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수업 -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창작 매뉴얼
최옥정 지음 / 푸른영토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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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SF소설 한 편을 재미삼아 쓰다가 만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재미삼아 썼기에 내용은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때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었다. 그때는 개인적인 공상에서 끝났지만, 몇 년 동안 독서와 서평쓰기를 취미로 유지하다보니 생전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보고 싶다는 꿈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다소 불가능해보여도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 것이니 자유겠지만, 독서량과 글쓰기 양이 늘어나고 틈틈이 노력한다면 언젠가 가능한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작가가 된 기분 좋은 상상의 연장선이자 글쓰기에 대한 내공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다소 지루하고 딱딱한 이론과 규칙, 표들과 과제가 난무하는 어려운 책이 될까봐 우려가 있었지만, 단지 기우일 뿐이었다. 저자의 거침없는 필력에 쉽게 몰입했고 나 역시 거침없이 읽어갈 수 있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소설과 소설가, 소설 창작 기본기 다지기, 소설가로 사는 법’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소설의 본질에서부터 창작의 기본이 되는 다양한 요소들, 소설가로서의 자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하우와 조언들을 상세하게 풀어냈다. 저자의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쉽고 거침없는 설명마다 진솔한 경험이 녹아들어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소설과 소설가 파트에서는 소설과 작가의 본질적인 이해, 나만의 글쓰기 목표에 대해서 고찰했다. 창작의 기본기와 쓰기의 노하우에서는 다양한 작가들의 인터뷰와 함께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비교하거나 발췌한 문장을 사례로 들어 설명함으로써 이해를 도왔고 핵심이 되는 요소와 노하우들은 단계별로 정리하여 짚어준다. 또한 작가의 현실과 비전을 위해 작가와 독자의 입장, 소설의 소통을 고찰했고 창작의 고통 속에서 찾아올 수 있는 창작 조울증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무조건 써라!
그러다 막히면 이 책을 펼쳐 막힌 부분을 뚫어라. 

 

이 책은 ‘소설수업’이라는 제목과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창작 매뉴얼’이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가 지망생이나 작가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일독해본 느낌상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기존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책에서 접했던 다소 지루하고 딱딱한 이론적인 일부의 느낌조차도 이 책에서는 전혀 받지 못했다. 소설을 쓰기 위한 창작에 관한 이론적인 설명을 정말 쉽게 풀어가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설명했다. 현재 저자가 교육자로 ‘소설창작’을 가르치고 있는 점 역시 시너지가 되었겠지만, 소설가로서의 글쓰기 내공은 장르를 떠나 이 책에서도 드러나는 듯싶다. 그런 점 때문인지 소설가로서의 저자의 진솔한 경험과 사유에 담긴 통찰이 배움을 넘어서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소설가나 작가 지망생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창작의 과정과 쓰기라는 행위에 대한 저자만의 내공 있는 설명과 노하우들은 일반적인 글쓰기에서도 충분히 도움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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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 개정판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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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자인 스펜서 존슨의 책 중 처음 접했던 책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였다. 창피한 이유이지만, 그 당시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책이 얇았기 때문이다. 시간 때우기용으로 우연히 선택한 책이었지만, 무척 인상적인 우화로 기억에 남았다. 덕분에 변화와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다잡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두 번째로 접한 저자의 책은 ‘선물’이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수년 전이다. 이 책 역시 짧은 이야기라 부담 없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은 후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지만,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은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순간 흐릿해져갔다. 아마도 지금이 나에게 다시금 선물이 필요할 때인 듯싶다.

 


이 책의 핵심 이야기는 지혜로운 노인과 소년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노인의 지혜를 통해 소년이 성인이 되어 성찰해가는 과정을 담았고, 이들의 이야기는 소년이 그랬듯이 책 속의 현실인 빌과 리즈의 삶을 변화시킨다.

