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그녀
부다데바 보스 지음, 김현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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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선로 사고로 기차역 대합실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4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서로 모르는 그들은 담배만 머금고 있다가 우연히 그 대합실에 들어오게 된 젊은 신혼부부들과 마주치고는

자신들의 애틋했던 사랑을 떠올렸다.

그렇게 남자들의 이야기는 한 명씩 시작되었다.

첫 번째 이야기인 < 마칸랄의 슬픈 사연 >에서는 별 문제 없이 행복한 이야기일 수 있었는데

제목처럼 슬픈 사랑이야기가 되버렸다.

마칸랄이 길거리에 나앉게된 그녀의 집을 재정적으로 도와주었지만

그녀는 돈은 반드시 갚을테니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집에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특별히 그들 사이에 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녀는 너무나 단호하다.

그리고 그는 알겠다면서 돌아선다.

마칸랄이 마음을 제대로 전해보기도전에 그녀는 매몰차게 멀리했고, 그녀 앞에서 어쩌지도 못하고 그렇게

돌아서는 그 모습이 절절하게 상상되서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다.


두 번째 이야기 < 가간 바란의 사연 >은 더 안타깝다.

가간 바란과 소녀는 마음이 통했지만 딱히 어떻게 해 볼 새도 없이 시간이 흘러

가간 바란은 공부하러 집을 떠나고 소녀는 다른 사람과 혼인 하게 된다.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면서 몇년에 한 번씩 스치면서 얼굴을 보았고,  

더 오랜 시간이 흘러 가간 바란은 그녀의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다.

어쩌면 그녀 딸의 결혼식처럼 그녀와 가간 바란이 결혼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한 상황을 마주해야하는 그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내 마음이 더 절절했다.

가간 바란이 돌아가는 길에 그녀가 했던 한 마디는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듯했다.

속절없이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미련, 어린 시절 자신들이 결혼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쓸모없는 가정,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생각되는 아련한 기억등.

짧은 한마디에 나만큼이나 가간 바란도 가슴이 쿵했던 모양이다.


세 번째 이야기 < 의사 아바니가 결혼한 사연 >은 유일하게 해피엔딩 이야기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조합의 결혼이라 그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다른 남자를 좋아하던 여자와 결혼하게 된 아바니의 이야기는 역시나 '사랑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라는 것과 

'가까이에 있어야한다'라는 것을 어김없이 느끼게 해주었다.


마지막 이야기 < 작가의 독백 >은 읽으면서 참 쓸쓸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다.

삼총사로 불리는 3명의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이야기인데 흔히 말하는 그들간의 질투,경쟁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그녀를 멀리서 바라만보다가 병에 걸린 그녀를 3명의 남자가 지극정성으로 함께 간호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욕심이 생겨서 상대방도 나를 바라봐주길 바랄텐데 그들은 한결같이 그녀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참 놀라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와도 연결될 수 없었던 결말이라 아쉬웠다.


읽는내내 작가의 담백하면서도 애절함이 묻어나는 문장과 분위기때문에 기차 대합실에서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열렬히 사랑하지 않아도, 나좀 바라보라고 소리치지 않아도, 죽을것처럼 헤어지지 않더라도

사랑은 얼마든지 더 애절하고 가슴 아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날이 밝았다.

나도 페이지를 덮고 새벽동이 트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예전부터 그랬듯 '인생의 그녀'를 마음에 담고 각자의 길을 떠났다. 

나중에 혹시라도 '사랑은 부질없다, 사랑이 도대체 무엇인가, 사랑의 표현은 무엇인가, 사랑이 힘들다'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 온다면

난 주저없이 이 책을 펼쳐들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기차 대합실에서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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