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깨달음 -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
혜민 (慧敏)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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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쯤에 MBC TV 스페셜 [출가 그 후 10년]이라는 예고편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인상 좋고 잘 생긴 젊은 스님 한 분이 TV를 통해서 눈에 들어왔다. 주인공이었던 스님이 하버드대학에서 석사과정을,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현재는 미국최초 한국인 스님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하시니 놀라움과 함께 급 관심이 생겼다. 예고편 광고를 보고나서 꼭 챙겨서 봐야지 했다가 다른 일로 인해서 시청하지 못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당시에 개인적인 특별한 관심이 인연이 되어서일까. 그 사이 시간이 흘렀지만, 혜 민 스님의 책이 내 손에 닿아있으니 이 또한 인연이고 행운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혜 민 스님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과 함께 그 분의 인생 과정이 궁금했기에 책을 읽는 과정이 생각보다 수월하고 즐거웠다. 혜 민 스님은 자신의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경험과 이야기들을 9개의 주제를 가지고 책 한 권에 풀어놓으셨다.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적인 명문대학 이력과 학식, 스님이라는 종교적인 위치 등을 고려했을 때 책의 내용이 일반인들에게는 생각보다 깊이 있고,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정말로 자유로우면서 쉬운 문체로 마치 자신의 일기를 쓰듯 풀어가는 에피소드 하나하나에서 전해지는 깨달음은 평안한 휴일에 거실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감상하는 기분이랄까. 잔잔하면서도 깊이 있고, 가벼우면서도 진한 무언가가 조금씩 스며들게 한다.  

이 책은 혜 민 스님이 출가 후 10년 동안 교계 언론지를 통해 발표한 글들과 최근에 쓴 새로운 글 몇 가지를 추가하여 모은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는 스님이 겪었던 유학생활, 영어공부에 대한 경험, 미국의 교육과 우리나라 교육의 차이, 미국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느낀 것들, 평범한 일상에서의 깨달음, 인간관계, 은사에 대한 추억과 고마움, 어린 시절의 추억, 사랑과 봉사, 법정스님과 김수한 추기경님이 추구했던 진정한 신앙의 본질 등 스님이 그 동안 겪어왔던 경험 안에서 깨달았던 느낌, 의미 등을 진솔하게 풀어나간다.  

스님은 학력지상주의가 만연한 우리나라 교육 열풍을 미국의 교육 분위기와 비교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하시기도 한다. 스님 자신이 세계적인 명문대학에서 교육과정을 밟았고, 현재 미국의 교육자로서 교편을 잡고 있기에 문제에 대한 인식과 차이점을 좀 더 명확하게 느끼셨으리라 본다. 그리고 자신의 종교에 집착하여 타종교를 배척하고 소통하지 않는 종교적인 현실에서 오는 부정적인 현상과 오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법정스님과 김수한 추기경님이 종교 간의 벽을 허물고 서로 소통하고자 모범을 보였듯이 우리 모두가 본받을 필요성을 피력하신다. 또한 뉴욕, 북경, 오사카, 티베트 등 여러 나라를 경험하며 느꼈던 불교 현실, 각 나라의 일상과 특별한 에피소드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익혔던 외국어공부 비법, 외국인 친구들과의 생활과 추억, 자금성에서 구걸하는 북한 아이를 보고 가슴아파했던 이야기, 외국의 인종차별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인종차별 문제, 중국 생활 당시 자전거를 여러 번 도둑맞으면서 느꼈던 일상에서의 깨달음, 남의 흉이 내개 보이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 등 한번쯤은 누구나 진지하게 고민했던 외적인 문제, 내적인 문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생각들도 소소한 일상과 함께 진솔하게 담아내셨다.  

