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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죽길, 바라다 ㅣ 소담 한국 현대 소설 4
정수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19 29 39' '페이스 쇼퍼'를 재밌게 읽어서 정수현 작가님의 신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전의 톡톡튀는 문장과 내용과는 사뭇 다른 표지와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그녀가 죽길 바란다는 강한 제목과 마치 죽길 바라는 그녀가 누워있기라도 한 듯한
표지를 보면서 궁금증은 커져만갔다.
영화같은 북트레일러를 먼저 접했고, 마치 예고편 같은 영상에 푹 빠져서 바로 책을 펼쳤다.
그리고 나는 첫 페이지부터 그녀들의 운명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뮤지컬 배우가 꿈이지만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재희.
요즘말로 모든 것이 완벽한 엄친딸 민아.
그녀들은 한 몸을 공유하게 된다.
재희의 영혼이 민아의 몸으로 들어가게된 것이다.
하나의 육체에 2개의 영혼.
빙의를 주제로 한 책, 영화, 드라마등을 이미 접했지만
이 책에서도 역시 매력적이고,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주제이다.
재희와 민아의 영혼이 상황에 따라 번갈아가며 밖으로 드러나면서
민아를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재희의 존재가 드러날까봐 긴장되었고,
또 은밀히 거래 아닌 거래를 하게된 그녀들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했다.
내 육체는 사라지고, 다른 사람의 몸에 있는 내 영혼이 그 몸을 나오게 되면 영원히 죽게되는데
또 그 몸이 거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췄다면 누구나 한번쯤 흔들렸을 것이다. 아니 욕심냈을 것이다.
할수만 있다면 그 몸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고민을 했을 것이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어차피 나의 육체는 사라지고, 나는 죽었는데 다른 사람 몸으로라도 살수만 있다면
거의 제 2의 인생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연 죽음 앞에서 두려워서 못 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처음에는 작은 희망으로 시작했지만 재희는 점점 자신도 모르게 민아로서의 삶을 즐기게된다.
빙의라는 주제만 가지고 다루었다면 밋밋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녀들 곁을 지키는 한 남자. 건우를 등장시킴으로서 로맨스 적가 포함되었다.
겉으로 보이는 육체의 소유자를 사랑한 것인지, 그 내면에 있는 영혼의 소유자를 사랑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나도 함께 겪었다.
페이지가 점점 넘어갈수록 민아와 재희의 주변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어느덧 육체를 서로 차지하려는 그녀들의 마지막 순간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고요할 것 같던 그 장소, 그 시간에 일은 벌어졌고, 그리고 그녀들은 멈추었다.
결말에 대한 궁금증과 긴장감으로 내 호흡도 멈추었다.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인가? 민아의 육체는 원래대로 민아가 차지하고, 재희는 예정대로 죽은것인가?
아니면 재희의 영혼이 남고 민아의 영혼이 사라진 것인가?
마지막 한 줄은, 그녀의 웃음은, 나의 모든 예상과 결말을 뒤흔들어놓고 말았다.
읽는내내 몰입도 좋고,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어서 읽기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
북트레일러의 영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면서 내용을 더 구체화 시키고, 더 가까이 접근하게 만들어주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서 인간의 본연의 욕망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고, 가정의 소중함도 생각해보고,
오해와 이해의 차이로 벌어질 수 있는 끔찍한 것도 느껴보고, 어떤 정답도 없는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흐름을 쫓아갔는데 그 속에서 여러가지를 느꼈던 것 같다.
나는 지금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혼란스런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그 영화에 캐스팅될 배우들에 대한 재밌는 상상.
이번 책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장르로 신선함과 재미를 주셨던
정수현 작가님의 다음 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