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즐거움 - 오연호가 묻고 박원순이 답하다
박원순.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2011년 대선을 앞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최고의 정치이슈였다. 무상급식 반대에 정치생을 담보한 오세훈 시장의 좌절로 우리는 원순씨를 만났다. 정치는 절대로 안한다던 시민운동가 박원순은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시대의 지게를 지겠다는 결심으로 민주당에 적을 두고 서울시장이 되었다. <정치의 즐거움>은 시장이된 원순씨의 1년 6개월의 쫀쫀한 행정과 정치에 대한 속마음을 스케치한 인터뷰 기록이다.

 

참으로 속도감있게 읽어내렸다. '정치'라는 묵지근한 단어 뒤, 어울리지 않는 '즐거움'에 끌림은 묘한 흥미를 더한다.

일상과 멀게만 느껴지는 '4대강 사업'도 'NLL포기발언에 대한 여야의 대립'도 입에 거품물고 욕한번 시부리며 잊어버리기 일수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먼 '정치'를 원순씨는 일상행정, 정밀행정, 위키피디아행정을 정면에 내세우며 '정치의 일상화' '일상의 정치'를 선보인다.

 

그는 1994년 참여연대를 시작으로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를 기획했다. 시민, 나눔과 순환, 희망을 모토로 시민사회 의식을 깨웠다. 원순씨라 불리기를 원하고, 일중독자며, 소셜디자이너로 시민사회활동가로 인권변호사로 살아온 그가 '정치'에 발을 디딘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결정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시대를 후퇴시키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어요.   -중략-   나중에는 정치를 왜 이따위로 할까, 도대체 정치가 뭔데 이러나, 정치인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명박 정부가 정치를 후퇴시키고 시대를 후퇴시키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 나 혼자 조용하게 일하고 있어도 되는가 하는 자책감, 부채감, 죄의식이 밀려들었던 것 같습니다. p82

 

이명박 정부시절 국정원이 희망제작소와 원순씨를 탄압한 것이 '시민운동가'인 그를 '정치인'으로 변화시킨 계기가 된 것 같다. 시대를 역류하는 정치에 자책감과 죄의식까지 느꼈다니, 민주주의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역사에서 배운다'는 원순씨는 역사적 인물중 면암 최익현 선생을 통해 위대한 애국심과 시대의 통찰력을 꼽았다. 그리고 '정치적 인간 박원순에게' 가장 영향을 준 인물을 인권변호사 대부이며, 전태일 일대기를 기록한 조영래 변호사라고 한다.

 

조영래 선배와 함께 인권변호사로 일한 시절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힘든 고통의 시대였던 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 중후반기였어요. 1993년에 참여연대 창립을 준비하면서 시민사회운동을 시작한 것도 그분의 영향이었고요. … "박 변호사, 이제 돈 그만 벌고 해외로 나가보지." 그때의 권유로 외국의 시민사회를 돌아봤고, 그 과정에서 느끼고 깨달은 점이 있어 참여연대를 만들게 됐습니다. p60

 

그는 공공의 이슈를 다루는 사람은 10년 정도 시민운동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 것에 대해, 서울시장이 된 후 필요성을 더 느낀다고한다. 시대적 요구를 통찰하고 실천하기 위해 수많은 관계자들을 모아 실현하는 과정의 시민운동은 정치보다 어렵다고도 말한다. 시민운동으로 다져진 원순씨는 서울시장이 안됐으면 어쨌을까 싶을만큼 1년 6개월의 과정을 '박원순의 스타일'로 서울시의 변화를 촘촘히 진행중이다.