우리나라 교육열의 현상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스님의 이력만 보고 이 책을 보고자 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공부에 대한 방법론이나 드라마틱한 인생 성공 신화 등을 찾으려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이야기와는 상관성이 적다. 스님 자신이 일상에서 느꼈던 깨달음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자유롭게 쓴 글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기대와는 달리 생각보다 문장이 유려하거나 고급스럽지는 않았지만, 쉬우면서도 자유롭게 쓴 글이라 더욱 공감가고 잔잔하게 와 닿으면서도 진한 여운이 남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진솔하고, 쉬우면서, 깨달음이 있는 이런 글들이 너무나 좋다.  

 

본인의 종교는 천주교이다. 모태신앙이라 독실한 편이지만, 타종교에 대해서 배타적인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나이를 먹으면서 지적으로나 영적으로나 성장할수록 모든 종교의 가르침이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그래서인지 스님의 글을 읽다보면 진정한 신앙과 삶에 대한 방향성이 더욱 공감가기도 한다. 한편으로 이 책의 내용은 스님이 쓰신 글이기도 하지만, 종교적인 색채에 치중한 글은 아니다. 불자인 분들에게는 그 분들 나름의 좀 더 깊은 깨달음을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고,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차분히 성찰하면서 스님이 그랬듯이 그 안에서 의미 있는 깨달음을 얻어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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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 2,600년 동안 파묻혔던 붓다 본연의 가르침
바스나고다 라훌라 지음, 이나경 옮김 / 아이비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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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항상 거론되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소유의 삶에 태도가 종교적인 느낌이 강한 면이 있었고, 최근에 법정스님이 입적하신 이후 좀 더 이슈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라는 제목만 보더라도 기존의 무소유 개념을 반박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무소유의 반대인 소유라는 식의 흑백논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소유의 개념을 제대로 인식하고, 좀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있다.  

 

붓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석가모니, 즉 부처님을 의미한다. 이 책은 2600년 전, 붓다의 가르침을 영적인 삶만을 강조하는 종교적인 입장에서 한정짓지 않는다. 가정을 꾸리고 경제활동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붓다는 별도로 가르침을 전했고, 이 책에서는 이러한 가르침에 대해서 현대에 적용하여 해석하고 설명한다. 이러한 붓다 본연의 가르침이 2600년이 흐른 현대에도 많은 부분 동일하게 적용되고 실용적인 조언이 된다는 것이 놀라우면서 감사한 일이다. 붓다는 출가제자들이 가장 높은 경지의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신도인 재가자들에게는 평범한 인간으로써 행복하고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알맞은 가르침을 주었다. 출가제자들을 대상으로 한 붓다의 가르침만이 전부가 아니었음에도 후대 사람들의 자의적인 해석과 인용으로 의미가 왜곡되고 한정되었던 부분을 이 책이 자세하고 명확하게 해석하여 현대인들에게 본연의 가르침을 전한다. 

 

붓다는 영적인 수행을 위해서 출가한 출가제자가 아닌 재가자들에게는 최대한의 부를 성취하고 행복을 누리라고 이야기했다. 즉, 모을 수 있는 한 많은 재물을 모으고, 제대로 계획하고 관리하며 더욱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붓다는 속세의 행복도 인식하고 존중했다. 단지, 속세의 행복을 끊으면 더욱 심오한 행복을 얻을 수 있기에 출가를 하면 안정적인 형태의 행복인 해탈의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속세의 행복보다 강조했을 뿐 속세의 삶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 책은 이러한 붓다가 전해주는 속세에서의 올바르고 행복한 삶을 위한 가르침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붓다가 전한 가르침의 배경에서부터 속세에서의 커다란 성취와 부에 대해서 14가지의 큰 주제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러한 가르침에는 부를 지키는 사람과 지키지 못하는 사람, 친구와 배우자 선택을 위한 가르침,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가르침,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는 길, 현명한 대화법에서부터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한 가르침 등 다양한 현실적인 가르침을 통해서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인생 전반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다.  