 


언제부턴가 리즈는 직원은 줄었는데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직장생활의 어려움에 빠졌다. 덕분에 삶은 더 힘겨워졌고 인생은 즐겁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뭔가 삶을 변화시킬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녀는 성공을 거둔 전 직장동료인 빌에게 조언을 얻기 위해 만남을 요청하고 그로부터 소중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빌의 성공에 원동력이었던 그 이야기는 지혜로운 노인과 소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소년과 지혜로운 노인은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소년은 노인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에 대해 배우게 된다. 하지만, 노인은 선물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알려줄 수 없었다. 그 선물은 그 어떤 사람도 대신해서 찾아줄 수 없고 스스로 찾아내야하기 때문이다.

소년은 십대를 지나 청년으로 성장하는 동안에도 선물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지쳐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근처 회사에 입사하여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후 자신이 불행해져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에게 돌아와야 할 승진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화가 났고, 삶의 모든 것들이 잘 풀리지 않고 있음을 알았다. 점점 더 삶이 불안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에 겨워 절망하고 있을 때 어린 시절 노인과 이야기 나눈 ‘소중한 선물’이 떠올랐다. 어느 새 소년에서 성인이 된 그는 오랜만에 노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노인은 그와의 즐거운 대화 속에서 깨달음으로 이끌 수 있는 조언을 전했고, 이후 그가 방황하고 찾아올 때마다 ‘소중한 선물’을 찾을 수 있도록 지혜로운 길로 안내한다.

소년의 친구이자 멘토였던 노인은 자신의 인생 지혜를 소년의 성장을 통해서 깊이 있게 배우고 깨우칠 수 있도록 지혜롭게 이끌었다. 이를 통해 소년은 성인이 되어 삶의 본질적인 깨달음인 현재의 소중한 가치와 더불어 과거와 미래에 대한 소중한 마음가짐도 배우게 된다. 덕분에 주인공은 이 세 가지 가치의 균형을 통해 자신의 삶을 풍요롭고 가치 있게 변화시킬 수 있었다. 그는 노인이 죽은 후에 상실감에 잠시 방황했지만, 노인의 삶으로부터 소명의 가치를 깨닫는다. 그는 노인에게 받은 가르침을 자신 역시 주변에 전함으로써 자신만의 소명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었다.

 


리즈는 빌에게 들은 이야기를 메모했고 이를 바탕으로 삶에 적용해갔다. 덕분에 그녀의 불안한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녀 역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며 그들의 삶도 변화시켰다.

 


고통이란 현재 상태와 우리가 바라는 상태의 차이일 따름일세. 다른 모든 것들처럼 현재의 고통 역시 계속해서 변하지. 그저 왔다가 갈 뿐이야. 완전히 현재 속에 사는데도 고통을 느끼고, 그리고 그 때문에 좌절한다면, 그때는 무엇이 옳은지부터 생각해보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 될걸세.

중요한 건 고통스런 상황을 겪을 때 그걸 피하려고 자꾸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그 고통에서 배움을 얻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네. [p52~53]

 


인간관계에서는 상대방의 모든 것에 관심을 쏟아야하네. 사람들의 ‘좋은’점과 ‘나쁜’점을 알게 되면, 그들에게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장차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잘 다룰 수 있지. [P55]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에 집중하라.

바로 지금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라.

바로 지금 중요한 것에 관심을 쏟아라. [P56]

 


과거에서 배움을 얻지 못하면 과거를 보내기는 쉽지 않다.

배움을 얻고 과거를 보내는 순간 우리의 현재는 더 나아진다. [P65]

 


현재를 살면서 불평하거나 성공적이지 않다고 느낄 때는 언제든 바로 그때 우리는 과거에서 배우거나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나는 그것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이제 나는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는가? [P71]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은 무엇인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우리의 계획은 무엇인가?

그렇게 하기 위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P83]

 


성공은 우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고귀한 목표들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우리는 모두 스스로 정의한다. [P102]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현재의 순간인 바로 지금이다.

