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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다 - 어떻게 세상은 움직이는가?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3년 9월
평점 :
바둑이나 체스 고수들이 기억력이 좋아서 말의 위치를 하나하나 기억하여 수를 읽는 것은 아니다. 그들 모두 게임에서 나타날 수 있는 패턴을 기억하는 것이다. 실제 실험에서 바둑이나 체스의 고수라도 의미 없이 무작위로 배열했을 경우 기억하여 완벽하게 복원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체스의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패턴의 종류는 대략 5만 가지이고 바둑의 경우 10만 가지가 넘을 것이다. 게임의 고수들은 이 모든 패턴을 익히기 위해서 긴 시간 꾸준히 훈련을 한다.
이렇듯 게임에 패턴이 있듯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도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 게임의 고수들이 수많은 게임의 패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승자의 가능성을 높이듯이 세상의 패턴을 이해하고 있다면 앞으로 마주하게 될 다양한 삶의 문제를 예측하고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때로는 무의식적인 패턴의 인식으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패턴은 어떤 형태, 유형, 양식 등이 만들어내는 규칙으로 반복적인 현상을 말하는데 대칭성, 반복성, 주기성이 패턴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 분야의 대가들은 복잡함 속에서도 일반인들이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패턴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단순화시켜 쉽게 집중할 수 있다. 대가들처럼 어떤 사안과 사물의 패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것과도 같다. 이러한 패턴을 인식하기까지는 긴 시간과 다양한 조합을 통한 장기적인 관찰이 요구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 공유된 세상의 다양한 패턴은 흥미로움을 넘어서 패턴 인식을 위한 우리의 시간을 절약해주는 셈이다.
이 책은 이러한 세상의 다양한 패턴에 대한 이야기를 크게 7가지로 분류하여 가득 풀어냈다. 자연계의 패턴인 형태의 대칭, 규모의 대칭, 프랙탈, 언어와 습관, 형태장 이론 등에서부터 사회적 패턴으로 전염병, 범죄, 유행, 사회적 차이성, 패러다임의 차이 등이 소개되고, 사고적 패턴으로 가정법, 논증, 귀류법, 수평적 사고, 직관적 사고, 게임 이론, 트리즈 등이 소개된다. 생태학적 패턴으로는 자기조직화, 공명, 천재들의 동시 발현, 집단사고의 함정, 집단의 광기 등이 소개되고, 진화의 패턴으로 공진화, 종의 분화, 단속평형, 환경과 종의 다양성 관계 등이 소개되며 그밖에도 성장과 몰락, 인간의 본질과 행동에 대한 흥미로운 다양한 패턴들이 소개된다.
이 책에 다양한 패턴들이 소개되다 보니 각 패턴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패턴의 나열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해서 살짝 지루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존재하는 패턴들과 그 패턴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고찰해볼 수 있었고, 각 패턴들이 순환고리처럼 전혀 다른 영역에서 동일한 현상으로 목격되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몰랐던 다양한 세상의 패턴과 그 패턴에 의해 예측할 수 있는 흐름을 알게 되어 유익했지만, 실제 현실에서 이 패턴을 활용하려면 역시나 내공이 좀 쌓여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정보가 쓸모 있는 지식으로 체화되려면 때로는 직접 목격하기도 하며 사고하고 적용하는 경험이 필요하리라 본다.
세상의 영역에 존재하는 다양한 패턴들도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통섭과 융합으로 문제 해결과 새로운 가치 창조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 담긴 수많은 패턴들을 지나치지 않고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면 남은 삶을 보다 풍요롭고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수많은 영감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