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야기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김선남 글.그림 / 보림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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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지도를 따라가면 '서울'이 보인다.

 

 

일산에 살며 서울에 볼 일이 있을땐 경인선을 이용한다. 족히 20~30분이면 서울역에 닿는 것이 나에겐 참으로 신기하고, 재미있다. 일산에 거주한지 3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서울역에 도착하면 여행을 떠나온 설렘과 두려움으로 흥분한다. 그런 감정은 대구에서 30년을 넘게 산 나에겐 서울이라는 낯선 대도시가 묘한 동경의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어른들은 "서울은 가만이 있어도 코베어 간다", "서울내기들은 보통이 아니다"등의 말로 대도시 살이의 팍팍한 인심을 알려주었다. 촌아이의 무의식엔 서울은 정신을 빳짝 차리고 다녀야 하는 두려운 도시로 각인되었다.

 

홀로 여행을 다닐만큼 성장한 후, 우리나라의 그 어느곳 보다 서울여행을 좋아했다. 여름휴가엔 연극을 보기위해 대학로에 왔고, 작가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들렀던 대규모의 서점도 놀라웠다. 이방인이 되어 광화문과 종로, 경복궁과 덕수궁을 기웃 거렸던 그 시절을 생각하니 웃습다. 이젠 나들이 삼아 갔다올 만큼 서울 지척에 나는 살고 있다.

 

보림에서 출간한 솔거나라 시리즈 <서울 이야기>는 촌아이의 무의식에 잠재된 도시, 이방인의 여행지인 '서울'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를 전해주었다.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 새 왕조 조선이 생겨났습니다.' 프롤로그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조선'의 수도 '한양'에서 출발했음을 알려준다. 14장의 옛 지도를 따라가면 풍수지리에 따른 한양이 도읍이 된 배경, 경복궁을 깃점으로 육조거리와 시전이 형성된 이유, 임진왜란, 일본 식민지 시대를 거쳐 해방이 되기까지의 역사적 사연들이 잔잔한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서울 이야기>는 단순히 스토리 형식의 그림책 이상의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역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지도라는 도구 활용으로 흥미를 유도한다. 설명은 간결하고, 유연하다. 개인적으로 역사에 둔감한 난 '종묘와 사직','도읍과 도성', '창경궁과 창덕궁, 덕수궁'의 차이와 쓰임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큰 역사적 흐름 파악도 좋았지만, 그런 해석이 효과적으로 전달 되었다. 그림책은 '500년 도읍의 옛것을 간직한 이곳 '서울'에서 지금은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로 끝을 맺고 있다.

 

대학시절 작가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 온 적이 있다. "특별나다 생각했지만, 특별난 것 없다 여겼다. 그러나 특별나 보였다."라는 메모가 떠오른다. 그 막연한 특별함을 <서울 이야기>로 깨닫는다. '서울'은 600여 년 전 '조선'의 삶을 품었기에'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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