현재를 가치 있게 살기 위한 균형 --> 현재 속에서 살기, 과거에서 배우기, 미래를 계획하기

자신의 삶에 소명이 있을 때 그 모든 것은 의미를 가진다.

 

 

수년이 흘러 개정판으로 우연히 다시 읽게 된 ‘선물’은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되돌려주려 했는지 모르겠다. 매 순간 머리 안을 떠돌아다니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고민 때문에 정작 현재의 소중한 가치를 잊고 있음을 다시금 깨우쳐줬으니 말이다. 그리고 삶의 방향에서 벗어나 있던 과거와 미래에 대한 마음가짐도 되돌려 세울 수 있었고, 소명 찾기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의 가르침을 이전처럼 잊지 않고 머리가 아닌 내 가슴속에 각인해두기 위해서 두세 번 더 읽었다.

저자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짧은 이야기로 구성했음에도 그 안에 녹아들어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해지는 그의 스토리 구성력과 통찰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선물’ 역시 ‘현재’라는 의미의 ‘Present’라는 단어에 ‘선물’이라는 의미를 함께 둔 조상들의 지혜를 저자의 통찰이 담긴 가상의 스토리를 통해서 간결하지만 깊이 있게 풀어냈으니 말이다. 덕분에 나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되돌아보고 깨달음으로써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우화 형식의 짧은 이야기라는 특성 역시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은 책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어려움 앞에서 좌절하거나 타성에 젖은 삶 속에서 열정을 잃고 방황할 수 있다. 때로는 과거의 실패와 미래의 불안으로 인해 현재를 우울하게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삶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삶 속에서도 극복해가는 길이 있고 막연하고 지루한 삶 속에서도 행복의 길이 있다. 자신이 지금 삶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서 본질적인 삶의 방향을 찾길 권한다. 이 책은 다소 직장인에게 초점이 맞춰줘 있지만, 짧은 이야기 속에 삶의 본질적인 깨달음이 담겨 있기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번은 일독해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각자의 삶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선물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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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의 당구홀릭 1 아라의 당구홀릭 1
아라.폴 지음, 김정규 감수 / 글로벌콘텐츠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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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당구입문서는 다양한 실전 지식들이 공유되어 있는 반면에 다소 딱딱하고 지루한 설명 위주로 되어 있어서 초보자들을 쉽게 지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중급자 이상의 실력자들에게는 부분별로 참고하기에 좋겠지만, 초보자들이 기초를 쌓기에는 쉽지 않을 수가 있다. 그런 면에서 웹툰과 같은 만화를 이용한 구성은 초보자들에게 부담을 줄이면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은 ‘아라’라는 닉네임을 가진 저자가 체력향상을 위해 취미로 당구를 선택했고 이를 계기로 블로그에 ‘아라의 당구홀릭’을 연재한 것을 바탕으로 출간한 당구입문서다. ‘폴’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또 한 명의 저자가 당구에 관한 이론과 컬러를 맡았고, 세계 3쿠션 당구계의 1인자이자 당구스쿨 원장인 전 국가대표 김정규 님이 감수를 맡았다. 현재 1권이 출간되었고 이어 출간될 2권과 3권에서는 다양한 쿠션과 기본적인 당구의 원리, 시스템 당구 등 중급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흥미롭고 알차게 구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당구의 기초를 다룬 1권에서는 입문자에서부터 기초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감으로만 치던 중급자에 이르기까지 당구의 기본기를 올바르게 익힐 수 있도록 안내한다. 기본적인 자세에서부터 스트로크와 샷, 당구의 원리, 샷의 특성과 분리각, 밀어치기, 올바른 연습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쉽고 흥미롭게 풀어 설명했다. 단순히 이론적인 딱딱한 설명에 치우치지 않고 아기자기한 다양한 캐릭터와 그림을 통해서 쉽게 이해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덕분에 코믹한 요소에 미소 짓기도 하며 지루하지 않게 쉽고 빠르게 이해하며 읽어갈 수 있었다.

