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지켜낸다는 것 - 칭화대 10년 연속 최고의 명강, 수신의 길
팡차오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나 역시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유혹과 장애물을 만나면서 흔들리고 상처받으며 좌절하기도 했다. 그
때마다 내 자신을 지켜낸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이 때문에 내 자신을 굳건히 지킬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고, 이 책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고자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칭화대 인문 강의에서 10년 동안 최고의 명강의로 인정받았던
‘유가경전입문’을 정리한 책이다. 선진 시대의 유가 경전 이외에도 송, 명의 이학과 명, 청의 수신과 관련된 여러 저작들, 채근담, 신음어,
우로야화, 격언련벽, 명심보감 등의 여러 서적을 참고하여 인용했다.
이 책에서는 나를 지켜내는 힘으로 수신을 이야기한다. 수신이란 흔히
자신의 몸을 닦는, 즉 인격이나 자신을 다스리는 것을 말하며 자신을 직시하여 한계를 깨는 힘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수신을 위해 유가의 선인들이
성찰했던 아홉 가지 덕목인 수정, 존양, 자성, 정성, 치심, 신독, 주경, 근언, 치성에 대해서 저자의 깨달음을 담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고요히 앉아 마음을 들여다보는 힘 수정, 마음을 살펴 하늘의 뜻을 찾는 힘 존양, 패러다임을 깨고 한계를 허무는 힘 자성, 고난의 압박에서
자신을 지키는 힘 정성, 양심을 지켜 자유를 누리는 힘 치심, 철저하게 자신과 마주하는 힘 신독, '나'라는 생명을 사랑하는 힘 주경, 언행을
삼가 군자에 이르는 힘 근언, 지극한 정성으로 자신을 완성하는 힘 치성, 이 아홉 가지 덕목을 기준으로 나누어 주제별로 삶의 깨달음을 전한다.
이 책은 굳이 순차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현재 자신에게 요구되는 덕목이거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도움이 될 것 같은 덕목을 먼저 읽어도 좋은 구성이다. 그 안에서 각자 나름의 성찰과 삶의 해답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동양고전의 지식이 짧다보니 처음에는 수많은 인용구가 익숙하지 않았고 문장들도 술술 읽히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읽어갈 수록 지루함은
줄고 깊이감이 더해가는 매력이 있었다. 그만큼 수신을 해석하여 현대적인 지침으로 제시한 저자만의 필력과 통찰력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일독이 아닌 여러 번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현대인들은 각자 나름의 목표를 갖고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때로는 별다른 목표 없이 표류하며
생계를 위해서 앞만 보며 달려가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부와 명예, 권력 등과 같은 외형적인 성공이 마치 모든 사람들의 인생 목표가 된 듯 보일
때도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가장 중요한 자신의 인격 수양에는 관심을 가질 시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지게
되거나 삶에서 어려운 역경을 만났을 때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사실 인격 수양이라는 것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문제가 아닐까 싶다. 마치 시간을 내서 학문을 갈고 닦거나 열심히 챙기고 성실히 수행해가야 하는 부담감부터
떠올린다. 수신이라는 것 자체가 타인과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한 길이자, 일상에서 작은 실천과 멈춤, 느림과 바라봄으로도 충분히
실천해갈 수 있다.
그동안 타인과 비교하며 성공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느라 조급증에 걸린 자신을 지금부터라도 잠시 멈춰
세우고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책에 담긴 수신의 덕목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삶에 투영해간다면 오히려 수신이 잃어버렸던 삶의 여유를
되찾아주고 삶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그리고 삶의 어둠과 직면했을 때에도 수신은 고요한 통찰력으로 빛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