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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ㅣ 이탈로 칼비노 전집 9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16년 2월
평점 :
이탈로 칼비노 전집세트에서 8권을 읽었더니
이제 다음 책에서는 어떤 상상력이나 기발함이 있을지 기대된다.
제목부터 전혀 어떤 이야기인지 감을 잡지 못했던 책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 책은 청년 마르코 폴로가 몽골제국의 쿠빌라이 칸에게
가상의 도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일단 등장인물부터 기가막히다.
서양의 마르코 폴로가 동양의 칸에게 설명을 한다니
이 얼마나 재밌는 구성인가?
총 9부로 그 안에 각각의 도시를 소제목으로 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야기마다 2~3 페이지 정도이고,
'기억,욕망,기호,도시, 교환, 눈, 이름, 죽은 자, 하늘, 지속되는 도시들, 숨겨진 도시들'등의 제목으로
번호가 붙어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각 이야기가 별개인 것 같으면서도 또 같은 제목의 이야기끼리는 연결되는 듯하기도 하는
오묘한 느낌이 든다.
현실의 도시가 아닌 가상 도시, 환상의 도시를 칸에게 묘사하면서
그곳에는 좋은 곳도 있고 안 좋은 곳도 있다.
과거도 있고, 미래도 있다.
어떻게 '도시'라는 이름으로 이 모든 이야기들을 이렇게 묶을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다.
행복한 도시처럼 보이는 곳도 있지만 죽은 사람들의 모습과 똑같은 사람들이 있는 죽은자들의 도시도 있다.
창문 높이에서 날아다니는 비행선을 볼 수도 있지만, 뚱뚱한 여자들이 가득한 지하철이 등장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도시의 모습을 말한다기보다 추상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처음에는 조금 묘하다고도 생각했는데 곧 적응되서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상상력을 자극했다.
계속 '도시'의 모습에 대해서 언급하는 글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도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연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 행복한 도시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어쩌면 마르코 폴로도, 아니 이탈로 칼비노도 결국 행복한 도시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마지막 도시를 말하면서 폴로는 말한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고,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그리고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보면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오늘에 동화되어 행복하자는 의미로 느껴진다.
또 중간에 폴로의 탐험 목적도 역시 행복의 흔적을 찾는 것으로 느껴진다.
결국 이탈로칼비노는 동방여행을 떠난 '마르코 폴로'가
원나라를 세운 '쿠발라이 칸'에게 들려주는 말을 빌어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 앞으로 살아갈 도시,
더 나아가서는 우리 현재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준 것이지 않을까?
참고로 이 책은 너무 잘 읽힌다.
그렇지만 문장을 곱씹으며 천천히 읽어보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책이다.
"자네의 도시들은 존재하지 않아.
어쩌면 한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는지도 모르지.
물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걸세.
자네는 무엇때문에 위안이 되는 그런 이야기들로 마음을 달래며
시간을 보내는건가? 내 제국이 늪 속의 시체처럼 썩어 가고 있다는 걸
잘 나는 알고 있네." - 77
제국은 병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쁜 것은 제국이 자신의 상처에 익숙해지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제 탐험의 목적은 이것입니다.
아직도 언뜻언뜻 보이는 행복의 흔적들을 자세히 찾아나가면서
그것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측정해 보는 겁니다.
폐하의 주의가 얼마나 어두운지 알고 싶으시다면 멀리 보이는 희미한 불빛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셔야 합니다 - 78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에서 함께읽는 도서로 선정된 #민음사 #보이지않는도시들 #이탈로칼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