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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ittle History of the World (Paperback) - 『곰브리치 세계사』원서 A Little History 2
Gombrich, E. H. / Yale Univ Pr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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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브리치는 서양미술사 개론서의 저자로 유명하다. 이 책은 그가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던 중 급하게 쓰게 된 첫 작품이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역사책이라고 되어 있는데 어휘 수준을 보면 원어민이라도 초등학교 고학년쯤은 되어야 완전히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기 전에 읽어주는 용도로는 더 어린 아이들에게도 괜찮을 것 같다. 친구의 표현에 따르면 글을 정말 '예쁘게' 써서 소리내어 읽기에 참 좋다.

보통 역사책과 다른 점은 인물과 연도를 많이 명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역사책을 읽다 보면 나오는 사람 이름과 명기된 연도를 다 기억해야만 할 것 같은데, 주요 인물과 주요 연도가 적어 부담이 덜했고 저자의 관점에서 서양 역사의 핵심 인물이 누구이고 핵심 사건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역사상 중요한 사건들의 줄거리를 옛날 이야기처럼 전달하면서 어떤 역사적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도 결들인다. 어른 또는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단순하고 딱 맞아떨어져서 좋지 않겠지만 적어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설명 능력만은 높이 산다. 예를 들어 산업혁명이 일어나 노동자의 임금이 급감한 정황을 다음 문단처럼 구체적인 일화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But the worst thing was this: the city's hundred weavers were now out of work and would starve, because one machine was doing their work for them. And naturally, rather than see his family starve a person will do anything. Even work for a pittance as long as it means he has a job to keep body and soul together. So the factory owner, with his machines, could summon the hundred starving weavers and say: 'I need five people to run my factory and look after my machines. What will you charge for that?' One of them might say: 'I want so much, if I am to live as comfortably as I did before.' The next would say: 'I just need enough for a loaf of bread and a kilo of potatoes a day.' And the third, seeing his last chance of survival about to disappear, would say: 'I'll see if I can manage on half a loaf.' Four others then said: 'So will we!' 'Right!' said the factory owner. 'I'll take you five. How many hours can you work in a day?' 'Ten hours,' said the first. 'Twelve,' said the second, seeing the job slipping from his grasp. 'I can do sixteen,' cried the third, for his life depended on it. 'Fine,' said the factory owner, 'I'll take you. But who'll look after the machine while you're asleep? My machine doesn't sleep!' 'I'll get my little brother to do it - he's eight years old,' replied the luckless weaver. 'And what shall I give him?' 'A few pennies will do, to buy him a bit of bread and butter.' And even then the factory owner might reply: 'He can have the bread, but we'll see about the butter.' And this was how business was done. The remaining ninety-five weavers were left to starve, or find another factory owner prepared to take them on.
(243-244)

문장이 쉬운 편이기에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영어 공부삼아 읽기에도 좋다.

 

 

번역본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9187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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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교육의 성공 - 경쟁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의 학력으로
후쿠타 세이지 지음, 나성은.공영태 옮김 / 북스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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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교사들은 아이들을 옆에서 돌보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견뎌요. 좋은 교사란 될 수 있는 대로 아이들이 뭔가 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것 같아요."

'나오는 말'의 이 대목에서 나는 눈물이 치밀어 올랐다. 교사 대신에 부모를 넣으면 딱 내 상황을 꼬집어 얘기해주는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본문에서 이미 그와 전혀 반대되는 사회에 사는 핀란드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주며 부러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교육이 실시되려면 부모 자식간의 신뢰와 자율 존중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핀란드의 교육 제도를 소개하는 이 책은 저자가 일본인이어서 특히 핀란드와 일본과 비교하는 내용이 많다. 세계 학력측정 자료에 한국이 최상위권에 들다보니 한국 이야기도 꽤 있는데 일본의 교육제도를 거의 그대로 답습했음에도 학력 패턴이 일본과 조금 다르게 나오기는 했다. (그렇다 해도 이대로 결과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한 학력 수치와 상관없이 상황이 악화될 것이 뻔하다.)

핀란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 점은 모든 학생에게 언어 교육을 철저히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교과과정을 학교 당국의 자율에 맡기지만 핀란드어 수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규정한다. 언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영역은 없다. 과학의 언어는 수학이라고 하지만 방정식만으로 가득한 논문이나 교과서는 없다. 언어 능력을 등한시하고 살아온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끼리 단순하고 오해의 소지가 큰 언어만 사용하고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면 자신의 다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된다.

핀란드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세 개 이상의 외국어를 배우고 실제로 외국어를 참 잘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핀란드어가 우선시되어 수업시수가 절대적으로 많다. 이 책에서 그렇게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 역시 모국어를 잘 해야 외국어도 잘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배우고 싶은 외국어의 교사가 없는 경우에는 다른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선택' 과목이 학교에 있는 교사의 종류에 따라 그냥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먼 나라의 일이다.

너무 놀라워서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사실은 핀란드의 소수 이민자 자녀에게 그들 각각의 모국어 수업을 받게 한다는 점이다. 핀란드는 이민자가 거의 없는 나라인데도 말이다. 전국에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이민자 자녀가 4~5명에 불과한 경우에도 각 언어의 교사들을 철저히 교육시키고 해당 교사가 있는 곳으로 학생이 이동하여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해 준다. 이 책에서는 이 예를 통해 핀란드의 교육이 사회복지와 연결된 개념임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자료를 접할 수 있으나 약간 산만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핀란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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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ing for the Barbarians (Paperback, Deckle Edge)
Coetzee, J. M. / Penguin Group USA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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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폭력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폭력만큼 흑백이 선명하게 구분되는 것은 없지 않을까? 적어도 폭력에도 모호한 면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 작품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주인공은 원주민들을 동정하고 돕고 싶지만, 식민 지배의 틀에 종속된 말단 관리일 뿐이다. 그는 파견된 상관이 원주민에게 가하는 무자비한 고문을 막지 못한다. 반대 의견을 용감하게 피력하고 나서 옥에 갇혔다가 쫓겨난다. 결국 그의 동정은 원주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그들의 편에 온전히 선 것일까? 죽을 때까지 그는 백인이다. 결코 그들의 일원이 될 수 없고, 그 자신도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주인공은 자신 또한 궁극적으로는 식민 지배라는 폭력의 일부였다는 생각에 이른다.

