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잘 놀았다.

옥루몽 1~3 세트 - 전3권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12월

로맨스판타지액션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의 저자는 1810년대의 남영로이다.

즉 이 책은 한국고전소설이다.

한국고전소설인데 로맨스판타지액션이라고?

읽기 시작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재밌고, 가독성 좋고,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이 책의 남자주인공 "양창곡".

그에게는 무려 5명의 여인이 있다.

가난한 집안의 아들인 "양창곡"은 과거 시험을 보러 길을 떠나고,

그 길에 강남 기녀 출신 "강남홍"을 만나서 연을 맺게 된다.

연을 맺은 것도 잠시, "강남홍"은 물에 빠져 죽다 살아나고,

백운도사의 도움으로 무예와 술법을 익히고 전쟁터에서 다시 "양창곡"을 만나게된다.

뛰어난 무술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등 기백이 대단하다. 

"양창곡"은 "강남홍"의 천거로 "윤부인"을 알게되어 결혼하게 되고,

과거에 급제한 후 "황부인"의 부모에 의해 또 "황부인"과 결혼하게 된다.

이외에도 음악에 뛰어난 "벽성선", 무예에 뛰어난 "일지련"이 등장한다.

즉 "양창곡"에게 2명의 정실부인과 3명의 소실이 있었던 것이다.

5명의 부인이라니, 굳이 이렇게 정실,소실 부인이 많이 등장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각 캐릭터마다 매력이 대단하다.

"강남홍"과 "일지련"은 양창곡과 함께 전쟁에 참여하고 대승을 거두고,

"윤부인"은 정숙하고 차분하고 지적인 여인의 대표이며,

질투심 많은 "황부인"은 "벽성선"을 모함하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변한다.

"양창곡"도 태생이 비범한 인물이라 풍전등화에 놓인 나라를 구하기도 하고,

관직에 쭉쭉 올라가 황제의 신임을 얻게 된다.

급기야 연왕으로 추대되기까지했지만

관직을 내려놓고, 자연으로 돌아가 시골생활을 하게된다.

"천자"가 끊임없이 그를 잡았지만, 더욱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는 "양창곡".

시골에서 유유자적하며 부모님과 부인들과 자식들 많이 낳고 잘 살게 된다.

남자주인공 "양창곡"이 전면에 나서지만 실질적 주인공들은 여자들이다.

"양창곡"의 부인들이지만 양창곡과의 관계보다는 그들끼리의 연결고리와 관계들이 재밌고,

각각의 활약이 멋지다.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서

그 당시 부조리한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고,

여성을 주인공으로 끌어올리면서 남녀신분에 대해 시원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온갖 부귀영화도 결국에는 부질없는 것이 아닐까하는 여러가지 생각도 하게 만든다.

또 하나의 재미는 중간 중간 등장하는 "시"이다.

시에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빗대어져 있거나 당시 상황이 느껴져서

시를 통해 읽혀지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 회마다 마지막에 "다음 회를 보시라"로 끝을 맺고 있는데 처음에는 신선하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그 문장 덕분에 다음 회가 더 궁금해지고,

빨리 읽어야할 것 같은 기분 좋은 조급함이 생기기도 했다.

고전소설이지만 일반 장르소설처럼 쉽고 재밌게 읽혀서 한국고전소설에 대한

또다른 흥미가 생기는 것도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수확이다.

천상의 누각을 의미하는 '옥루', 꿈을 의미하는 "몽", "옥루몽".

그럼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한바탕 천상에서 노니는 꿈을 꾼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잘 놀았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