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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ㅣ 진경문고
정민 지음 / 보림 / 2012년 9월
평점 :
얼마전 경제분석 전문가들은 한국도 저성장시대가 장기화 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경제라는 것을 쉽게 말하면 '먹고사는'문제 아닌가. 성장이 약화된다면 먹고살기가 힘들어진다는 말로 이해된다. 인간의 기초욕구가 어려워 진다는 것은 불안으로 다가온다.
불안의 시대. 출판계의 화두로 떠오르는 키워드는 의아하게 '古典'이다. 벌써부터 인문학이 죽었다는 등, 대학은 인문학과를 폐지하거나 합병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옛것을 읽자니 얄궂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인문학이 죽었다해서 확인은 묘연하고, 인간의 생로병사 가운데 인문학이 빠질 수는 없는 일 아닐까. 인문학이 뭔가?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이야긴데 죽인다고 죽나. 시대의 흐름을 타고 부활한 '古典'읽기의 대중화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몇 달 전, 이지성의 인문독서지도법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었다. 부제가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독서법'이었다. 베스트 작가인 공병호 역시 <고전강독>을 내놓았다.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古典'읽기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일맥상통하다. 여기에 더하고 싶은 작가가 있다. 어려운 '古典'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편집하는 '고전의 트랜스레이터' 정민 선생이다.
보림에서 출간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은 208쪽 분량이다. '책 이야기·책, 어떻게 읽어야 할까·책 아닌 것이 없다'라는 3가지 대목차를 두고, 그에 따른 15가지 소목차로 분류하여 자분자분 설명한다. '책(冊)'과 연관된 한자의 뜻을 풀어내는 해설이 먼저다. 다음 동서양을 아우르는 책 사랑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전 독서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책, 어떻게 읽어야 할까'에서는 18세기 조선 지식인 연구자답게 다양한 학자들의 책읽기 방법을 펼쳐보인다. 연암 박지원의
<선비란 어떤 사람인가>, 홍길주 가 쓴 <수여방필>, 독서광인 이덕무의 <간서치전>을 읽다보면 꾸준히 읽는 독서의 힘 외, 범인은 흉내도 못내겠다는 단정을 짓고 싶어진다. 읽고, 또 읽어라, 소리 내어 읽고, 기록하며 읽고, 통째로 외우고, 메모하라, 의심을 품으며 읽어라! 읽는 것에 대해 끈임없이 요구 하지만, 무조건 읽어서는 안된다고 엄중이 타이른다.
읽다보니 이 책은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김영사>을 재편집한 듯 느껴진다. 닉네임 '파란여우'님이 서평에서 "정민 교수의 책은 '반복의 부산물'이다."라는 글이 공감된다. 그렇더라도 책이란 기획의도와 주독자의 범위를 따져 새로운 의미로 해석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은 600쪽 분량의 <지식경영법>에 기가 눌린 독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눈높이를 '벼리'에게 맞추고 있다. 청년이 된 자녀 '벼리'에게 고전을 읽어야 하는 중요성을 아버지의 마음으로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읽기에 군더더기 없으며, 구어체로 이루어져 편안하다. 아마도 이 책은 교육에 큰 관심을 가진 부모님. 특히 엄마 독자분들이 많을 것 같다. <지식경영법>을 읽을 때, '문심혜두(文心慧竇)'에 꽂혀 저 어려운 한자를 쓰고 또 썼다. 고전을 읽고, 또 읽고, 읽으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말에 얼마나 기뻤던지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고전읽기가 말처럼 쉬운 작업도 아닌데 말이다. 교육열이 드높은 이땅의 엄마들은 '고전 읽기'의 열풍속에 공부 잘하기 바라며 '고전'을 들이 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고전 독서법>은 공부를 잘하기 위한 독서를 말하고 있지는 않다. 저자는 에필로그에 "책읽기는 어쩌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결코 변하지 않는 삶의 기본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 모른다."고 했다. 불안한 시대에 '古典'읽기가 유행하는 것은 정민 선생의 말 처럼 인간사의 본질적 안목을 키우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의 지식인 박제가의 말처럼 "경전은 세상을 건너는 힘"이다. 18세기 조선지식인은 말들도 멋지다. 그 대표주자인 연암 박지원의 글을 낭독하며 '책 아닌 것이 없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헤아려 보며 <고전독서법>을 여민다.
아침에 일어나니 푸른 나무 그늘진 뜨락에서 이따금 새가 지저귄다.
부채를 들어 책상을 치며 외쳐 말했다.
"이것은 나의 날아가고 날아오는 글자이고 서로 울고 서로 화답하는 글이로구나.오색의 아름다운 채색을 문장이라고 말한다면 문장으로 이보다 나은 것은 없을 것이다.
오늘 나는 책을 읽었다 …"
※ 참고> 깐깐한 독서본능, 윤미화,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