 

이 책의 가르침은 기존에 읽었던 자기계발서적들에서 강조하기도 했던 가치 있는 실천 방법들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인지 사람에 따라서는 실질적인 방법이 아닌 너무나 광범위하고 당위적인 이야기들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나부터도 흔히 들어봤던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기에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분명하게 이해하고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기에 새롭다는 표현보다는 제대로 알았다는 느낌이다. 자신의 행복이 남의 행복보다 뒷전이 되어서도 안 되고,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습관적인 집착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소유의 개념은 무소유와는 반대가 아닌 다른 의미에서의 접근이다. 이러한 진정한 소유의 의미와 방법을 2600년 전에 붓다가 이미 가르침으로 전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무지하게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에 따라서 촌철살인과 같은 깨달음을 줄 수도 있고, 그냥 막연하게 명언 한 줄 읽은 느낌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가르침을 자신의 삶에 투영하여 하루하루 되새기며 실천해보기를 권한다. 분명히 삶을 변화시키는 진리의 가르침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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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눕>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스눕 -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
샘 고슬링 지음, 김선아 옮김, 황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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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심리학 분야에 독서를 많이 하게 되면서 알게 된 것이 멘탈리스트다. 미국드라마인 ‘멘탈리스트’가 최고의 인기 드라마가 된 것도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주요 관심대상이 되어서인지 모르겠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멘탈리스트인 제인이 심리측정기법을 통해서 상대방을 파악하는 방법 중에 스누핑을 활용한 방법들도 자주 등장한다. 스누핑은 상대의 소지품이나 흔적에서 상대방의 성격, 성향, 취향, 상태 등의 다양한 것들을 알아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기술적인 것들을 스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활용은 범죄심리 전문가나 수사관뿐만 아니라 때로는 점쟁이에 이르기까지 의외로 많은 곳에서 사용되어지고 있다. 나를 비롯하여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스눕이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과학적인 기술이라는 것이 놀랍기까지 하다.  

 

이 책은 총 11가지의 주제를 통해서 스눕에 대해서 상세하게 풀어간다. 실제 연구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타인의 흔적을 알아채는 기술들, 성격 유형을 파악할 수 있는 전통적인 방법인 오션스 파이브, 스누핑이 필요한 순간과 의미있는 단서를 골라내고 구체화하는 기술, 스누핑을 방해하는 가짜 단서와 통찰을 가로막는 5가지 함정, 스누핑의 진정한 매력 등 스누핑의 기술적인 설명에서부터 활용방법, 스누핑의 긍정적인 장점 등에 대해서 이론적인 설명과 여러 가지 연구 사례,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사례를 통해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스누핑은 마술이나 특별한 능력자의 기술이 아니다. 단순한 직감을 넘어서 과학적으로 상대를 읽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스누핑이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인간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할 뿐, 본능적으로 어떤 사물에서 의미를 유추해내려고 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인 것이다.   

 

얼마 전에 멘탈리스트 관련 서적을 두 권 정도 읽게 된 후, 나도 모르게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 위해서 노력하곤 했다. 지금도 사람들의 태도, 말투 등 행동 성향을 분석하고 있으니 개인적인 호기심이 강한 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 역시 멘탈리스트에 대한 관심에 좀 더 플러스적인 영향을 주었다. 다만 스눕은 전반적으로 주변의 사물과 흔적을 통해서 분석하고 파악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서 좀 더 디테일하게 상대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방법을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실질적인 활용을 위한 설명과 방법론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만큼 초보자나 일반인들에게는 직접적인 활용을 할 수 있는 쉬운 기술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반면에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스눕이 상대방을 꿰뚫어보는 것에만 한정적이지 않고 자신 스스로를 깊이 있게 바라보고 고찰해볼 수 있는 역설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범위한 기법의 집합체인 멘탈리스트에 비해서 스눕이라는 좀 더 한정적이고 디테일한 기법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좀 더 발전적인 삶을 설계하여 실생활에 적용하는 좋은 방법을 제시해줄 수도 있다. 이것이 가능해졌을 때 자신만이 아닌 상대방을 꿰뚫어보고 이를 통해서 모든 상황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알게 된 멘탈리스트와 스눕은 확실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기술이면서 개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활용가능한 과학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이 책의 내용은 모든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주제이긴 하지만, 심리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는 흥미로우면서 효과 있는 기술 중에 하나라는 점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의 내용을 한 번쯤은 일독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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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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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덕혜옹주’를 시작으로 역사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소현’은 이후 두 번째로 읽게 되는 역사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암울한 역사 이야기에는 일부러 관심을 갖지 않는 편이었지만, 책을 많이 읽다보니 그 역사에서 알 수 있는 깨달음 이외에 인물들의 성장과정, 내면의 모습들, 고독함 등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제 어른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해서일까? 유난히 인물들의 심리가 가슴 깊이 와 닿기까지 했다.  

