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한 밥상 - 박완서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3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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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님의 글에는 정겨움이 있고, 우리네 삶의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더 따뜻하고 깊다.

이 책의 모든 단편들이 그랬다.

시대상이 다 담겨있고, 사람냄새가 물씬났다.

"부처님 근처"는 6.25 이후 아들이 눈앞에서 총을 맞아 죽었고,

1.4후퇴전에 빨갱이로 남편은 두들겨 맞아 죽었다.

죽음이 떳떳하지 않아 죽은 사실을 숨겨야했던 모녀.

그 시절의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남편과 아들의 제사를 절에서나마 받들기로 했다.

그 오랜 시간 목구멍에 밥을 넘기는게 가시같았는데

그제서야 편안하게 돌아오는 길에 낮잠을 잘 수 있었던 어머니.

부처님 근처에 남편과 아들을 놓고 얼마나 마음이 놓였을까. 그 모습이 너무 평화로웠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는 3번째 결혼한 그녀가 동창과의 만남.

난리통에 먹을게 없어 풀을 캐러 온종일 짐승처럼 다니고, 그 가난한 시절에는

먹고 살기 바빠서 부끄러움을 가르칠 수 없었을 것이다.

부끄러움이 왠말이냐, 목구멍에 풀칠하기도 바쁜데.

"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은 직업적인 양색시를 찾는 양코배기들에게

젊은 처자대신 노파가 갔었고, 김일병의 숫총각을 면해주기도 했던 노파의 이야기이며

"그 가을의 사흘 동안"은 어느 동네에서 소파수술만 하던 산부인과 의사가

오랜 시간 병원문을 닫기 전에 '사람백정'이 아닌 살아있는 아기를 받아보고 싶다는 이야기이다.

원치않던 그 아이를 안고 살리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던 그녀.

한 번도 아기를 못 가져본 여자보다는 아기의 무덤이라도 가진 여자가 되겠다는 그녀의 이야기.

다친 사람이 내 자식이 아니라 친정엄마라는 사실에 안도했던 그녀 "엄마의 말뚝",

아들 대신 조카를 데리고 피난 내려온 아저씨, 죽음 앞에서 아들인 "은표"의 이름은 부른 아저씨.

조카를 성공시켜 가문의 손을 퍼뜨리겠다던 아저씨, 진짜 그의 훈장인 아들이였던 것을 "아저씨의 훈장",

시중을 들던 영감님이 돌아가신 후 그 자식들과 벌어진 이야기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동서가 형님에게 전화해 자신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소연하는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아들의 졸업식때문에 별거중이던 부부가 만나서 가부장의 고단한 의무에 얽매여 있는 남편에 대한 연민 "너무도 쓸쓸한 당신",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이자, 이 책의 표제작인 "대범한 밥상".

하루아침에 자식부부가 사고로 죽고, 손주들만 남은 상황에서

외할머니, 친할아버지가 손주를 데리고 함께 살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사돈끼리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욕을 했지만

정작 아이들만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갔던 시간들이였다.

그 집에 놀러간 동창은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맛있는 밥상에 앉는다.

이야기마다 어떻게 이렇게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마음에 깊숙히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읽다보면 인간에 대한 연민도 생기고, 그 시절 그럴 수 밖에 없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공감이 되고, 생각해보게 된다.

10개의 중단편을 읽으면서 참 다양한 삶이 있구나 싶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가 전혀 불편하지 않으니 이것이말로 작가님의 필력이 아니겠는가.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문학동네 #대범한밥상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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