 

당구수지로 계산하면 초보수준은 벗어났지만, 솔직히 자세와 스트로크, 샷 등의 기본기가 어설프다보니 실력의 편차가 많은 편이다. 대외적으로는 컨디션을 핑계로 삼지만, 나 역시 기초를 체계적으로 배운 것이 아닌 친구들과 감으로 치면서 익히다보니 실력의 부족함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도 이 책을 통해서 가장 기초가 되는 자세와 밀어치기에 대한 설명과 연습방법이 도움이 많이 될 듯싶다. 물론, 이를 바탕으로 실전연습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실력의 한 부분이 되겠지만 말이다.
당구 역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하는 스포츠다보니 실전을 통해 전문가에게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좋겠지만,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지침서가 있다면 스스로 기본기를 다져서 실력향상의 틀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포기하지 않고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최적의 당구입문서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당구를 감으로 익힌 중급자에게는 교정을 위한 참고서로, 입문자들에게는 당구의 단단한 기초를 마련해줄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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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 천재 심리학자가 발견한 11가지 삶의 비밀
제임스 힐먼 지음, 주민아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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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을 지나 청년기를 보냈고 어른이라고 인정받는 30대에 접어들어 어느덧 이제 중년의 문턱을 향해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꿈과 소명, 또는 나만의 운명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체험해보거나 치열하게 찾아보지도 못했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쳐갔는지도 모른다. 이만큼 삶을 살아왔지만, 아직까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 다만, 욕망의 조각 앞에서 착각을 반복한다. 우리 주변에서 목격되는 특별한 사람들이 운명적인 무엇인가가 있었듯이 평범한 사람 중에 하나인 나에게도 운명적인 신호가 있었을까? 그 신호는 무엇이었을까? 아니면 지속적인 그 신호를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 답을 어렴풋이나마 이 책에서 찾고 싶었다.

 

이 책은 ‘운명의 부름’에 관한 고찰을 담은 책으로 소명과 운명, 기질, 타고난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천재 심리학자로 불리는 저자가 자신이 창시한 원형심리학과 도토리 이론을 통해서 운명의 부름이라는 주제를 11가지의 코드로 풀어냈다.
저자가 주장하는 도토리 이론은 모든 개인은 하나의 규정된 이미지를 갖고 태어났다는 개념을 제시하는데, 이 이론에 따르면 타고난 이미지는 행운이건 불운이건 다이몬의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다. 다이몬은 다양한 문화와 역사, 종교 속에서 운명, 소명, 수호천사, 게니우스, 영혼, 이미지, 숙명 등으로 불리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했고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분명한 이유인 고유한 영혼의 코드라고 할 수 있다. 도토리 이론에 따른 각각의 삶은 고유한 이미지로 만들어지고, 그 이미지는 삶의 핵심이며,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른다. 운명의 힘인 이 이미지는 개인의 다이몬, 즉 자신의 소명을 기억하는 수호천사 역할을 한다.
이 책에서는 운명의 부름이 지닌 비범한 위력을 증명하는 모범 사례로 탁월한 사람들과 그들의 일화를 활용한다. 그들의 운명을 통해서 평범한 우리의 운명을 부르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확실히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비범한 사람들의 어린 시절 일화를 통해서 독자인 우리의 어린 시절과 우리가 돌보고 걱정하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비추어 하나의 실마리를 던지고자 했다. 이를 통해서 그들을 예전과 다르게 생각하고, 아이들의 상상력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병리적 징후 속에서 다이몬이 무엇을 암시하려는 것인지, 아이들의 운명이 무엇을 원하는지 새롭게 발견하는 방법도 제공한다.
이 책에는 운명의 의미와 운명의 부름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을 시작으로 고난과 고독의 가치, 부모 오류, 직관, 존재와 인식, 삶을 좌우하는 제3의 요인, 위험한 판타지를 통한 결핍, 삶을 포장하는 위장과 은폐, 운명론과 목적론, 히틀러를 통한 나쁜 씨알머리 분석, 평범함의 의미, 운명의 입장에서 성격의 의미 등 삶의 과정 속에 위치한 운명의 부름을 다양한 상황과 조건, 현상을 통해서 분석하고 분리하여 통찰하고 사유할 수 있도록 풀어간다.

