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자동차의 하루 아티비티 (Art + Activity)
조엘 졸리베 글, 장-뤽 프로망탈 구성, 정지현 옮김 / 보림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엄마, 그림책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다

애독서 목록에 몇 권의 그림책을 포함 시킬 정도로 난 그림책을 좋아한다. 폭이 깊은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우울했던 어느 날 서점에서 들여다본 그림책 한 권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 후,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책을 소장하거나 개인적인 취향으로 괜찮은 작품을 선물 하기도 한다. '다 큰 어른이 무슨 그림책이냐?' 는 면박을 할 지도 모르지만, 그림책은 메시지를 언어로 전달하는 이상의 감동과 정보를 일러스트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기능면으로 그림책은 어른에게 보다는 유아기나 어린이들에게 더 친숙한 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어른의 시선으로 좋아하는 그림책이 있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즐겨하는 그림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되어 가장 중심에 둔 교육이 있다면, '책을 장난감 처럼!' 이라는 목표아래 단행본 위주로 이것저것 보여주었다. 읽어주다보면 "왜 이 그림책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을까?" 의문을 가졌던 그림책의 숨은 이유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어른으로서의 내가 공감 할 수 없는 부분을 아들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며 신선한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미지, 움직임, 전달에 유용한 아이디어를 발견했다고 할까.

 

만 18개월에 들어선 아들을 통해 유독 좋하는 것을 들자면, 당연 바퀴가 달린 움직이는 것들이다. 포크레인을 포함한 각종 중장비차, 모토바이크, 비행기, 기차, 버스 등. 아예 '차'라는 발음은 '아빠'보다 더 빨리 시작한 것 같다. 그만큼 친숙함이 더했다면 웃으게 소리로 들릴까? 어쨌든 엄마가 된 후, 그림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많이 달라졌다.

 

 

사물의 인지적 기능을 담아낸 '빨간 자동차의 하루'

'빨간 자동차 라피도'는 이름 만큼 신속하게 주문한 물품을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침이면 배달 물건을 체크하고, 물건을 가득 담고는 길을 나선다. 등대가 있는 항구에 전구를 전하고, 도시로 들어와 공연장에 기타를 주고, 백화점에 들러 옷걸이를 전해준다. 식빵, 헬멧, 저울, 타이어까지 다양한 물품을 다양한 고객들에게 전해주는 업무를 완수하면 하루가 마무리 된다.

 

<빨간 자동차의 하루>를 처음 접했을 때, <수잔네의 사계절> 시리즈가 떠올랐다. 이렇게 사물과 사람이 많은 작품을 '아기 그림책'으로 왜 기획했을까 의문을 가졌다. 그 이유를 아들이 사물에 대한 인지가 조금씩 생기면서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지만. 4m나 되는 그림책 속의 마을을 둘러보며 18개월 된 아들은 참 즐거워한다. 당연 자신이 즐겨보는 포크레인을 짚어내고, 풍선이며, 버스, 눈사람까지 찾아내고 있다.

 

<빨간 자동차의 하루>도 '라피도'라는 배달 자동차를 따라 마을 구석구석,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과 다양한 사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등대 주변의 배, 갈매기, 영화관, 오토바이, 초등학교 주변에 공놀이하는 아이들, 소방차, 앰블런스 등을 표현하고 있다. '라피도'라는 빨간 자동차는 이 그림책의 안내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물의 경계가 뚜렷한 굵은 선과 면, 단순한 색감으로 '라피도'라는 존재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점도 발견된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들여다 볼 수록 이 그림책의 주요한 의도는 아기들에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적인 다양한 사물에 대한 인지력을 키우는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역시나 아들은 <수잔네의 사계절>에서 처럼 소방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기찻길을 유심히 들여다 보기를 반복한다. 엄마와 산책 중에 바라본 크레인을 발음 하고, 슈퍼마켓 물품 카를 짚으며 자신이 타 보았다는 것을 엄마에게 전한다. 그림책을 통해 들어나는 아들의 인지행동을 지켜보며 이제야 조금 아기그림책 기획의도를 엿 볼 수 있는 것 같다.

 

'빨간 자동차 라피도'가 안내하는 우리 이웃들의 일상

 

<빨간 자동차 라피도>는 또 하나의 매력을 담고있다. 아기에겐 이해 시키기엔 무리일 수 있지만, 엄마가 들려주는 일상의 삶은 나름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배달목록을 살피고, 물건을 가득히 담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라피도'. 등대지기를 만나고, 생선을 파는 어시장의 풍경, 연주가들, 백화점 매장을 관리하는 사람, 훈련하는 소방관들, 타이어를 교체하는 자동차 정비사들, 평온하게 뜨개질을 하고 있는 할머니까지 평범한 이웃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들의 풍경을 담아낸 일상의 에너지가 아들에게는 물론 엄마인 나에게도 큰 활력으로 다가오는 그림책 <빨간 자동차 라피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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