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막걸리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양재홍 지음, 김은정 그림 / 보림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뽀얀 곰국물 빛깔인 막걸리는 한국의 대표 술이다. 대포 한 잔에 허기를 채우고, 서로의 시름을 풀었던 서민의 술로 오랜시간 사랑을 받았다. 시절이 변해 술의 문화도 다양화 되면서 막걸리는 푸대접을 받았다. 최근에는 전통주를 살리기위한 마케팅 전략과 새로운 시도가 많아지고 있지만, 예전만 못하다. 삶의 환경이 변하듯 모든 먹거리도 전통을 품은 퓨전을 지향하는 시대이다.

 

<우리 집 막걸리>를 훓어보니 몇 해 전, 시청한 다큐가 기억난다. 한 일본인이 유학시절 맛본 '막걸리'에 반해 책까지 출간했다. 전국 유명 양조장의 다른 제조법과 맛을 그는 찾아다녔다. 나의 흥미를 유도했던 장면이 있다. 아주머니들이 누룩을 힘겹게 꾹꾹 눌러 밟는 모습과 술이 익어 갈 무렵 독에서 나는 경쾌한 소리였다. 그때 처음 술을 빚는 과정의 정성과 기다림을 생각해 본 것 같다.

 

<우리 집 막걸리>역시 그 인고의 과정을 담고있다. 보영이라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밀이 익어가는 계절, 집에서 온 가족이 술을 빚기위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밀을 맷돌에 가는 장면, 누룩을 밟고, 빻는 과정들이 그림을 통해 세심하게 표현되고 있다. 보영이가 입은 옷의 변화에 따라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추측 할 수 있다. 한옥 집을 배경으로 술을 빚는 전통의 느낌과 술을 이웃과 나누는 깊은 인간애도 담고있다. 요강, 절구, 소줏고리 같은 소품을 감상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양조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막걸리를 생각하다 집에서 술을 빚는 과정을 읽으며 '숭고하다'는 느낌은 좀 과장될까? 인스턴트 식품에 익숙한 시대에 족히 몇 달을 계획하고, 갈고, 말리고, 체를 걸고, 다시 물을 붓고, 또 기다리는 과정에 '으악' 소리까지 나온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했던가. 한해 지은 쌀로 깨끗한 물과 누룩을 더해 시간과 정성이 '술'로 탄생되는 순간은 감동적이다. <우리 집 막걸리>는 빠른 세상 속에 시간이 빚어내는 맛의 기본을 깨닫게 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