 

천재 심리학자인 저자가 설명한 11가지 삶의 비밀은 운명의 부름을 깊이 있게 파헤치고 분석하며 때로는 고정적인 심리학의 표본을 거부하기도 한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적지 않은 분량에 철학, 신화, 종교, 문학, 심리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영역을 오가며 설명한 점은 놀랍고 흥미로운 통찰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한 번의 일독으로 이해하고 각인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지식을 가진 내가 다소 난해하고 추상적일 수 있는 담론으로 인식할 수 있을 내용을 다양한 유명인과 위인, 시대의 악인 등의 구체적인 일화를 통해서 분석하고 설명한 점이 내용에 대한 수월한 이해와 더불어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 삶의 운명의 부름을 바로 인식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의 이론과 설명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인물들의 사례를 내 삶에 투영해볼 수 있었기에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앞으로 마주치게 될 운명의 부름을 이전보다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흥미로운 것은 어린 시절 부모에 대한 피해의식과 트라우마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었고, 부모와 자녀에게도 각자의 다이몬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자신의 다이몬을 투영하여 강요하지 않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자신만의 고유성을 인식하고 운명의 부름 앞에 좀 더 다가서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자신의 운명 찾기의 또 다른 길잡이로써 활용해보기를 권한다. 이를 통해서 자신의 운명을 지배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고찰해보는 흥미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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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가장 깊숙한 곳 - 30년간 임사체험과 영적 경험을 파혜친 뇌과학자의 대담한 기록
케빈 넬슨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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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과거만 해도 뇌 과학은 눈에 보이는 부분인 구조만 대략 파악했을 뿐 상세한 특징과 기능은 여전히 수수께끼였고 추론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fMRI와 같은 뇌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들이 발명되면서 뇌 과학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안개에 쌓여있던 정보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과거 100년 동안 알게 된 뇌에 대한 정보보다 불과 20여 년 동안 발견해낸 뇌에 대한 정보의 양이 월등히 많은 만큼 현대의 뇌 과학은 인지과학, 심리학, 철학 등의 다양한 영역과 연결되고 있다. 이제 뇌 과학은 마음을 설명하는 단계에 들어섰고 신의 영역이라 여길법한 무형의 영역으로 접근해가고 있다.

 

 