이 작품은 인간의 식욕, 성욕, 수면욕을 전면에 내세운다. 식욕이 극심해진 상태에서는 정의를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전반부에서 주인공이 원주민 여인과 나누는 애정/우정(?)에서는 성욕을 수면욕의 형태로 변형시킨다. 여러 해석이 가능할텐데, 이런 수면욕은 정상적이지 못한 성욕일 수도 있고, 억압된 성욕의 대체물일 수도 있고, 성욕과 관계없는 다른 것일 수도 있음을 표현하는 듯하다. 오십을 넘긴 주인공은 상관의 고문 때문에 아버지를 잃고 눈이 거의 멀었으며 두 발을 심하게 다친 이십대의 여인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원주민 여인에 대한 그의 감정은 굉장히 복합적이고 그 자신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3/4쯤 읽었을 때 나는 이 작품이 주인공의 죽음으로 향해가는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평화롭고 별 문제 없는 변방의 마을을 다스리는 관리로 잘 지내다가 퇴직하기 몇 년 전에 외부적 요인에 의해 점점 추락한다. 그래서 그 바닥은 처참한 죽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작품이 끝날 때까지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 그럼으로서 오히려 삶의 덧없음이 더 잘 표현되었다. 삶의 덧없음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아니지만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면 느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주인공의 인생은 죽음보다 더 아래로 추락했고,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죽지 못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작품의 줄거리상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만인'의 정체가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동안 야만인은 원주민을 제압하기 위해 식민 지배자들이 만들어낸 구실이라고 주인공은 생각한다. 어디서도 증거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작품의 끄트머리에 야만인에게 습격당했다는 병사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을 습격한 야만인이 진짜 야만인인지 궁지에 몰려 고양이를 무는 쥐처럼 힘을 모은 원주민인지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이 말하는 야만인의 정의가 무엇인지부터 분명하지 않다. 그런데도 엄청난 사건들이 야만인을 핑계로 일어났다. 마치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가 온 세상을 쥐고 흔든다. 이는 식민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금 현재 우리에게도 일어나고 있다. 가시적인 적(敵)이 비교적 많이 사라진 오늘날에는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무섭다. 그리고 그 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일본의 한국 지배 역사 때문에 우리는 식민 지배와 피지배의 양상을 잘 안다. 이 작품의 설정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고, 이전에 그런 설정의 작품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진부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사회성이 강한 작품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익숙한 이야기 안에서 인간에 대한 진부하지 않은 성찰을 보여주고, 억압의 주체와 객체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철학적 문제를 파고든다. 무엇보다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많이 던지고, 여러 방향의 사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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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art Britain: A Very Short Introduction (Paperback) - A Very Short Introduction Very Short Introduction 113
John Morrill / Oxford Univ Pr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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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 왕조의 4명의 왕과 중간에 낀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시대의 역사를 다루었다. 도서관에 몇 권 없는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를 섭렵하느라 읽게 되었는데, 한 번 읽고 반납하기에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 책이 The Oxford Illustrated History of Britain 중에서 스튜어트 왕조 부분을 그대로 뚝 떼어다가 재출간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것도 1984년의 원고를 2000년에 재출간한 것이다. (물론 16-18세기 영국사 연구가 80년대와 2000년대에 얼마나 차이가 났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미 원본을 소장한 사람이 모르고 이 책을 산다면 낭패일 것이다.)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의 영국 통사는 이렇게 재탕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구입 전에 잘 알아봐야 한다. http://www.oup.co.uk/general/vsi/titles_subject/ 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The Oxford Illustrated History of Britain 의 각 부분이 그 시대의 전문 연구자들에 의해 쓰여졌기에 내용은 충실하다. 통사를 상세히 모르는 상태에서 시대사에 대한 입문서가 필요하다면 골라서 살 수 있으니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다. 다만 통사에서 읽어본 내용과 거의 중복되어 시대사 연구 목적으로는 불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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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A Very Short Introduction (Paperback) - A Very Short Introduction Very Short Introduction 376
John H. Arnold / Oxford Univ Pr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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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4세기 초 프랑스 남부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서 출발한다. 누구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다음, 이 사건을 예시로 활용하여 역사학의 여러가지 측면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다.

보통 사람들이 흔히 인식하는 '역사'란 국사와 세계사 수업이나 서점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역사 코너의 대중을 위한 책들일 것이다. 역사학 연구의 결과물인 그런 책만 생각하다가, 역사학의 방법론 (historiography) 또는 역사철학에 대한 내용도 같이 담긴 책을 읽으니 새롭기도 하고 역사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졌다. 역사학의 역사도 소개되어 있다. 사학과에서 배우는 내용이 흔히들 상상하는 것과 꽤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Very Short Introductions 시리즈 중에서도 문장과 내용이 매우 좋고 흡인력이 대단해서 (흥미진진하게 썼다) 저절로 책장이 넘어간다. 역사에 관심 없는 사람은 없다는 (역사 코너에 속한 책을 즐겨보지 않더라도 사극 드라마는 다들 보지 않는가) 명제를 참으로 받아들인다면, 이 책의 적어도 1/3 정도는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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