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도시를 품다.
그 마을에 가고 싶다."
읽기 참 힘들었다. 글씨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내용의 어려움이 아니라, 이상과 현실의 적량 조절을 하기엔 혼란이 거듭되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실천사례임에도 지극히 이상적인 삶이라 그럴까? 경험자와 무경험자의 괴리에 '과연? 난' 이라는 의문만 되풀이했다. <마을의 귀환>은 어느 지점에서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를 연상 시킨다. 외로움과 고독을 상징하는 '섬'은 또 다른 섬에 가고싶은 바램이 <마을의 귀환>에도 머물러있다.
'대안적 도시공동체 삶'을 기록한 이 이야기는 외로움, 고독, 절망과 소외의 삶에 대한 도시삶의 회의와 반성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여기에 해당될까.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5인)은 2012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8개월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마을의 귀환'을 재구성 수정·보완하여 결과물을 내놓았다. 서울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를 만든 17개 사례와 마을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취재한 영국의 마을공동체 9개 이야기가 소개된다.
'마을'이라는 단어는 영어의 'village' 'town' 보다 참 정겹다. '마을'은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이란 의미와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로 해석한다. 결혼해서 처음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살기 시작했다. 시장 상가 주변에서 성장하고, 이십대 들어 골목길의 주택에서 보내다 닭장 같은 아파트의 삶은 나에겐 더 없이 좋았다. 애쓰지 않으면 주변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아이는 있는지? 직업은 뭔지? 잡다하게 나의 정체를 밝히지 않아 좋다. 그렇듯이 자기를 들어내기를 지극히 꺼리는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어린 아들이 성장하는 현 시점에서 궁금한게 많아지기 시작한다. 어린이집은 어디가 좋은지? 어울릴만한 또래 친구도 만들어 주고싶고, 갑자기 일이 생기면 아이를 맡겨둘 이웃 한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의 삶을 생각하니 놀러갈 이웃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마을의 귀환>에 소개된 대안공동체를 취재하며 원초적인 감정이 '부러움'이었다는 기자들의 소견에 공감이 간다. 밥상을 함께 하고, 육아·교육의 실마리를 고민하고, 밴드를 만들고, 도서관을 짓고, 먹고 살거리를 계획하고, 예술을 공유하는 모습은 이웃사촌의 정을 나누는 것과는 다른 수준의 삶을 공유하는 것 같았다. 더 나아가 영국의 '로컬리티'처럼 자조(self-hlep)의 가치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마을공동체는 400개를 넘는다. 마을 공동체는 곳곳에서 씨를 뿌리고 있다니, 삶과 삶터의 대안적 고민이 급 상승중에 있음을 실감케 한다.
<마을의 귀환>은 주거 중심공동체, 상업·협동조합 공동체, 문화·예술 공동체, 지역 맞춤 공동체, 자산 소유 공동체의 줄기로 나눠져 있다. 여기에 현재진행형인 마을공동체의 실천기와 공동체 방향성, 풀어내야 하는 과제들을 담고 있다. '나눔의 순환'을 핵심으로 하는 '삼각산의 재미난 마을', 공동육아협동조합에서 출발한 '성미산마을', 뉴타운의 상처를 보듬는 '은평구 산새마을', 착한소비, 좋은 먹거리, 작은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도봉구의 목화송이'와 '서대문구 A카페', 강북구 '수유마을시장' 등 거대한 자본의 성역을 벗어난 대안의 삶을 꾸려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특히 사례를 소개하는 사이마다 도시공동체 연구가들의 인터뷰 글을 담아 긍정성과 모순지점을 적절하게 터치하는 점이 좋은 것 같다.
민(民) 중심의 지속가능성을 핵심으로 국가에서 추진하는 모든 사업의 기본을 '마을 지향의 행정 방식'으로 진행되면 좋겠다는 김낙준 서울시 마을공동체담당관 의견에 지지를 보내고 싶다. 영국 '로컬리티' 디렉터 스티브 클레어는 독립성도 중요하지만, 지역 구청과의 파트너십도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제로섬게임이 아닌 협력구조에서 힘을 얻는다고 강조한다. 결국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이끄는 힘은 사람이며 사람간의 공감과 협동의 에너지가 합일점을 찾아가는 과정의 즐거움과 어려움이 공존함을 또 한번 깨닫는다.
개인적으로 <마을의 귀환>을 읽으며 도서관의 이름이나 프로젝트 팀명, 문화예술 프로젝트 이름을 소리내며 읽어보았다. '재미난 마을 - 재미난카페, 작은도서관 - 함께 놀자, 도봉N, 생협1호 물꼬, 문전성시(門前成市) 프로젝트, 여성친화 마을 기업 목화송이, 송파 마을넷, 별별공작소, 구로는예술대학, 도시골 프로젝트' 등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이름만 불러도 알 수 있겠다. 다양한 개성과 삶을 살아온 사람이 '마을 공동체'에서 '자기답게' 살고자 기꺼이 조율의 과정을 배운다는 것을 말이다. '마을이 세계를 구하고, 마을이 학교며,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구체적 사례가 여기 <마을의 귀환>에 있다.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았던 만큼 나도 26개 마을중 어딘가에 살아보고 싶은 부럼을 가져본다. "마을, 도시를 품다. 그 마을에 가고 싶다."
'대안공동체' 삶을 고민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 구절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타심(Selflessness)'이 한쪽에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이기심(Selfishness)'이 있어요.
그리고 그 중간에 '자기의 관심(Self-interest)'이 있고요. 자
기 스스로 관심이 가고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직접 해보는 거예요.
마을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떻게 개인의 욕구를 사회적 욕구로 만들 것인가'라고 생각해요."
'로컬리티'의 혁신 디렉터 제스... 3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