 

원순씨를 보면 사람들은 '이웃집 아저씨'를 연상 할 것도 같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원순씨 보통내기 아저씨 아니다" 라는 생각든다. 책 초반 부터 "저에겐 야심이 있다"라고 대놓고 말한 만큼 야심가다. 그에 반해 오연호 기자가 지적한 낭만적 이상주의자 인것도 인정한다. 안정과 혁식이라는 두 개의 바퀴를 굴려 이상적인 정책을 현실화 시키는 야심가 원순씨는 기존의 서울시장이나 정치인의 정책 실행 스타일과 분명 다르다. 인터뷰 내용을 세심하게 들여다 보지 않아도 기존의 행정용어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떠들썩했던 '보도블록 10계명'만 보더라도 '보도공사 실명제,

보도공사 클로징 11, 보도블록 은행 등', 누드 프로젝트 '정보공개 3.0', '휴먼터치 행정'으로 노숙자 전수 조사까지 실행했다.  눈앞 실적이 확연한 청계천 복원사업이나 한강의 르네상스 기획력에 비해 소심한 듯 보인다. 그러나 야심가이며 이상주의자인 원순씨, "랜드마크는 이미 시민들 안에 있다"는 시대적 화두를 안고 서울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보겠다며 재선 도전을 공개한다. 

 

뉴타운 설겆이의 어려움과 서울시 빚 줄이기가 어렵다고 토로하며 '솔직한 용기'를 고백하는 서울시장 원순씨는 그래도 정치가 즐겁다고 말한다. 과연 그에게 정치란 무엇일까? 정치인을 꿈꾸는 청년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답하고 있다.

 

정치란 자신이 굶고 남을 배불리 먹게 하는 것이며 늘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챙기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정치인의 자세가 무릇 그래야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를 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다. p267

 

그리고 원순씨는 이렇게 말한다.

 

정치는 새로운 시대의 화두를 잡고 그것을 세밀한 정책으로 실천해내는 일입니다. ~ 중략 ~ 지금 우리 사회는에는 시대의 화두를 둘러싼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치인, 행정가, 시민사회, 언론이 모두 시대의 화두를 놓고 경쟁하고 있어요. 누가 그 화두를 잡아서 세밀한 정책으로 추진해 낼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경쟁이죠. 정당도 시민사회도 시대적 화두를 잡고 실천하면 정치적 영향력이 높아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힘을 잃게 됩니다. p269

 

서명이 <정치의 즐거움>이다 보니 읽는동안 '정치란 무엇이며? 내 삶에 정치란 어떤의미 일까?'를 곰곰 생각했다. 흔히들 '법 없이도 살 사람' 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정치 없이도 살 사람'이란 표현을 쓰면 좀 웃긴가? 그러나 무정부주의자든 아니든 현시대에 법이나 정치의 테두리를 벗어나 살 수 있을까? 그만큼 '정치'는 내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지닌 영역이다.

 

정치는 복합적인 사람과 사람살이가 얽혀 있으니 단순 할 수 없으며, 그런 사람과 사람살이를 어떻게든 설득하여 공감을 얻는 고도의 설득게임같다. 뉴타운 설거지를 위해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미분양 아파트를 손수 판매하고, 시청앞 시위대와 대화를 나누고, 관성에 젖은 공무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보수인사들을 만나 설득하는 원순씨는 고도의 정치적 설득게임의 룰을 잘 아는 것도 같다.

 

'오연호가 묻다' 시리즈에서 박원순 시장편을 읽어내리며 '박원순의 야심'을 '박원순의 정치 철학'을 '즐겁다는 정치'를 공감했다. 내 삶의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정치'는 삶을 역행하고, '정치가'의 야심은 내 삶에 독을 품어낸다.

그래서 '정치'를 '정치가'를 불신하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까 견제하고, 그도 아니면 모르쇠하고 무기력해진다.

시민활동가였던 원순씨를 보는 눈과 민주당에 적을 둔 서울시장 박원순씨를 보는 눈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보수든 진보든 '정치'의 공감이 내 삶에 영향력을 미치는 '지속가능하면서도 정교한 정책의 실현'만이 정치적 생명력을 이어줄 것이다.

 

꽤나 집중해서 정성들여 <정치의 즐거움>을 읽었다. 정치적 내용은 접어두고, 한 인생의 삶을 훓다보니 미래에 대한 통찰력, 상상을 현실화 시키는 열정,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여 자기화 시키는 기획력, 유연한 듯 냉철한 문제해결 자세와 포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사고에 깨우침을 준다.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권하고 싶기도 하다. 삶에 집중력이 흐려지는 시기에 웬지 모르게 긴장감이 흐른다.... 그래서  "너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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