 

이 책은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했던 조선시대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의 이야기를 역사적인 사실을 고증하고 적절한 허구적 상황을 섞어서 저자의 날카로운 필치로 풀어나갔다. 병자호란으로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고, 소현은 패전국의 세자로 아우인 봉림대군과 함께 청나라의 볼모로 끌려가 8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낸다. 이 책은 소현 세자가 볼모로 끌려간 직후부터 청나라가 명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이후 볼모생활을 마치고 환국하던 전후의 시대를 그려내고 있다. 소현세자가 청나라에 볼모로 있는 동안 일어났던 크고 작은 전쟁과 사건들, 혼란했던 시대상에서 당시의 거대한 권력 투쟁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주변은 무간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최근 인기 드라마인 ‘추노’에서 등장해서 아쉽게 죽음을 맞이했던 소현세자를 다루고 있기에 좀 더 관심이 가는 소설이다. 또한 비운의 왕세자 소현의 죽음이 학질이 원인이었다는 이야기와 아버지인 인조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등의 여러 가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에 그의 삶에 과정이 더욱 궁금했다. 역사소설의 특징일 수도 있겠지만, 글의 문체가 개인적으로 익숙하지가 않아서 처음 얼마간은 쉽게 읽혀지지가 않았다. 내용이 쉽게 그려지지가 않아서 답답함이 있었지만, 인물과의 상관관계와 시대흐름에 따른 상황전개, 소현세자와 주변 인물들의 심리 구도와 갈등을 알아갈수록 책을 몰입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의 중반이후 패전국의 세자라는 신분으로 어린 나이에 낯선 적국의 땅에서 보내야했던 그의 외로움과 고독함이 읽는 내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다.  

 

이 책은 소현세자를 주인공으로 그의 관점만을 중점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세자의 아우인 봉림대군에서부터 좌의정 심기원의 아들 심석경, 청의 황제에게 받쳐졌다가 대학사인 비파의 둘째 부인이 된 회은군의 딸 흔, 그녀의 종인 무녀 막금과 청나라 군인에게 어머니와 누이를 잃은 역관이자 상인인 만상의 삶이 한 시대를 따라 서로 다른 신분과 위치에서 여러 가지 음모와 상황으로 엮어져 그려지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왕세자인 소현세자에서부터 양반과 중인, 천민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맞물리고 그에 따라 펼쳐지는 각 인물들의 한과 두려움, 욕망, 갈등 등을 전체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소현세자는 적국에 볼모로 있으면서도 개인의 안위보다는 나라에 대한 충정과 아버지 인조에 대한 걱정, 백성을 향한 마음이 지극했지만, 결국 그의 간절함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옆에서 사랑하는 아우로 형을 보좌했던 봉림대군이 원치 않았던 임금의 자리를 오르기 직전 마지막 부분에서는 형을 잃은 외로움과 그리움, 고독함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치욕적이며 암울하고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라는 점이 단지 허구적인 소설이기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각 인물들의 통한과 고독함이 사실적이고 날카롭게 그려지고 있었기에 그들의 한과 괴로움이 그대로 전해졌다.
 

