입대는 한국전쟁 때문에 국군에 입대한 것이었다. 한국전쟁이 종전을 맞이하기 며칠전, 그는 금성지구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중공군에게 포로로 잡혀갔다. 그러나 한국에 있던 장무환 씨의 아내 박순남 씨에게는 장무환 씨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렇게 한 가족의 사연이 완전히 꼬여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어. 현장의 분위기가 박 PD의 상상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거야. 등에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어. 왜냐고? 아내 박순남 씨가 장무환 씨를 보고도 화난 사람처럼 한마디도 하지 않는거야. 장무환 씨도 박순남 씨의 모습에 당황한 눈치였어. 무려 40분동안 입도 벙끗하지 않던 아내 순남 씨가 드디어 입을 열었는데 그녀의 첫마디는 상상치도 못한 질문이었어.

"북한 거기 당신 자식이나 뭐 있습니까?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히말하세요. 내가 별나졌습니다. 당신 자식은 안 낳았습니까?"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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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2. 17. 금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사건

1983년 10월 9일, 미얀마의 아웅산(미얀마의 독립영웅) 묘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 전두환 대통령과 함께 해외순방을 하기 위해 장관들뿐 아니라 사기업 총수들까지 대동한 것이다.
아웅산 묘소는 우리나라의 현충원과 같은 곳으로 해외귀빈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이곳 10시 30분에 전두환 대통령과 다른 총수들과 함께 헌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두환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에 다른 총수들이 도착해있었고, 기자들도 와있었다.
나팔 소리가 울린 후, 갑자기 맹렬한 폭발음이 들렸다. 지붕이 무너지고 흙먼지 때문에 앞이 보이질 않을 지경이었다. 사고 현장으로 가보니 무너진 건물 더미에 사람들이 깔려있고. 살아서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은 피투성이일 정도로 사고 현장은 심각했다.
합참의장을 부좌하던 전인범 부관은 카메라의 배터리를 가지러 잠깐 나갔다가 사고를 면해 사고현장을 가 합참의장을 데리고 병원에 갔지만 병원도 아비규환인 건 마찬가지였다. 시설이 열약한 건 물론이요 일요일이라 의료진도 부족한 상태라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닐 정도였다.
어쩌면 이 폭파 사건의 목적인 전두환 대통령은 폭발이 일어날 당시, 묘소로 가는 길이었다. 약속한 시간보다 늦은 거였는데, 이는 미얀마 외무부 장관이 지각을 하자 본인도 늦게 출발해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아무튼 이 폭파테러는 17명의 사망자와 14명의 부상자를 발생시켰고, 함께 해외순방길에 올랐던 장관과 차관들, 기자, 경호원까지 거의 다 사망한 것이다. 묘소로 가는 길에 폭발이 일어나 대부분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자 전두환 대통령은 그 즉식 살아남은 사람들을 전용기에 태우고 얼른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후로 미얀마는 이 테러 사건의 범인은 잡는데, 그 범인은 다름 아닌 북한의 소행이었다. 범인 중 한명이었던 강민철은 북한의 인민무력부 산하 경찰국의 특공부대 소속이었다. 미얀마로 들어와 임무를 마치고 강가로 오면 쾌속정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하였지만, 임무를 마치고 강가로 가니 배는 한 척도 없고 위협용으로 쓰려고 가져온 수류탄은 북한 측이 조작하여 자결용이 되었다. 결국 잡힌 범인 2명 중 1명은 교수형이 집행되었고, 강민철은 25년동안 인세인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가 2008년 감옥에서 사망했다.
아웅산 묘소에서 폭탄 테러에 휘말려 사망한 사람들을 위해 국민장이 진행되었고, 북한에 대한 보복으로 늑대사냥(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외교적 응징대책)을 시행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사건이 벌어진 바로 다음해, 각자의 이익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결국, 북한의 명령에 따라 작전을 실행한 테러범들만 쓰고 버려진 것이 되었고, 무고한 희생양만 낳은 셈이었다.

