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가장 깊숙한 곳 - 30년간 임사체험과 영적 경험을 파혜친 뇌과학자의 대담한 기록
케빈 넬슨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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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과거만 해도 뇌 과학은 눈에 보이는 부분인 구조만 대략 파악했을 뿐 상세한 특징과 기능은 여전히 수수께끼였고 추론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fMRI와 같은 뇌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들이 발명되면서 뇌 과학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안개에 쌓여있던 정보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과거 100년 동안 알게 된 뇌에 대한 정보보다 불과 20여 년 동안 발견해낸 뇌에 대한 정보의 양이 월등히 많은 만큼 현대의 뇌 과학은 인지과학, 심리학, 철학 등의 다양한 영역과 연결되고 있다. 이제 뇌 과학은 마음을 설명하는 단계에 들어섰고 신의 영역이라 여길법한 무형의 영역으로 접근해가고 있다.

 

 

이 책은 뇌 과학을 통해서 임사체험과 영적경험을 파헤쳤다는 점에서 기존에 접해왔던 뇌 과학 서적들과는 차별화되면서 무척 흥미로웠다. 30년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임사체험과 영적경험을 파헤친 뇌과학자가 공유한 흥미로운 정보들은 뇌의 각 영역이 어떻게 신비로운 경험들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고찰해간다.
임사체험과 영적경험과 같은 신비체험은 뇌간과 원시뇌라 불리는 변연계와 관계가 있음에 주목했다. 뇌간은 생존을 위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변연계는 감정과 느낌을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영역의 일정 부위에 특정한 자극이나 손실이 생겼을 때 다양한 신비경험을 하게 됨을 사례를 통해서 밝혀간다. 이 책에는 뇌 과학적인 측면에서 의식과 자아, 좌뇌와 우뇌의 성향, 렘수면, 공포와 환희 등을 과학적으로 설명했고 다양한 임사체험과 영적경험을 한 이들의 사례와 뇌를 통해 비교분석함으로써 흥미롭게 풀어가며 증명해간다. 이를 통해서 다양한 신비경험의 현상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설명했고 성인과 아이의 체험의 차이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임사체험과 영적경험을 한 이들은 질환이나 발작, 치명적인 상황, 갑작스런 사고 등을 통해서 경험했다. 실신이나 심장정지로 인한 뇌혈류 감소는 임사체험의 여러 특징을 유발한다. 관자마루엽 접합부에 이상이 생기면 신체이탈을 경험하거나 다른 존재가 곁에 있다고 느끼고, 안구로 들어가는 혈류가 차단될 경우 터널 시야를 경험한다. 공포를 통해서도 임사체험을 할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가 총살에 직면했을 때 경험한 생각과 느낌은 임사체험의 요소와 일치했다. 그와 같은 요소들은 뇌의 변연계와 변연계의 보상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
저자는 의식과 각성, 자아 등에 대한 무형적인 특징과 현상을 뇌 과학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임사체험과 영적경험을 뇌 과학으로 연결시켰다. 이를 통해 비과학적이라고 여겨지는 신비한 영성에 관한 영역이 과학이라는 측면으로 일부 설명이 가능했다. 물론, 저자 역시 이것이 유일하고도 최종적인 출처라고 믿지는 않는다. 이제 그 가능성의 발을 디딘 시작단계라는 측면에서 인간이 영적인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가는 또 다른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뇌 과학을 통해서 임사체험과 영성경험의 무형적인 신비경험을 과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로웠다. 더욱이 뇌 과학으로 접근하여 본질적인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기초적인 이해를 도왔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를 비교함으로써 과학적으로 증명해가는 과정 역시 인상적이다. 뇌의 일정 영역에 자극이 가해짐으로써 이러한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은 무지했던 나로서는 놀랍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임사체험과 영적경험을 통해 경험한 다양한 현상이 설명되어지는데 이 중 몇 가지 현상은 나도 경험한 적이 있다. 위기의 순간에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경험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고, 순간집중력이 높아져서 공포감을 느낄 겨를 없이 순식간에 행동을 취한 적이 있었는데 이 역시 이 책에서 설명되어진다. 흔히 경험하는 가위눌림의 경험도 렘수면 중 일어나는 렘마비로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뇌 과학을 통해 증명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설명은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일부는 너무 단언적인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읽었던 책 중에서 신체이탈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다룬 부분이 있었는데, 이 연구에서 신체이탈을 증명하기 위해서 아주 높은 곳에 문자가 적힌 종이를 두고 신체이탈이 쉽게 가능했던 실험자에게 그 내용을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그리고 의식이 돌아오는 데로 과학자에게 그 종이에 적힌 내용을 전화로 통보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으로 그 높이에 위치한 종이의 내용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실험에서는 놀랍게도 실험자가 신체이탈을 해서 높은 곳에 있는 종이에 적힌 내용을 확인했음이 증명되었다. 반면에 저자는 이러한 신체이탈 증상을 뇌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착각이라고 단언했다. 단순히 책을 읽고 판단하는 입장에서 무엇이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인간의 지식으로 분명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흥미로운 주제를 과학적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지만, 한편으로 다양한 뇌 과학 용어가 등장하고 때로는 일부 설명이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서 지루한 부분도 존재한다. 다행히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사례를 통한 이야기들과 이를 분석하는 부분에서 다시 몰입하게 되어서 전체적으로 읽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이 책은 다소 난해하고 어려울 수 있는 과학적 고찰을 쉽게 풀어낸 책이지만, 읽는 이의 관심도에 따라 생각보다 쉽게 읽히지 않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다양하게 접해왔던 임사체험과 영성경험이 뇌 과학적인 측면에서 많은 부분 설명이 가능했다. 이 때문인지 의사들이 유령이나 귀신 체험을 정신병적인 측면에서 뇌질환으로 접근하고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일부는 정신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일부는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 접근했던 방식으로 신비체험의 진위를 아직은 명확하게 모두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뇌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서 이러한 체험의 많은 부분을 뇌와의 연관성으로 설명이 가능해졌으니 앞으로 더 많은 발견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그 본질은 신만이 알고 우리는 그 현상만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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