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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 한 권으로 읽는 모든 것의 역사
데이비드 크리스천 & 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 해나무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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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빅 히스토리’라는 제목처럼 137억 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아냈다. 더불어 마이크로 소프트로 유명한 빌 게이츠가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으며 그는 자신의 삶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학문 분야가 빅 히스토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 읽기도 전에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빅 히스토리는 이 세상 모든 것이 어떻게 해서 현재와 같이 되었으며 그 이야기 속에 인류는 어디에 위치해 있고, 그 모든 것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 속에는 천문학, 생물학, 고고학, 물리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가 융합되어 담겨 있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과 통섭이 시대의 문제해결과 발전의 키워드로 화두가 되고 있듯이 빅 히스토리 역시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하여 인류의 흐름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한 길잡이로써 한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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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억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우주에는 완전히 새로운 특징을 가진 새로운 것들, 새로운 복잡한 것들이 점진적으로 출현해왔다. 이러한 출현의 전환점을 임계국면이라고 부르는 데 오늘 날 세계가 우리로서는 마지막 임계국면이자 지금까지 시대에서 가장 복잡한 것이다. 이렇듯 역사 속에서 많은 임계국면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크게 여덟 가지로 간추려 설명했다. 우주의 기원인 빅뱅에서부터 별의 출현, 새로운 원소의 출현, 태양계와 지구, 지구상의 생명, 집단학습, 농경, 근대혁명에 이르기까지 과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임계국면을 흥미롭게 풀어간다. 이 여덟 가지 큰 흐름 속에 우주와 생명의 기원, 인류와 문명의 출현, 산업화에 이른 현대 사회로의 발전과정을 타임 라인에 맞춰 구성했다. 독자가 책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질문과 답을 오가며 우주와 인간과 자연의 역사를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적 관점에서 미래를 위한 연결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고민할 수 있는 중요하고 유익한 시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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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미래는 다음 수백 년의 미래일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변화의 속도에 가속이 붙는다면 이는 더 힘들어진다. 하지만 미래를 위협할 수 있는 염려되는 추세들이 있다. 물, 경작지, 화석연료와 같은 더욱더 희소해지는 것들의 소비증대, 다른 종의 멸종 가속화, 무기의 누진적인 파괴력, 해양의 산성화, 온실기체 방출의 급격한 증가다. 인류가 이러한 추세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미래 세대들은 생활수준을 철저하게 낮춰야하거나 생존을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한편으로 많은 긍정적인 추세도 존재한다. 개인들 간의 폭력수준이 인류 역사의 어느 때보다 낮으며 어린아이가 건강하고 오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도 커졌다.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커졌으며 더욱더 많은 정부가 국민에 의해 선출되어 국민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현 인류가 집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것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 미래는 부분적으로 현 세대가 선택하는 결정에 달려 있으며 우리가 큰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한편으로 집단학습의 놀라운 능력이 우리를 도와 대부분의 문제를 극복하며 발전해왔다. 따라서 긍정적인 점은 인류가 하나의 종으로서 직면하게 될 도전을 결집된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가능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서 빅 히스토리의 이해와 교육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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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용만으로도 4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이지만, 텍스트로 가득한 책은 아니다.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컬러풀한 다양한 사진과 그림, 도표 등도 가득 수록되어 있다. 긴 시간의 모든 역사를 한 권에 구성한 것에 비해서는 텍스트가 간결하면서도 읽기 좋게 편집되어 구성되었다. 그것은 이 책이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의 기본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기본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9~10학년 학생인 우리나라로 중3~고1 학생들을 주요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교육 내용이다. 현재 미국과 호주에서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저학년과 고학년 학생들도 흥미를 갖고 수강하고 있는 분야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빅 히스토리를 일부 대학 정규과목과 중등학교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에서 교육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쉽고 수월하게 읽히면서도 과학과 역사라는 지루한 학문적 느낌은 전혀 없이 흥미롭게 읽힌다. 그렇다고 해서 성인들이 읽기에 부족한 구성도 아니다. 사실 성인들이 이 책의 내용을 먼저 숙지하고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지식은 단순히 과학지식과 교양지식을 쌓는 수준을 넘어서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사고하고 선택하며 결정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여지를 제공한다. 이 점이 빅 히스토리의 목적이자 가치가 아닐까 싶다. 오랜 만에 과학과 역사, 인문학을 포괄하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고 나니 인류를 위한 빌 게이츠의 투자에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어진다. 하루 빨리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연령대를 바탕으로 빅 히스토리 교육이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