수감생활 중 그를 가장 괴롭힌 건 이런 질문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낯선 나라에서 이상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를 테러리스트로 보낸 북한은 그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고, 남북이 화해 분위기로 돌아서면서 그는 남북한 모두에게 껄끄러운 존재였어.  - P337

북한 외교관과 가족들은 허둥지둥 짐을 싸서 미얀마를 떠나야했어. 혹시 ‘국화 프로젝트‘의 목표가 뭐였는지 기억나? 외교전에서북한을 이긴다! 순방은 하지도 못했고 참혹한 테러까지 당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국화프로젝트의 목표는 100%, 아니 200% 달성한 셈이야. 이 사건에서 발생한 희생들을 생각하면 너무 씁쓸한 일이지.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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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2. 11. 토

YH무역 여공 농성 사건


1979년에 큰 수익을 거두던 YH 가발 공장에서 일하던 여공들이 습격을 당한 사건이 벌어진다. YH 공장의 회장은 당시 가발 소비가 많던 미국이 공산주의 국가의 재료를 쓰는 가발은 수입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한다.
당시 미국에 가발을 많이 수출하던 나라들은 더이상 수출을 할 수 없게 되고, 이를 알게된 장 회장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가발 공장을 차려 대박이 난다. 이때 여기서 가발 작업을 하던 여공들은 갑자기 공장과 기숙사를 닫는다는 소식을 듣는다. 장회장은 이미 회사의 자본을 빼돌려 미국으로 돌아가 호화 생활을 했고, 다른 경영진들은 방만한 경영을 통해 회사가 점점 기울어져 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일하던 여공들은 다 시골에서 올라온 어린 여자아이들이었기에 갑자기 생계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기숙사에서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게 붙잡힐 위기에 처하자 신민당사로 가기로 결정한다.

경찰의 감시를 피해 신민당사로 간 그녀들은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영삼 총재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설명하고 본인들의 생계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다행히 그 다음날 YH 여공들에 대한 대책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지만, 강경 진압 방침이 정해지고 긴급작전을 세웠는데, 연행 작전 일명 ‘101 작전‘ 이었다. 다음날 새벽에 경찰들이 신민당사를 둘러싸고 진압하였다. 사복 경찰들은 여공들은 물론이고 2층에 있었던 국회의원들, 기자들까지 무차별적으로 폭행하였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사망하는 여공도 생겼는데, 경찰들과는 무관하다는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인해 김영삼 국회의원은 박정희 정권과 국회의원들에게
항의농성을 시작하고,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정권을 거침없이 비판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회의원직을 박탈 당하기도 했다.

이후 부산대 학생의 민주투쟁선언문으로 인해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난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부산으로 내려가 실제 현장을 목격하고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하였지만, 본인이 직접 발포 명령을 내리겠다는 어이없는 발언을 한다. 결국 김재규는 10월 26일, 연회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경호실장 차지철을 총으로 살해한다. 훗날 사람들은 YH 사건을 유신정권을 무너뜨린 도화선이라고 평가한다.

신문을 볼 때 큰 타이틀의 기사만 보지 말고 저 밑에 있는조그만 뉴스거리를 한번 눈여겨봐라. 그 얘길 하더라고요. 밑에 있는 것이 큰 기사일 수도 있는데 그거를 신문에선 너무 작게 보도를 하니까 그런 걸 눈여겨보라고. 조그맣게 실린 기사를 눈여겨보면 거기에 진짜가, 숨은 진짜가 있다….
- 김준곤 씨(김경숙 씨 남동생) - P295

리그러고 펄펄껄 호탕하게 웃는 게 아닌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질문을 던졌다.

"그때의 기억이 어떻게 보면 여성으로서, 한 개인으로서 비참했을 수도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하실 수 있는 걸까요?"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우린 한 번도 그 순간을 비참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편견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여공분들에 대한 연민이 있었으리라. 착취당하고 불쌍한 소녀들이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자리하고 있었으리라. 순간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녀들의기억 속의 ‘YH사건‘은 내 인식과는 180도 달랐다. 그건 아마 승리의 기억이자, 승리의 역사였을 것이다. 그 기억을 시청자들과 꼭 나누고 싶었다.

"즐거웠어요. 언젠가 또다시 만나요!"

