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 천재 심리학자가 발견한 11가지 삶의 비밀
제임스 힐먼 지음, 주민아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을 지나 청년기를 보냈고 어른이라고 인정받는 30대에 접어들어 어느덧 이제 중년의 문턱을 향해가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꿈과 소명, 또는 나만의 운명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체험해보거나 치열하게 찾아보지도 못했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쳐갔는지도 모른다. 이만큼 삶을 살아왔지만, 아직까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 다만, 욕망의 조각 앞에서 착각을 반복한다. 우리 주변에서 목격되는 특별한 사람들이 운명적인 무엇인가가 있었듯이 평범한 사람 중에 하나인 나에게도 운명적인 신호가 있었을까? 그 신호는 무엇이었을까? 아니면 지속적인 그 신호를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 답을 어렴풋이나마 이 책에서 찾고 싶었다.

 

이 책은 ‘운명의 부름’에 관한 고찰을 담은 책으로 소명과 운명, 기질, 타고난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천재 심리학자로 불리는 저자가 자신이 창시한 원형심리학과 도토리 이론을 통해서 운명의 부름이라는 주제를 11가지의 코드로 풀어냈다.
저자가 주장하는 도토리 이론은 모든 개인은 하나의 규정된 이미지를 갖고 태어났다는 개념을 제시하는데, 이 이론에 따르면 타고난 이미지는 행운이건 불운이건 다이몬의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다. 다이몬은 다양한 문화와 역사, 종교 속에서 운명, 소명, 수호천사, 게니우스, 영혼, 이미지, 숙명 등으로 불리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했고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분명한 이유인 고유한 영혼의 코드라고 할 수 있다. 도토리 이론에 따른 각각의 삶은 고유한 이미지로 만들어지고, 그 이미지는 삶의 핵심이며,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른다. 운명의 힘인 이 이미지는 개인의 다이몬, 즉 자신의 소명을 기억하는 수호천사 역할을 한다.
이 책에서는 운명의 부름이 지닌 비범한 위력을 증명하는 모범 사례로 탁월한 사람들과 그들의 일화를 활용한다. 그들의 운명을 통해서 평범한 우리의 운명을 부르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확실히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비범한 사람들의 어린 시절 일화를 통해서 독자인 우리의 어린 시절과 우리가 돌보고 걱정하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비추어 하나의 실마리를 던지고자 했다. 이를 통해서 그들을 예전과 다르게 생각하고, 아이들의 상상력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병리적 징후 속에서 다이몬이 무엇을 암시하려는 것인지, 아이들의 운명이 무엇을 원하는지 새롭게 발견하는 방법도 제공한다.
이 책에는 운명의 의미와 운명의 부름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을 시작으로 고난과 고독의 가치, 부모 오류, 직관, 존재와 인식, 삶을 좌우하는 제3의 요인, 위험한 판타지를 통한 결핍, 삶을 포장하는 위장과 은폐, 운명론과 목적론, 히틀러를 통한 나쁜 씨알머리 분석, 평범함의 의미, 운명의 입장에서 성격의 의미 등 삶의 과정 속에 위치한 운명의 부름을 다양한 상황과 조건, 현상을 통해서 분석하고 분리하여 통찰하고 사유할 수 있도록 풀어간다.

 

천재 심리학자인 저자가 설명한 11가지 삶의 비밀은 운명의 부름을 깊이 있게 파헤치고 분석하며 때로는 고정적인 심리학의 표본을 거부하기도 한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적지 않은 분량에 철학, 신화, 종교, 문학, 심리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영역을 오가며 설명한 점은 놀랍고 흥미로운 통찰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한 번의 일독으로 이해하고 각인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지식을 가진 내가 다소 난해하고 추상적일 수 있는 담론으로 인식할 수 있을 내용을 다양한 유명인과 위인, 시대의 악인 등의 구체적인 일화를 통해서 분석하고 설명한 점이 내용에 대한 수월한 이해와 더불어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도록 이끌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 삶의 운명의 부름을 바로 인식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의 이론과 설명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인물들의 사례를 내 삶에 투영해볼 수 있었기에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앞으로 마주치게 될 운명의 부름을 이전보다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흥미로운 것은 어린 시절 부모에 대한 피해의식과 트라우마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었고, 부모와 자녀에게도 각자의 다이몬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자신의 다이몬을 투영하여 강요하지 않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자신만의 고유성을 인식하고 운명의 부름 앞에 좀 더 다가서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자신의 운명 찾기의 또 다른 길잡이로써 활용해보기를 권한다. 이를 통해서 자신의 운명을 지배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고찰해보는 흥미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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