이 책은 뇌 과학을 통해서 임사체험과 영적경험을 파헤쳤다는 점에서 기존에 접해왔던 뇌 과학 서적들과는 차별화되면서 무척 흥미로웠다. 30년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임사체험과 영적경험을 파헤친 뇌과학자가 공유한 흥미로운 정보들은 뇌의 각 영역이 어떻게 신비로운 경험들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고찰해간다.
임사체험과 영적경험과 같은 신비체험은 뇌간과 원시뇌라 불리는 변연계와 관계가 있음에 주목했다. 뇌간은 생존을 위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변연계는 감정과 느낌을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영역의 일정 부위에 특정한 자극이나 손실이 생겼을 때 다양한 신비경험을 하게 됨을 사례를 통해서 밝혀간다. 이 책에는 뇌 과학적인 측면에서 의식과 자아, 좌뇌와 우뇌의 성향, 렘수면, 공포와 환희 등을 과학적으로 설명했고 다양한 임사체험과 영적경험을 한 이들의 사례와 뇌를 통해 비교분석함으로써 흥미롭게 풀어가며 증명해간다. 이를 통해서 다양한 신비경험의 현상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설명했고 성인과 아이의 체험의 차이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임사체험과 영적경험을 한 이들은 질환이나 발작, 치명적인 상황, 갑작스런 사고 등을 통해서 경험했다. 실신이나 심장정지로 인한 뇌혈류 감소는 임사체험의 여러 특징을 유발한다. 관자마루엽 접합부에 이상이 생기면 신체이탈을 경험하거나 다른 존재가 곁에 있다고 느끼고, 안구로 들어가는 혈류가 차단될 경우 터널 시야를 경험한다. 공포를 통해서도 임사체험을 할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가 총살에 직면했을 때 경험한 생각과 느낌은 임사체험의 요소와 일치했다. 그와 같은 요소들은 뇌의 변연계와 변연계의 보상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의식과 각성, 자아 등에 대한 무형적인 특징과 현상을 뇌 과학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임사체험과 영적경험을 뇌 과학으로 연결시켰다. 이를 통해 비과학적이라고 여겨지는 신비한 영성에 관한 영역이 과학이라는 측면으로 일부 설명이 가능했다. 물론, 저자 역시 이것이 유일하고도 최종적인 출처라고 믿지는 않는다. 이제 그 가능성의 발을 디딘 시작단계라는 측면에서 인간이 영적인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가는 또 다른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뇌 과학을 통해서 임사체험과 영성경험의 무형적인 신비경험을 과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로웠다. 더욱이 뇌 과학으로 접근하여 본질적인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기초적인 이해를 도왔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를 비교함으로써 과학적으로 증명해가는 과정 역시 인상적이다. 뇌의 일정 영역에 자극이 가해짐으로써 이러한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은 무지했던 나로서는 놀랍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임사체험과 영적경험을 통해 경험한 다양한 현상이 설명되어지는데 이 중 몇 가지 현상은 나도 경험한 적이 있다. 위기의 순간에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경험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고, 순간집중력이 높아져서 공포감을 느낄 겨를 없이 순식간에 행동을 취한 적이 있었는데 이 역시 이 책에서 설명되어진다. 흔히 경험하는 가위눌림의 경험도 렘수면 중 일어나는 렘마비로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뇌 과학을 통해 증명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설명은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일부는 너무 단언적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읽었던 책 중에서 신체이탈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다룬 부분이 있었는데, 이 연구에서 신체이탈을 증명하기 위해서 아주 높은 곳에 문자가 적힌 종이를 두고 신체이탈이 쉽게 가능했던 실험자에게 그 내용을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그리고 의식이 돌아오는 데로 과학자에게 그 종이에 적힌 내용을 전화로 통보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으로 그 높이에 위치한 종이의 내용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실험에서는 놀랍게도 실험자가 신체이탈을 해서 높은 곳에 있는 종이에 적힌 내용을 확인했음이 증명되었다. 반면에 저자는 이러한 신체이탈 증상을 뇌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착각이라고 단언했다. 단순히 책을 읽고 판단하는 입장에서 무엇이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인간의 지식으로 분명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흥미로운 주제를 과학적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지만, 한편으로 다양한 뇌 과학 용어가 등장하고 때로는 일부 설명이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서 지루한 부분도 존재한다. 다행히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사례를 통한 이야기들과 이를 분석하는 부분에서 다시 몰입하게 되어서 전체적으로 읽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이 책은 다소 난해하고 어려울 수 있는 과학적 고찰을 쉽게 풀어낸 책이지만, 읽는 이의 관심도에 따라 생각보다 쉽게 읽히지 않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다양하게 접해왔던 임사체험과 영성경험이 뇌 과학적인 측면에서 많은 부분 설명이 가능했다. 이 때문인지 의사들이 유령이나 귀신 체험을 정신병적인 측면에서 뇌질환으로 접근하고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일부는 정신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일부는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 접근했던 방식으로 신비체험의 진위를 아직은 명확하게 모두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뇌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서 이러한 체험의 많은 부분을 뇌와의 연관성으로 설명이 가능해졌으니 앞으로 더 많은 발견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그 본질은 신만이 알고 우리는 그 현상만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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