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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교과서 - 아이랑 엄마랑 함께 행복해지는 육아
박경순 지음 / 비룡소 / 2015년 2월
평점 :
자존감이란 쇠를 단련하듯 불에 녹이고 두들겨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보다 백김치 담그듯 곱게 싸서 숙성시키는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알토란 같은 재료들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그대로 담아서 익히는 것, 자꾸 휘젖고 흔들면 속이 다 터져서 안 되는 그런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를 키울 때는 삽을 깊게 파는 것이 좋다. 그래야 뿌리가 상하지 않는다.
마음을 크게 가지라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로서 내 마음이 깊어야 한다.
마음이 깊으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키우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생기겠지만, 그렇게 마음 깊이 닿아있으면 해결하지 못할 갈등은 없다.
125쪽.
'백김치 담그듯이 숙성시킨다... ' 이 구절에 몸이 저릿했다.
지난 3년간의 시간. 26개월 아들을 키워내는 시간이 휘리릭 스쳐지나간다.
조카들이 자라는 것과 친벗들의 자녀들이 성장하는 것을 근접에서 지켜보며 그럭저럭 하다보면 아이는 크는거다 생각했다. 관념이란 참 부질없다. 특히 육아는 직접 겪지않고서는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다양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숱한 육아서가 흘러나온다. 파워블로그 육아서에서 모방송의 실험을 사례로 한 육아서, 놀이에서 그림책 읽어주기까지 다양한 육아서는 넘쳐난다. 많은 엄마들이 읽고, 메모하며 본인 아이에게 적용해 보리라 결의를 다져보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육아서를 많이 챙겨본다고 육아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배움이 짧다고 육아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과연 육아란 무엇일까?
<엄마 교과서>는 서명에서 느껴지듯이 여느 육아서처럼 읽기에 쉽지 않다. 그러나 육아에 관한 조언을 필요로하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저자는 임상심리학 및 정신분석학자이다. 셋 아이의 엄마이며, 상담가이다. 정신분석의 이론적 설명을 기본으로 상담사례와 본인 자녀들을 키우며 느꼈던 이야기까지 담아낸다. 이 책은 자녀를 양육하며 꼭 알아야 할 세 가지를 다룬다. '타고난 성향', '영아·유아·아동의 일반적인 발달과정', 그리고 '부모 자녀의 관계'이다. 아이의 타고난 차이를 이해하면 갈등의 폭을 줄일 수 있으며, 한 인간의 정상 발달 과정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이해함의 중요성을 말한다. 가장 큰 비중을 두는 것은 '부모 자녀의 관계역동'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유아의 심리적 과정을 찬찬하게 이해시킨다. 정신분석 이론은 물론 오늘날 육아나 부모교육 이론들의 기초가 된 학자들의 삶을 간략하게 언급한다. 그들의 삶을 통해 육아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느낌도 전달된다. 상황에 따른 그림의 도식도 이해를 돕고있다. 상담의 사례를 전할때는 내담자를 '무례', '반항이', '금방이'.. 등의 이름을 붙여 접근과 공감을 높여주고 있다. 본인 자녀를 키울때의 난감한 상황과 감정의 흐름도 들어낸다.
발달과정 부분을 읽을때는 임신중인 산모들이 꼭 읽어주면 바랬다. 주변 어른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육아정보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신생아의 예민한 감각, 안아주면 손이 탄다는 말, 수유와 수면에 따른 육아들의 '애착관계'는 설득력이 있다. 배변훈련에서 불리불안, 대상항상성의 심리적 변화 과정을 프로이드의 이론을 토대로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육아서를 몇 권 읽으며 설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게 맞는지? 엄마의 감정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이론적 근거가 부족하다. 떠도는 육아 정보와 내아이와 나의 관계를 조절 할 수 있는 육아서는 없나? 고민하던 그런 시기였다. <엄마 교과서>는 다양한 이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함과 동시에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아주 담담한 문체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그런점이 공감을 양과 질을 높여주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관념의 육아에서 경험의 육아를 하며 홀로 조카를 키워낸 언니와 유산을 하면서도 아이들을 키우며, 일까지 하며 살아온 친구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못했던 지난 시절들이 미안하고, 안타깝다. 나 또한 고향을 떠나 아는 이 없는 곳에서 아이를 낳고, 젖을 먹이고, 이유식을 해먹이고, 똥 귀저기를 갈아대며 살아가고 있다. 26개월에 들어선 아들은 '엄마, 아빠'라는 대상에 명칭을 붙이고, '좋고, 싫음'을 표현한다.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럽다가 엄마의 감정에 흠이나면 약한 폭언을 하고 있는 나를 본다. 아이에게 미안하고, 나에게 실망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간다.
엄마가 행복해야, 좋은 육아라고... 육아를 통해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엄마 본인이 아기였을 때 받았을 사랑과 행복과 비례함을 절실히 느껴진다. 모방송의 '달라졌어요' 시리즈를 보다 한 젊은 엄마가 자신의 딸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겨놓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었다. 상담이 들어가자 어린시절 엄마가 자신을 방치해서 엄마노릇이 어떤것인지 모르다는 심리를 토로했다. 엄마의 아이시절. 그것은 자신이 엄마가 되었을때 상처가 되어 본인 아이에게 되돌아간다. 책에서 언급하듯이 '아이와 엄마 속에 있는 '작은 아이'와의 싸움이 갈등을 유발한다'는 것이 섬뜩하다.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되기를 원하는 걸까? 나는 내 아들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걸까?
많은 부모가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유연한 사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어떤 사람과도 어떤 상황에도 감정의 기복에 흔들림없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 엄마인 나의 육아목표는 '유연한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 목표는 어쩌면 내 인생 전반을 수용하고, 끌어안아 수행하는 마음을 갖는 고행의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 만큼 한 인간을 길러낸다는 것은 '전우주를 필요로 한다'는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임을 절실히 깨닫는다. 그 과정에 <엄마 교과서>라는 육아서는 또 한 번의 자극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