언니들(?)의 이 당당하고 호탕한 웃음이 지금처럼 영원히 계속되기를 한사람의 팬으로서 마음 깊이 응원한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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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야는 수조 관리원들을 운반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 곳에서 오래 일하고 있던 세키씨와 젊은 사원이었던 사카이 씨는 약간의 다투울 겪고 있었다. 누군가 큰 잘못을 한 것이라기 보다는 일에 있어서 겪을 수 있는 마찰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관동 지방에 가게 되면 그 지역의 디저트를 사는 겐야는 이번에도 고구마를 사용한 디저트를 사기 위해 화과점으로 간다.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세키씨와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세키 씨는 뒤에 사람이 있다면 계산을 차근히 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겐야에게 한다. 세키가 사지 못했던 고구마양갱이를 대신 사주며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다면 도움을 청해도 좋다고 얘기해준다.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겐야는 시간이 나자 가야노의 묘지로 간다. 그곳에서 가야노의 딸 나오를 우연히 마주치고 둘은 대화를 하게 된다. 나오는 엄마인 가야노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겐야가 본 가야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나오를 위로해준다. 나오에게 힘든 일이 있다면 자신과 다쿠마, 아오코에게 부담없이 얘기하라며 연락처를 남기고는 헤어진다.
셋이 있는 메신저 채팅방에 그것에 대해 얘기하려 했으나 또 실없는 대화를 하는 다쿠마의 채팅을 보며 여느때와 다름없는 채팅을 하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이 난다.

사실 처음엔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을 사기 위해 표지랑 제목만 보고 급하게 산 책이었다. 새로운 별이라는 제목과 표지를 보고는 ˝SF 소설인가?˝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저 편하게, 그러나 잔잔한 감동이 있는 소설이었다. 대학교 때부터 같은 동아리에서 지내며 어른이 되어서도 친분을 유지하는 아오코, 가야노, 겐야, 다쿠마 이 4명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이들은 각자의 문제점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아오코는 과거에 자신의 아이를 잃은 점, 가야노는 병, 겐야는 회사에서 겪은 일 때문에 히키코모리 생활, 다쿠마는 아내와의 갈등.
이런 문제들은 어쩌면 이 세상의 누군가는 겪을 문제일지 모르며 나는 개인적으로 겐야에게 공감이 갔다. 그래서 겐야파트를 읽으며 좀 찔리기도 유독 겐야에게 이입이 잘 됐다.
대학생 때에는 마냥 빛나고 뭐든지 잘할 것 같았던 친구가 나이를 먹어가며 약한 모습도 알게 되는 것이 나름의 포인트라면 포인트 같다. 정말 친한 친구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도 있고 다 알 수는 없으니까. 또한, 최근 우리 생활에 거의 스며든 코로나를 꽤나 활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신선했다.
이 소설이 엄청나게 특별하고 차별점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꽤나 공감할 거리와 잔잔한 감동이 좋았던 책이다. 가볍게 읽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책이다.

겐겐, 하고 귓속에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울렸다. 무성히 우거진 풀바다를 한줄기 바람이 스쳐 지나는, 그 잎사귀 스치는 소리처럼 가벼운 음색으로. - P215

조수석에 놓은 꽃다발에서 푸릇푸릇하고 싱싱한 향기가 났다. 흰 백합이 든 걸 고른 이유는 막연히 친구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선이 가늘어선지, 처음 보았을 때는 얌전하고 소극적이란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친해지고 보니 그녀는 오히려 자유분방하고 대담했다. 결코 조그만꽃은 아니었다. 선명한 색채에 향이 짙은, 어디 피어 있는지 멀리서도 금방 알 수 있는 꽃이 그녀 이미지에 가까웠다. - P216

"아빠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데려다줄 테니까보고 싶음 말하래요. 근데 엄마랑은 지금껏 늘 일대일로 얘기했었는데, 이제부턴 누구랑 같이 있지 않으면 못 만난다는 게 이상해서... 혼자 만나고 싶었거든요. 돈이 드니 맨날 그러긴 어렵겠지만, 여차하면 혼자 올 수 있다는 걸 확인해서 다행이예요." - P221

"안도 삼촌, 엄마가 저랑 약속해놓고 지키지도않은 게 엄청 많거든요? 동생 안 낳아준 대신 초등학교 가면 고양이 키우게 해주겠단 거나, 제 결혼식을 보기 전까진 죽지 않겠단 거나. 못 지킬 약속만 한 거 보면 아무래도 못된 어른이 맞았나 봐요. 근데 딱 하나, 진짜로 이뤄졌네요."
의미를 알 수 없어 겐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오는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 올렸다.
"네가 혼자가 되는 일은 평생토록 없을 거라고.
몇 번이나, 다짐하듯 말했었어요. 엄마가 한 말이진짜가 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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