 

한 인간의 삶에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덧없음을, 속국이 되어 겪게 되는 모든 치욕과 고통들이 현대에 살고 있는 나에게도 많은 여운으로 남았다. 이 책을 통해서 각 인물들의 삶을 조명해보는 재미와 더불어 현대를 살아가는 후손으로써 이러한 우리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적으로 되풀이되는 소수의 정복자와 권력가들의 욕망으로 인한 권력 투쟁이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희생을 가져왔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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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이야기 - 겸손의 미덕으로 미래를 바꾼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8
박근형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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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로 기획된 책 중에 하나로 세계 파워리더 2위인 중국의 지도자 후진타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기존에 롤모델 시리즈가 해당 인물의 내면의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면 이 책은 중국이라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한 인물이 어떻게 리더로 성장하고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후진타오라는 인물의 성장 과정과 성향에서 배울 점도 많이 있겠지만, 매우 현실적인 정치 지도자라는 점에서 항상 좋은 일만 한 사람은 아니다. 따라서 저자는 기존의 롤모델 시리즈의 인물들과는 달리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리더에 대한 인물탐험과 중국의 현대 역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후진타오라는 인물을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후진타오라는 인물의 성장과정 속에서 도전과 성공을 이야기함과 더불어 중국 역사의 변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중일 전쟁으로 부유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몰락해버린 집안에서 태어난 후진타오에 어린 시절부터 중국의 명문 칭화 대학 수리학과에 입학하여 보낸 대학시절,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절, 결혼에서부터 지도자로써의 자질을 키우는 과정, 주변의 질투와 견제 속에서 큰 인물인 후야오방의 눈에 들어 중앙정치 무대의 기회를 잡는 과정, 평판 좋은 행정가로써 인정을 받기도 했고, 티베트 사태에서 악역을 맡아 기존의 유한 이미지에서 강력한 지도자로써의 면모를 굳히게 되는 과정 등 중국의 역사적인 변화 과정을 후진타오의 성장기부터 현재의 지도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서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후진타오가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한결 같았던 강점이면서 지도자로써의 자질을 인정받고 지금의 중국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겸손과 성실, 긍정적인 마인드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서였다. 저자의 식견을 통해서 언급했던 재능은 칼이지만, 겸손은 칼집이라는 말처럼 후진타오는 어린 시절부터 몸에 베여 있던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진정한 겸손을 통해서 자신의 재능을 단련하고 견고하게 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후진타오의 강점을 중국 역사의 흐름 안에서 통찰력 있게 해석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가까이에 위치하면서 역사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많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다. 현대는 공산주의의 대표국가이면서 소련이 붕괴되면서 미국 다음으로 세계 최대 강국이 되었다. 더욱이 공산주의의 치명적인 단점인 경제발전 문제를 개방과 개혁을 통해서 해결하고 지금은 경제력 또한 매년 급성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은 우리나라 바로 옆에 있으면서 세계 질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강력한 국가다. 현재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청소년들 또한 이렇게 변화한 국제질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지리적인 위치로 인해서 역사적으로 강국의 틈에서 많은 시련을 겪었던 몸집 작은 우리나라가 과거와 같은 굴욕을 당하지 않고 어떻게 존재감을 키워야할지는 성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고민하고 준비해야할 문제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후진타오라는 인물을 알아야 중국을 이해할 수 있고, 중국을 알아야 세계를 꿈꿀 수 있다는 책 소개가 더욱 와 닿을 것이다. 후진타오라는 인물을 순수하게 롤모델과 선인으로써 본받을 인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리더로써의 자질과 그의 강점은 분명히 우리들이 파악하고 배워서 우리의 강점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역시 기존의 롤모델 시리즈로 청소년 추천 도서이지만, 성인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읽히는 점에서 부담 없이 읽고 중국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후진타오라는 실존 인물을 통해서 겸손의 힘을 이해하고 체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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